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노스포 후기: 기본에 충실한 좋은 교보재
![빼꼼무비](http://img.extmovie.com/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757/372/041/41372757.jpg?20230111001440)
이번 작품은 마블 스튜디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필수 요건들이 잘 충족된, 길 잃은 마블에게 현재 가장 필요했던, 앞으로의 작품들에게 지침서가 될 만한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마블 영화의 필수 덕목이라 함은
1. 메인 캐릭터에게 매끄러운 서사를 부여해 내적 성장과 물리적 성장을 모두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감정적 이입 유도
2. 앞으로의 작품들에게 기대감을 불어 넣는 적당한 빌드업과 떡밥뿌리기
3. 눈과 귀가 즐거운 화끈한 액션 시퀀스들
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세가지만 잘 충족되어도 전 좋은 "마블 영화"라고 평가하는 편이며, 여기에 각본의 퀄리티, 편집 퀄리티(페이싱) 등등 영화적으로 더 깊이 있거나 특색 있는 요소들이 첨가되었을때 비로소 정말 좋은 "액션 영화"로써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루소 형제가 제작한 네 편의 작품들, 아이언맨 1편, 가오갤 1편이 후자에 속하고, 아마 많은 분들도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저에겐 그 어떤 어벤져스 작품 보다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역대 최고의 마블 영화이며, 앞으로 다신 나오기 힘든 불후의 명작이라 생각됩니다. 브레이브 뉴 월드도 윈터솔져와 비슷한 성격은 띠고 있지만 퀄리티 면에서 절대로 따라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냥 제발 위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무난한 마블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정말 오랜만에 그런 작품을 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는 바입니다. 이 작품은
1. 왜 샘 윌슨이 캡틴이 되어야만 했는지, 방패를 들 자격이 있는지를 잘 보여줬고
2. 다소 수동적이었던 캡틴이 다시 능동적으로 어벤져스를 결성할 좋은 발판을 만들어 주었으며
3. <토르: 라그나로크> 이후 8년 만에 정말 시원한 헐크 스매시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스티브 로져스가 주는 무게감과 희생 정신은 대체 불가이지만 샘 윌슨만이 갖고 있는 자질들도 왜 그가 새로운 캡틴으로써 적합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샘만이 갖고 있는 부드러움과 융통성, 인간성과 재치도 상당히 매력적이며 이는 앤서니 맥키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과 능력으로써 더욱 극대화됩니다.
또한 윈터 솔져 이후로 보기 힘들었던 화려한 공중 액션을 이젠 하나가 아닌 둘로써 재현해내며 속도감과 화려함을 두 배로 끌어 올립니다. 두 나라의 대규모 해상전 가운데에 펼쳐지는 점도 긴장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고요. 전체적으로 대니 라미레즈와 앤서니 맥키의 케미스트리도 돋보였습니다.
썬더볼트 로스 역시 해리슨 포드라는 메가스타를 데려오면서 다소 심심할뻔 했던 작품에 무게감을 더했고, 항상 MCU 내에서 애매한 위치에있던 <인크레더블 헐크> 다시금 끌여들여 세계관에 더 긴밀하게 녹여낸것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팔콘 & 윈터솔져>와 서사적으론 직결되나, 작품을 보지 않은 일반 관객들도 크게 이해하는데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적당히 조절한 점도 좋았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연계성에 대한 밸런스를 찾는게 앞으로도 마블의 큰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장점들도 뚜렷하지만 단점들도 뚜렷한 것은 사실입니다. 몇몇 대사들이 너무 직접적이거나 작위적일 때가 많아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와 팀 블레이크 넬슨이라는 명품 배우들의 연기마저 어색하게 만들 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심지어 해리슨 포드의 대사들 중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꽤 있었습니다.
게다가 비주얼적으로도 완벽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른건 제쳐 두고서라도 마지막 장면에 토나오는 그린 스크린 장면이 하나 있는데, 중요한 감정씬임에도 몰입도를 깰 정도로 처참합니다. 또한 조연급 캐릭터가 너무 많이 등장해서 정신 없다고 느낄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점들마저 커버할 정도로 뚜렷한 장점들이 있는, 꽤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MCU의 근간이자 중추적인 작품들, 그리고 히어로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는 전설적인 작품들과 비교하긴 당연히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세계관 내에서 해야할 역할들을 충실히 해냈다는 점, 그리고 마블 영화의 본질을 잘 지켰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입니다. 대대적인 재촬영을 감안하면 파이기가 심폐소생술을 꽤 매끄럽게 한 것 같네요.
게다가 본의 아니게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과 맞물려서 꽤나 시기적절한 작품이 되어버린 점도 좋습니다. 분노 조절이 힘든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대통령이 빨간 괴물이 되어 백악관을 때려 부수는 모습 그 하나만으로도 정말 재밌는 광경이더군요. 지금 같은 분열과 파멸의 시대에 캡틴같은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도 살짝 해봤네요.
떡락한 민심을 극적으로 뒤집을 작품은 아닐 지라도(그럴거라는 기대도 안했습니다만) 앞으로 이렇게만 만든다면 충분히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로 마블의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하게 만드는 마블의 다섯 번째 페이즈 5 작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입니다.
스포 리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