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검은 수녀들 - 메뉴는 많은데 손 가는 건 적은 뷔페느낌
검은 수녀들은 전작 검은 사제들보다 이야기가 많습니다.
인물도 장소도 갈등도 다양하고
건드리는 주제들도 몇 가지 늘었고
사제들에선 스치듯 지나간 무속 요소도 역할이 커집니다.
아쉬운 점을 먼저 말하자면
그런 것 치고 연출이 좀 맥아리가 없어요
뭔가 써먹을 요소나 장치가 많이 있는데 충분히 활용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못한 것일 지도?)
긴장감을 한창 높여야 하는 부분에서 템포가 엉망이라거나
매우 중요한 정보를 던지는 플래시백이 툭 건드리고 빠진다거나
점프 스케어를 의도했을 부분에선 호흡이 이상합니다.
결과적으로 자극적 요소들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음에도 좀 루즈해집니다.
영화가 재미없게 느껴졌다면 상당부분 여기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 그리고 사운드... 대사가 안 들려요.
그렇지 않아도 배경효과음이 많고 마귀 들려서 꽥꽥거리고 그러는데
대사가 묻혀서 뭔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성과들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야기의 얼개는 전작만큼 흥미롭습니다.
송혜교가 연기하는 수녀의 캐릭터나 행보도 매력적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도 전작과 차별화를 하면서
동시에 '수녀'라는 타이틀을 의미있게 활용합니다.
이 부분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툴툴대는 기자평이 있던데
영화가 지루해서 중간에 졸았던 게 아닐까.. 의심해 봅니다. (좀 졸리긴 해요)
페미니즘을 남성 관점에서 멋대로 해석하고 활용했다는 불만인것 같은데
한편에선 영화가 페미니즘만 내세워 망했다(흔히 말하는 PC묻었다)로
완전 반대 관점에서 불평하는 이들도 있으니 혼돈의 카오스인지 뭔지...
아무튼, 가장 논쟁적일 부분은 마지막 퇴마를 위한 주인공의 선택일 텐데
여러 의견들이 나오는 거야 당연하다고 봅니다. 애초에 그걸 의도한 설계니까요.
개인적으론 구조적으로 상당히 흥미롭고 영리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연출적으로 그걸 제대로 충분히 살리진 못한 것 같고요)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리라곤 개인적으로 예상을 못했는데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송혜교의 마지막 선택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죠.
그 선택 자체에 관한 부분과 악마가 계속 떠들던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영화가 처음부터 성모를 계속 언급하는 것도 흥미롭게 따져볼 일이고요.
(처녀로 수태한 마리아가 구원자를 세상에 내어놓은 것과 대칭되는 서사죠)
무당을 적극 개입시키며 비중을 높이면서 속과 교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부분은
종교인 입장에선 상당히 불경스럽게 보이겠으나 저같은 세속인은 역시나 흥미로웠습니다.
종교의 담장 안에서 부마자를 두고 이진욱과 벌이는 논쟁은
구마를 다루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익히 보아오던 것이긴 했으나
이진욱 씩이나 캐스팅한 것 치고는 제대로 다루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네요.
장재현의 손을 벗어난 속편인 것 치고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반대로 장재현이란 연출가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적어도 이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한 기반으로는 역할을 괜찮게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명절 대목을 노린 대중영화로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흥행에 대한 기대는 조금 갸웃하게 됩니다.
+
그 내내 이름만 등장하던 인물이 에필로그에 마침내 등장해 확실히 도장 찍어준 건 좋네요.
++
영화 시작 직전에 예고편이 하필이면 마동석 출연하는 '거룩한 밤:데몬 헌터스'네요
완빤치 물리퇴마 예고 잔상이 남은 상태에서 보려니 더더욱 심심한 구마의식...
+++
사제들의 박소담에 이어 이번 부마자 역엔 문우진이란 아역 배우가 연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 배우가 최근 '트리거'란 드라마에서 싸패 미성년 살인자로 등장해서
또 하필이면 정성일 배우랑 기싸움 벌이는 쇼츠를 봤단 말이죠.
살인에 심취한 말 그대로 악마들린 소년이 문동은에 의해 퇴마 당하는 장면이 연상되는...
돌비 애트모스 믹싱까지 한 영화가 왜 그리 대사가 안들리던지... 영화 점수를 많이 깎아먹은 요인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