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보의 <스왈로우>(2019) 리뷰 : 논쟁적일 것(?) 같은 작품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의 2019년작 <스왈로우>를 보았습니다.
인상적이면서도 오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여러 사람들과 대화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연출도 너무 뛰어났던 것 같고요.
예산이 매우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느낀 점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임신 중절을 향한 성장 스토리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저에게 이 작품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편처럼 흩어진 여러 기억들을 모으고, 끼워 맞추면서 이 영화의 의미들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기억들을 모으는 중심축은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이었고, 이를 통해 이 영화가 헌터의 성장 스토리임을 확인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헌터의 주체성 회복이자, 헌터의 임신 중절을 향한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헌터에 대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터는 가부장 시스템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 헤메이는 인물로 묘사되는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초반에 특정하게 드러나는 대사가 크게 없이 연출로만 헌터의 불안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리처드(남편)의 집은 헌터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공간이자,
헌터에 대한 가스라이팅의 공간입니다. 시시각각 헌터는 남성성에 의해 무너지는 인물이죠.
그런 헌터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깁니다. 집에 있는 가지각색의 물건들을 삼키는 것인데요.
삼키는 행위는 헌터에게 배설을 통해 해방의 출구로 작용합니다.
남성성에 억제되어있는 자신을 파괴함으로 쾌락을 느끼는 것일수도 있고,
남성성에 의해 탄생한 아이를 파괴하는 행위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에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남성성으로부터의 해방인 것 같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헌터는 자신의 존재마저도 부정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부모님에게도 버려진 헌터를 묘사하는 방식이 참 가혹하면서도 섬세합니다.
그리고 유전적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하죠.
남성성에 의해 몰락한 당신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이러한 지점에서 이 영화는 굉장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시대성도 매우 확보하고 있습니다.
왜 스릴러 연출로?
독특한 점은 이 영화가 이러한 성장 스토리에 대해 매우 서스펜스 짙은 스릴러를 통해 묘사한다는 점인데요.
스스로 파괴하는 과정을 왜 스릴러로 연출했을까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파괴의 과정, 아이에 대한 파괴를 어둡고 스릴러적인 표현으로 연출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 비해 제가 너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연출의 의미가 헌터의 무의식적 저항이자, 헌터를 억압하는 편견 그 자체를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헌터에 대한 억압과 투쟁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연출은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그 지점에서 탁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성성 비판에 대한 변화
2019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변화했던 남성 묘사에 발 맞추고 있습니다.
남성은 직접적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닌 은근하게 억압합니다.
구체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는 등의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리처드에 대한 묘사는 더 필요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어떠한 직접적인 대사보다는 연출로 매우 잘 묘사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논쟁이 될 만한 부분들은 이 영화가 비판에 있어 보편적인 정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임신 중절의 과정 속에서 남성성을 문제로 삼는 과정에 논쟁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와 감정이 있을 수 있어'라는 자세로 보편성을 확보하는 대신에
여성 모두의 이야기로 전환시키려는 분위기를 계속해서 풍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엔딩같은 경우가 특히 그랬습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비판... 받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터에 대한 묘사도 더 필요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단지 제 생각일 뿐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우 재밌게 보았고, 헤일리 베넷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매우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면서도, 소녀 같은 복합적인 캐릭터를 매우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영상미 또한 매우 훌륭합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는 시기에 개봉해서 그런지 스코어는 많이 낮던데
작품성으로 인해 소문도 많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