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걸즈 - 간단 후기

그야말로 재개봉의 시대입니다. 그런 가운데 나타난 컬트적인 팬을 보유한 영화 <스윙 걸즈>입니다.
영화가 벌써 20년이 되었네요. 시간은 참...! 흐르고 흘러도 흐릅디다려, 같은 시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영화는 이렇게 한줄평합니다.
무조건 행복해지는 영화!
포탈사이트에 기재된 줄거리를 보면, 마케팅 팀 일 좀 더하지 싶은 줄거리입니다.
“빅밴드 재즈? 그게 뭐하는 건데?” 지루한 보충수업을 째고 싶었을 뿐, 토모코(색소폰) 야구부 선배에게 홀딱 반했을 뿐, 요시에(트럼펫) 남들보다 폐활량이 뛰어났을 뿐, 세키구치(트럼본) 어쩌다 친구 따라왔을 뿐, 나오미(드럼) 심벌즈가 적성에 안 맞았을 뿐, 나카무라(피아노) 짝사랑하는 재즈 덕후일 뿐, 수학 선생님(지휘) 대단한 이유 없음! 눈부신 재능 없음! 거창한 목표 없음! 그래서 우린 스윙한다♬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뭐 이런 식으로다가.
나카무라가 심벌즈를 늘 놓치고 마는 밴드부가 야구부를 응원간 여름날입니다. 십여 명의 소녀들은 수학 보충수업을 듣고, 매미만 가열차게 울던 대낮에 떠나간 님을 뒤따라 온 듯한 도시락만 남겨집니다.
수학 보충 소녀들이 도시락을 배달하기로 하지만 두 량짜리 열차에서 졸다 그만 역을 지나치고 맙니다. 할 수 없이 걸어서 도시락을 배달하며 넘어지고 개천에 빠지는 의도한 듯한 우여곡절을 겪은 뒤 밴드부에 도시락을 배달합니다. 그런데 이 도시락이 그만! 집단 식중독을 유발합니다.
늘 심벌즈를 놓치던 나카무라는 모두가 식중독에 걸린 밴드부를 대신해 어찌저찌 밴드를 결성합니다. 이름하여 재즈를 하는 빅 밴드! 이들 소녀가 모여 자신들이 중심인 세상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느리지만 완연하게, 멋스럽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청춘영화입니다.
하나의 과제를 두고 이를 성취해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분명한 도달점을 주는 성장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성장영화가 가진 과제를 명징하게 그려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이 행복해지는 영화만이 가진 카타르시스를 폭발시킨다고 할까요.
영화가 궤도에 오르기 위한 기승전결의 도입부 과정만 잘 버텨낸다면 관객 모두가 즐겁고 한포국해집니다.
벌써 20년이 된 영화라니! 놀랍습니다.
감독이나 배우들에게나 이 영화가 아마도 평생 이들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거나 그냥 "대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하나 짚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주연은 현재도 활발히 활동한다는 게 맞지 않나 싶네요. 그만큼 반향이 컸던 영화입니다.
지식이 깊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험이 깊이를 보완하지도 못하는, 그와 반대로 하고자 하는 욕구와 배우고자 하는 성장의 기세가 인생 전체에서 최고로 폭발하는 10대! 그러하기에 딱 그 시절에만 오롯이 하나의 일에도 목숨을 걸 정도로 전부가 되는 그날을 우리는 "청춘"이라 부릅니다.
청춘의 한 시절을 빅 밴드를 만들기 위해 보내는 학생들에게서 내가 했거나 때론 내가 하지 못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하고 싶었으나 좌절해 버린 과거의 지도 한 곳을 <스윙걸즈>가 발견하게 합니다.
일천하기에 모두를 걸고 모두를 걸었기에 눈물이 부끄럽지 않은 "퇴색하지 않는 영화"가 <스윙걸즈>입니다. 걸작은 아닐지언정 명작이라 불러도 어느 하나 손색이 없는, 내 젊은날의 한 순간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 쉼표를 던져주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촬영 장소들도 여행 가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