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바둑 문외한이 봐도 짜릿한 웰메이드 영화

처음에 한 10분만 봐도 느낌이 오는 영화가 있죠. 이 영화 대박이다.. 라는. 시작부터 80년대 바둑계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기선을 제압하며 이야기에 몰입시킵니다.
개인적으로 바둑은 전혀 관심 없었지만 아버지가 팬이어서 조훈현 기사의 바둑 중계를 (강제적으로) 자주 접했는데, 이병헌이 최소한의 헤어스타일링만 하고서 제스쳐와 말할 때나 웃을 때 입매만으로 실제 인물을 리얼하게 재현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역인 제자 이창호 역은 초반엔 아역 배우가 맡아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쓰며 되바라진 꼬마로 처음 등장하는데, 누구나 흥미를 느낄 법한 천재의 성장기로 바둑 문외한까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리고 성장한 이창호 역... 문제의 배우 유아인이 맡아서 이병헌과 투톱으로서 비중이 높아지는데, 초반에 아역 배우가 이미지를 잘 쌓은 덕분인지 영화 외적인 스캔들이 크게 생각나진 않더군요.
이후 청출어람 제자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사부를 꺾으면서, 갈등하는 사제간의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으로 그려집니다. 지독한 승부사로서 한참 어린 제자에게 졌다는 굴욕감, 하늘 같은 스승을 이겨서 죄송한 제자. 마음을 다잡으며 서로에게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게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정적인 바둑을 긴박하게 느껴지게 하는 연출, 공들인 미장셴, 때때로 쓰이는 상징적인 CG 연출로 지루하지 않게 해요. 영화가 캐릭터에 집중을 잘한 게 가장 컸고, 디테일한 소품 활용, 조연들의 리액션도 좋습니다.
바둑을 넘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좋은 영화이며 재미도 충분합니다. 바둑 팬이라면 꼭 봐야할 것 같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추천해요. 극장에서 봐서 좋았고, OTT로 직행했더하면 아쉬웠을 것 같네요.
golgo
추천인 8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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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잘나온 모양이군요. 국내에 바둑 소재 영화 드라마가 많지는 않아서 궁금하네요.
얼마전 이병헌이 핑계고 나와서 홍보하던데 상당히 공들인듯한 홍보를 하더군요.
근데 미리 약속한건지 유아인 얘기는 당연히 1도 안나왔고요.
연기와 작품성이 소재를 뛰어넘는 케이스인듯 합니다. 애냐 테일러 조이 '퀸즈 갬빗' 같이 말이죠.
그것도 체스 1도 모르는데 몰입이 상당했던..



물론 관련 히스토리 알면 더 재밌겠죠
그래도 병헌님 연기가
기가막히는 그것쁀일듯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