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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패니키안 스킴> 칸 영화제, 그리고 그의 영화는 왜 두 번 봐야 하는지에 대하여

카란 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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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칸 영화제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나요?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앞에 작은 배지가 붙은 영화들을 본 기억이 있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베를린 천사의 시>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예요.

ㅡ 첫 칸 영화제 프리미어 전에 어떤 조언을 들은 적이 있나요?
아니요, 딱히 조언은 없었어요. 뉴욕이나 텔루라이드에서 영화를 상영하면 관객과 Q&A도 하고 여러 번 소개도 하죠. 그런데 칸은 달라요. 그냥 들어가서 앉기만 하면 돼요. 영화제가 영화 자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거든요. 물론 무대에 선 느낌이라 무서울 수도 있지만요. 칸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국가적 자부심이에요. 제일 중요한 영화제고, 그게 자기네 거란 인식이 강하죠. 그래서 더 압도적이에요. 영화를 상영하면 젊은 관객들을 위한 두 번째 상영도 있는데, 그 상영이 더 재밌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보다 가장 즐거운 건, 극장에 들어가기 전 레드카펫 워킹이에요. 영화가 시작하면 그냥 시험 보는 기분이거든요.

ㅡ 그렇게 표현하니까 더 긴장될 것 같네요.
진짜 그래요. 영화를 틀자마자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이런 생각이 들죠. 엔딩은 재밌지만, 상영 중엔 굉장히 긴장돼요. 그래도 상영 전, 레드카펫을 걷는 순간만큼은 정말 멋져요. 저희는 거기 갈 때 버스를 이용하는 전통(?)이 있어요. 처음엔 칸 디렉터 티에리 프레모가 “이게 뭐야?” 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고, 오히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는 칸 시내가 아닌 외곽에 묵고, 버스로 같이 도착하거든요. 영화제 입장으론 이례적이죠.

ㅡ 버스를 이용해 입장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더 들려주세요.
<프렌치 디스패치> 프리미어 때 처음 그 방식을 시도했어요. 처음엔 반응이 썩 좋진 않았죠. 아무도 버스를 타고 싶어 하지 않거든요. (웃음) 근데 다 같이 이동하면 더 재밌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효율적인 교통을 피할 수 있어요. 17명이 각자 차를 타고 3블록 가는 데 45분 걸리는 것보단 낫잖아요. 물론, 조용하다고 해도 영화배우들이 가득 탄 버스가 눈에 안 띌 수는 없겠죠.

ㅡ 칸 영화제에서 다른 영화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있었나요?
거의 없어요. 본인의 영화가 상영되면 정말 바쁘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하나 볼 예정이에요. 사티야지트 레이의 <숲 속에서의 낮과 밤> 복원작이에요. 제가 소속된 Film Foundation에서 복원했고, 제가 제안한 작품이기도 하죠. 20~30대 남자들이 콜카타 외곽 자연 보호구역에서 주말을 보내는 이야기인데, 처음 봤을 땐 힌디어 DVD 가게에서 자막 붙인 버전으로 구했어요. 이제는 정식으로 크라이테리언까지 나올 예정이에요.

ㅡ 해당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티야지트 레이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만, 특히 이 영화는 이야기와 인물들이 소설적이어서 애정이 가요. 1970년작인데, 그 정서가 독특해서 끌렸죠.

