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트렁크 - 초간단 후기
김려령, 완득이 등을 썼던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곳에 저와 오래 글로 소통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추리 스릴러 분야에 천착해 왔습니다. 그래서 추리 스릴러 분야에는 해박하지만, 다른 분야는 솔직히 그만큼에 미치지 못합니다.
기억에, <트렁크>는 읽다가 그만둔 작품입니다. 제가 아마 지난 18년 사이, 읽었던 글을 대략 1만 5천 권 이상이라고 할 때, 그 중에 손에서 놓은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였습니다. 단순히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이종 장르이거나 기본에 충실하지 않거나 정말 재미없는 경우에 해당할 겁니다.
아마 <트렁크>는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합니다만, 미스터리인 줄 알고 봤다가 아니어서 다음에 보자, 하고 덮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즉 장르 교배에 실패한 작품이 아니었던가.(완득이는 너무 재미있게 봐서 주변에 10권 이상 선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드라마 트렁크입니다.
원작에서는 네 번째 결혼이 아니었나 싶은데. 어쨌든 거의 대부분 원작 설정을 그대로 가지고 왔더군요.
NM라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 결혼을 주선하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를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꾸역꾸역 봤습니다. 넷플릭스발 '돈 지랄'의 정점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조금 혹평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게 과연 10부까지 올 드라마인가, 미쟝센이라고 할 때 과연 이게 그만큼이나 돈을 들일 이유가 있었나 등등. 보면 볼수록 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좋게 표현해 넷플릭스 발 훈풍을 받은 드라마이겠으나, 그로 인해 오히려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드라마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리 넓거나 길지 않은 플롯을 최대한 엿가락처럼 늘였고, 그러다 보니 탄탄해야 할 인물 간의 대치나 갈등이 자연스레 처지고 맙니다. 그런 가운데에 인테리어를 하던 주인공의 레이블이 있는 건물은 인테리어를 마치고, 주인공이 살던 대저택은 여과없이 부수며 마무리하네요. 드라마를 가장한...!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도 로맨스도 아닌 어쩡쩡한 포지션에서 이도 해보고 저도 해보고 하는 드라마라,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4부 정도나 길어도 6부 정도에서, 그것도 길지 않나, 끝을 냈어야 할 드라마였다고 생각해요.
되짚어. 풍부한 제작비 탓에 완성도는 높을지언정 그 완성도가 반드시 웰메이드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넷플릭스에 하나 당부 한다면.
왕좌의 게임 특정 시즌이 8천만 불 정도 제작비였는데 그에 준하는 드라마 제작비가 이제 한국에 지급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야말로 한국의 실재적인 토대에서는 (일반적인 제작사나 플랫폼이) 감당하기 힘든 드라마 제작비입니다. 한국의 웬만한 드라마 시스템이 멈추거나 재정비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지요. 더해서 아시아에서 넷플릭스 드라마의 중심을 일본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도 여러 곳에서 들립니다.
넷플릭스 역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겠습니다만, 계속 드라마에 투자해 주시길 당부하게 되네요. 넷플릭스가 흐려 놓은 드라마 환경이라, 넷플릭스가 계속해서 책임져 주시기를. <의천도룡기> 정도를 기점으로 폭망한 홍콩 영화계가 대한민국에서 오버랩하지 않아야 하니까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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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실망한 드라마였습니다.
오겜2 잘 만들어주셨기를, 하게 되네요, 저도...!
마지막편 라스트신에서 기겁했네요.
이런 작품이 나오다니.
결말이 좀 그랬죠...
무슨 말씀을 하고 싶었던 걸까, 되짚어 보는 분들 많이들 계실 것 같습니다.
너무 과한 비료를 주면 곡식이 도리어 썩는 것과 같은 이치군요.
넷플의 작품 선구안이 그 돈주머니 수준을 못따라간다는 건 만국공통이지만, 얼핏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준 미달의 시나리오와 기획안을 넷플에 냅다 들이미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을 로또 정도로 생각하는 창작자들이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잘 챙겨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나마 공유 서현진 나오는 씬들만 볼만하고, 애매하네요.
이야기 자체도 고급스럽게 포장한 막장 같고요.
고급스럽게 포장한 막장, 이 말씀에 공감하게 됩니다.
11월의 콘텐츠. 실패. ㅠㅠ
트렁크 걱정했던 게 저 줄거리가 영화가 아니고 에피가 많은 드라마라고?
저 장르와 줄거리로 흥미로운 사건이 그다지 없을 것 같은데 싶었죠.
작년부터 나온 OTT 한국드라마에 실망하게 되네요ㅠㅠ
소재에 신선함이 사라졌고 현지스러운, 안전지향적으로 가는 게 느껴집니다.
오게임2는 같은 절차를 밟지 않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