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렉트릭 스테이트 - 간단 후기

무려 3억5천만 달러짜리 넷플릭스 프로젝트, <일렉트릭 스테이트>가 공개되었습니다.
넷플릭스 노동자(!)인 밀리 바비 브라운과 크리스 프랫을 앞세워 <엔드게임>의 루소 형제가 연출했습니다.
먼저 포탈에 기재된 줄거리를 보면!
로봇들의 반란이 일어난 1990년대, 가족을 잃은 소녀 ‘미셸’이 동생이 조종하는 듯한 로봇 ‘코즈모’와 괴짜 밀수업자 ‘키츠’, 그리고 그의 로봇 친구 ‘허먼’과 함께 동생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대체 역사물입니다. 우리나라라면, 군사정권이 연장 선상에 있다거나 하는 대체역사물이 나왔을 텐데 유쾌하게도 로봇의 반란이 일어난 1990년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셸에게는 아인슈타인에 버금갈 두뇌를 지닌 동생, 크리스토퍼가 있습니다. 조기 대학을 확정지을 무렵 생겨난 로봇의 반란과 사고로 인해 미셸은 위탁 가정을 전전합니다. 전쟁에 패한 로봇은 이제 그들만의 구역으로 밀려났으며 자랑하던 동생도 사망하고, 문제아로 사회에서 점점 낙인 찍혀갈 무렵! 한 로봇이 미셸에게 나타납니다. 동생의 지능이라고 하며!
곧바로 미셸은 동생을 찾아 나섭니다.
이런 이야기!
제가 가장 영화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유니크함은 없는 소재입니다. 그렇다면 루소 형제가 다루는 비주얼이나 이야기의 전개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거나 독보적으로 획득해 나갈까요?
영화를 보고 난 감정은 아쉽게도 반반이었습니다.
먼저 영화적인 재미는, 하이틴을 위한 영화로는 제격입니다. 2025년 오늘도 상당한 인간적 교류나 이로 인한 감정적 공감이 사라지는 상황에 이를 조금 더 SF적으로 몰아붙였다고 해서 하등 나쁠 것은 없었습니다.
특정 상황을 던져두고, 이를 복기한 뒤 해결해 나가는 특유의 '문제 해결식 구조'는 어느 영화에나 있는 법이라 이게 잘 먹히면 그것으로 좋은 영화가 됩니다. 치크와 로봇 험과 함께 로드무비 형태로 길을 나선 미셸이 로봇과 인간으로 나뉜, 마치 현재 미국을 연상하게 만드는, 상황들을 타개하며 마지막 결정에 다다랐을 때 많이들 공감하셨을 듯합니다.
마지막 상황! 이게 스포일러라 언급하기는 꺼려집니다만 최근 영화에서 속속 다루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결론해 보자면, 작게든 크게든 현 상황의 미국과 미국이 내려야 할 결정들에 대해 심각하지는 않지만 복기하고 꺼내며 결정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대부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였습니다. SF를 선택해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위하거나 유추해 보면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영화적 결말이나 진행 거의 모든 부분에서 군더더기 없이, 특히 시계를 볼 잠깐의 지루함 없이 잘 전개합니다.
여끼까지는 만족!!!
다만 이 영화의 제작비와 이에 따른 흥행 정도를 추측해 봅니다.
일단 제작비가 무려 3억5천만 달러입니다. 아마 역대 최대 제작비 영화가 뭔가 하고 보면, <엔드게임>과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가 아닐까 싶네요. 4억 달러, 4억1천만 달러, 물론 이는 추정치이고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경우 세금 환급으로 대략 3천만 달러 이상은 아꼈다고 합니다. 이 아래로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가 3.25억 달러라고 추정합니다.
이런 영화에 맞먹는 제작비입니다.
어떤가요?
과거 한국은 저주 받은 영화라 칭하는 <상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충무로에서 120억 정도를 빨아먹으며 영화 산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바 있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만약 이 영화가 개봉을 했더라면 얼마 정도의 흥행을 냈을까요?
이 부분에서 저는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입니다. 만족도의 폭이 좁고 타깃 연령대가 하이틴이라 아마도 극장 개봉했더라면 흥행 손실이 상당했을 거라 추측합니다.
더해서 영화 전체를 살폈을 때 여러 미시적인 또 세세한 영화적 완성도를 위해 많은 부분들에 제작비가 사용되었겠지만 과연! 이 영화에 이렇게나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었나 하고 복기하게 됩니다.
<크리에이터> 정도의 제작비 선에서 이야기를 매조지할 수 없었는가, 하고 계속 반문하게 되더군요.
아마도 특정 영화사에서 개봉을 목표로 만들었더라면 그 회사의 상당한 미래 영업을 갉아먹지 않았을까.
분명 영화적으로는 주인공을 위시한 여러 부분에서 티없이 맑고 순수한 영화였지만, 크리스 프랫의 변별력 없는 연기나 급조한 듯한 키 호이 콴의 등장과 퇴장, 특이할 정도로 높은 제작비 등에서 이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게 좋은 영화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좋고 나쁨의 50:50!
그게 이 영화의 결론이 아닐까 생각 드네요.
쉬운 길로만 가려다가 결과적으로 모든 걸 놓친 느낌입니다. 너무 어정쩡한 나머지, 원작을 찾아본 후 1:1로 비교해보고 싶은... 그런 작품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