ㅡ <패니키안 스킴>의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프렌치 디스패치>를 칸에서 상영했을 때 베니시오 델 토로에게 이 아이디어를 말한 적이 있어요. 처음엔 그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에 나올 법한 유럽계 재벌 사업가를 베니시오가 하면 어떨까”란 이미지였어요. 그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 딱 그려졌죠. 하지만 좀 더 개인적인 영감은 제 아내의 아버지 '푸아드 말루프'예요. 레바논 출신이시고, 정말 영화 같은 인물이셨어요. 지혜롭고 지적인데, 살짝 무섭기도 했어요. 그분과 식당에 가면 모든 게 단박에 해결됐죠. 캐릭터에 담긴 디테일 중 많은 부분이 그분에게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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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베니시오 델 토로가 그 역할에 적합하다고 느낀 이유는요?
그 역은 처음부터 베니시오 외에는 생각한 사람이 없었어요. <프렌치 디스패치>도 그랬고, 사실 배우 리스트가 따로 있었는데 베니시오랑 제프리 라이트는 늘 1순위였죠. 만약 앤서니 퀸이 살아 있었다면 고려했을지도 모르지만, 베니시오는 이 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배우예요. 오슨 웰스나 미후네 토시로도 어울렸겠지만요.

ㅡ 앙상블 캐스트를 구성할 때,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시나요?
항상 그렇진 않아요. 캐릭터가 먼저 떠오르고, 배우는 그다음인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제이슨 슈워츠먼 역할은 처음부터 그를 위해 썼어요. 이번 영화의 베니시오 역할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나머지 배역은 대부분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완성된 뒤에 캐스팅했어요. 확신이 드는 배우가 있으면 최대한 빨리 연락해서 스케줄을 잡아두려고 해요. 경험상 그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이번에는 거의 원하는 배우를 다 캐스팅했어요. 미아 스리플턴은 수백 명을 오디션보다가 딱 봤을 때 “이 사람이다” 싶었고요.

ㅡ 베니시오와 미아의 부녀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인데, 그 가족 관계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르겠어요. 저도 딸이 있긴 해요. 아직 9살이라 공통점은 거의 없지만요. 또 장인과 제 아내의 관계도 어쩌면 반영되었을지도요. 하지만 대체로 영화는 어느 순간 존재하는 무언가를 발굴하는 느낌이에요. 만들어내기보다 땅 속에서 꺼내는 느낌이랄까요. 그게 영화가 원하는 방향 같았어요.

ㅡ 영화 만들기를 “발굴 과정”이라 표현한 게 인상적이네요.
그게 제 느낌이에요. 마치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는 거죠.

ㅡ 지금 프랑스 시네마테크에서 감독님의 회고전이 진행 중인데, 과거 작품을 되돌아보는 경험은 어땠나요?
첫 작품 <바틀 로켓>의 소품들이 모두 스튜디오 보관소에 있었는데, 가봤더니 잘 보관되지 않았더라고요. 심지어 팔린 것도 있었고요. 제가 손수 만든 것도 있어서 충격이 컸어요. 그 이후로는 직접 보관하기 시작했고, 이후 작품들부터는 계약서에 명시해서 소품과 의상은 직접 챙겨왔어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촬영 당시에는 스튜디오 측에서 저를 막으러 이탈리아까지 왔지만, 대부분 챙겨왔어요. 전시 준비는 제가 아닌, 함께 일하던 디자이너와 스태프들이 주도했어요.

ㅡ “감독은 늘 자기 자신과 경쟁해야 한다”는 말을 하셨죠. 지금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제 영화들은 스타일적 요소가 명확해서 사람들이 거기만 주목하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제 ‘서명’ 같은 스타일이긴 해요. 하지만 저에겐 각 영화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고, 전혀 다른 인물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건 이 감독 영화다”라는 방식이 아니라, “이건 이 영화 그 자체로 어떤가”라는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두 번 보세요. (웃음) 제 영화는 짧은 편이고, 정보 밀도가 높아요. 보통은 두 번째 보면서 제대로 느끼게 되죠. “이게 뭐지?” 했다가, 두 번째에서야 “이거였구나” 하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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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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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감독의 아버지 일화가 녹아있군요. 잘봤습니다. 영화가 기대됩니다.

23:55
6시간 전
profile image 2등

좋은 인터뷰네요. 개봉 후 영화 본 사람들이 꼭 필독해야 하는데..^^

23:59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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