[이장] 묻혀있던 가부장제, 가족 모두가 포크레인같이 파버리다(스포 있음)
사진출처: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85150&imageNid=6686471#tab
'가부장제'라는 확실한 주제를 가지고
한 가족에 초점을 둔 영화.
아직까지 베이비붐 세대(1946년부터 1964년 출생집단)에게
만연한 '장남 우선주의'에 대한 인식의 폐해와
그런 인식을 바꾸려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족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다 너무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 라는 평도 많던데
저는 큰아빠, 그리고 막내 동생이 '이장'이라는 주제를 놓고
네 자매와 서로 열띤(다소 일방적이기도 하며 과격한)
토론을 벌이며
가부장적 인식이 변화되는 모습을 좋게 보았습니다.
두 남자 역시, '장남은 이래야지, 아들이라면 이래야지'란
가부장제가 낳은 고정관념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며
살아간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교적 가부장제는 가장인 남성이 강력한 가장권을 가지고
가족구성원을 통솔하는 가족형태 또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가장의 지배를 뒷받침해 주는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로,
17세기 중엽 이후부터 한국가족제도 및 가치를 지배해 온
이데올로기였습니다.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이어받는 호주제 역시
가부장제를 뒷받침하는 제도였습니다.
호주제 폐지 전인 2008년 1월 1일 이전까진
한국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호적에 가족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남계혈통을 통해
대대로 영속시키는 제도가 존재했습니다(위키백과).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한국 가족도 표면적으로는
유교적 가부장적 특성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으나,
가족 가치관이나 인식의 변화의 속도가
이러한 제도의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성미애, 2019; 이진기, 2017).
영화 이장은
바로 그 경우, 남성이 강력한 가장권을 가진다는
가부장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에 초점을 둡니다.
딸이 네 명이 있음에도 막내 남동생이 없으면
이장과 화장에 대한 결정권은 그 누구도 없다는
고집을 부리는 큰아빠,
큰아빠 댁에 오지 않는 막내 남동생,
그런 큰아빠가 못마땅한 네 명의 자매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냅니다.
영화 후반,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묵인해왔던 가부장제에 대한 갈등이 극에 달하죠.
극에 달했던 가족갈등은 큰아빠가 동생 가족 중 장녀인 조카에게 무덤 앞에서 술을 권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됩니다.
딸들은 그저 가족이라는 모습의 배경지에 불과했던
가부장제에 대한 강한 비판과 동시에
큰아빠 역시, 장남으로서의 부담감이 존재했던 사람이였다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장남이기 때문에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짊어지고 살지 않았을까, 란 생각도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가족구성원 모두 피해를 입는 가부장제는 없어져야 하고,
없어져야만 남녀노소 모두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족갈등의 해결은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아픔, 나아가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에서 기인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족에 대한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점검하며
나아가 어떤 가족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재고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참고문헌:
성미애 (2019). 1991년 가족법 개정 이후 종중과 제사 관련 대법원 판례에 나타난 유교적 가부장제 분석. 한국가정관리학회지, 37(3), 117-142.
이진기 (2017). 가족법의 개정과 입법. 가족법 연구, 31(2), 99-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