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at (1021) 진정한 천재를 보았다. 버스터 키튼. 스포일러 있음.
놀랍게도 버스터 키튼의 1921년 이 영화는 "누명 쓴 평범한 사나이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주하려고 동분서주한다"는 지극히 현대적인 스릴러다. 히치콕감독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선조격이다.
플롯이 비슷하다 정도가 아니라, 누명 쓴 남자가 필사적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한다는
그 긴장과 스릴을 살려낸다.
1921년 이 영화는 현대적인 의미의 액션 스릴러다.
영화가 시작하면, 영화 내내 전속력으로 한 방향으로 질주하는 그런 영화다.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찰리 채플린이 연극적이고 예술적인 동작으로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걸작을 만들어냈다면, 버스터 키튼은 현대적인 연출과 편집 촬영으로 코메디와 스릴을 만들어낸다. 그는 한 발을 이미 오늘날 현대영화에 걸치고 있다.
오늘날에도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살려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버스터 키튼은 1921년 이것을 훌륭하게 해 낸다.
살인자의 누명을 쓴 버스터 키튼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자동차에 뛰어오르고 기차에 뛰어오르고 건물들을 뛰어올랐다가 뛰어내리고 갖은 액션을 선보인다. 그냥 웃기려는 단순한 슬랩스틱이라기보다,
경찰의 추격을 피하려는 무고한 사나이의 절박함을 잘 살렸다.
이 영화는 현대 스릴러의 영역에 분명히 들어가는 영화다.
놀랍게도 오늘날 스턴트장면을 그는 이미 찍고 있다. 편집을 짧게 짧게 이어가면서, 불가능한 스턴트장면을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런 액션장면을 계속 찍고 있다. 굉장히 타이트하고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액션에 생동감을 준다. 이거 오늘날 스턴트장면을 만드는 방식 그대로 아닌가?
슬랩스틱과 무관하게 긴장을 극도로 살리는 미시적인 장면도 있다.
가령 버스터 키튼은 자기를 추격하는 보안관을 돌덩이 속에 묻어 버리고,
마음 편안하게 자기가 만난 젊은 여자를 따라간다.
여기까지 보안관이 쫓아오지 못하겠지 - 그의 생각이다.
그런데, 그 집은 보안관의 집이었다. 저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보안관과 버스터 키튼이 마주 앉는다.
버스터 키튼은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 줍느라고 보안관을 못 본다. 보안관도 버스터 키튼이 상반신을 숙인 통에
그가 누군지 못 본다.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 마주보게 될 것이다. 그때가 언제지?
이 짧은 기간 동안, 버스터 키튼은 아주 노련하게 긴장을 증폭시킨다.
아래의 엄청난 씬을 보라. 버스터 키튼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거인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영화감독이 자기 자신을 저렇게 대담하고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을까.
이 영화 the goat 에 나오는 씬이다. 버스터 키튼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이 장면을 꼽겠다.
버스터 키튼의 천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가 아닌가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나와 화면 위에 쏟아부어진다. 창의성의 폭발이다.
천재만이 이렇게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버스터 키튼이 얼마나 천재인가 보여주는 장면들이 종종 다큐멘터리에 나오는데, 이 영화의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초기 버스터 키튼은 원래 창의적이고 아방가르드라고 할 정도로 기괴한 장면들을 만들어 보였는데,
난센스 코메디도 만들었다. 버스터 키튼이 도망가다가 어느 아주머니 뱃속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를 쫓아오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사람 뱃속으로 어떻게 뛰어들어간단 말인가? (그는 오늘날 특수효과라고 불리는 것을 오늘날 특수효과가 사용되는 방식과 의도로 만든 사람이다.) 꿈 속이라면서 그 설정 속에 환타지와 난센스를 넣는 것은
평범할 것 없다.
하지만, 버스터 키튼은 환타지와 일상을 그냥 섞는다. 난센스와 상식을 그냥 섞는다.
버스터 키튼은 여기 대해 정당화하지도 않고 설명하지도 않는다.
당시 관객들은 웃으면서도 이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가 바로 초기 버스터 키튼이 보여주는 난폭하고 에너제틱한 영상들을 잘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원숙기의 버스터 키튼은 대중들을 생각해서 좀 더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되었다며, 초창기 작품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이 작품이 확실히 원숙기작품보다 더 패기만만하고 다이나믹하다.
주성치가 만든 쿵후허슬이라는 영화에서, 주성치가 도로에서 도망치는 장면을 애니메이션의 장면처럼 표현한 장면이 있지 않은가? 버스터 키튼이 1921년에 그런 장면을 만든다. 단, 버스터 키튼이 이 영화를 만들 때는, 그 애니메이션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상상만으로 그런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 30년 전에.
이것도 혁신적이랄 밖에. 그런데, 이런 혁신성이 사실적인 장면들 속에 숨어 있다. 환타지와 현실이 공존하는
그의 방식은 겉보기에는 매끈해 보이는 그의 영화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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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보니 아주 오래전에 무성 희극영화하면 채플린만 알던 시절에 우연히 제네럴을 봤다가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