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47] 명절은 난도질과 함께 - 해피 땡스기빙
<해피 땡스기빙>(2023)
명절은 난도질과 함께
일라이 로스 감독의 <땡스기빙>은 2007년 장르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라인드하우스> 더블 피처에 삽입된 가짜 예고편의 장편 영화입니다. 로스 감독은 이 확장된 이야기를 클래식한 슬래셔 영화들의 공식을 통해 노골적으로 재현하는데 주력하는데, 그 결과물이 무척 성공적입니다.
이야기는 추수감사절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중 발생한 비극적 사고 1년 후, 가면을 쓴 살인마가 활약하면서 시작됩니다. 희생자는 1년 전 폭탄 세일 때 마트에 있었던 주민들과 제시카의 친구들이죠. 추수감사절을 주제로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고, 제시카는 점점 위험에 빠져들게 됩니다.
<땡스기빙>의 매력은 클래식한 슬래셔 장르의 충실한 재현입니다. 영화의 모든 것이 노골적으로 80년대 슬래셔 영화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물론 현대 관객들을 위한 세련된 연출이 더해지고 있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허점투성이 구성의 사랑스러운 슬래셔 영화 그 자체이죠. 치밀한 구성 따윈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라이 로스 감독에게 원하는 건 따로 있죠.
<땡스기빙>은 화끈한 난도질을 즐기는 영화입니다. 사지전단과 내장 외출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폭력의 수위가 상당합니다. 특히 추수감사절을 대표하는 음식을 그대로 흉내 낸 ‘인간 칠면조 구이’는 강렬합니다. 인간을 오븐에 넣고 바싹 구워서 식탁 위에 놓는 모습은 식욕을 잃게 만들죠. <그라인드하우스>의 가짜 예고편엔 이보다 더 심한 수위의 장면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생략되었습니다. 인간 머리와 칠면조 몸통이 결합한 구이를 가지고 성행....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려면 80년대 슬래셔 영화의 팬이면서, 일라이 로스가 만든 <그라인드하우스>의 가짜 예고편 장면을 기억하고 있으면 더 좋습니다. ‘인간 칠면조 구이’를 비롯해 퍼레이드 중 도끼로 목을 자르는 장면도 팬서비스로 충실하게 재현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 곳곳에 일라이 로스 감독의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스며들어 있어, 호러팬들에겐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죠.
<땡스기빙>의 또 다른 매력은 영화 전반에 녹아있는 블랙코미디적 요소입니다. 전통적인 추수감사절 축제와 잔혹한 연쇄 살인을 아이러니하게 결합시키며, 순례자 복장을 한 살인마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설정으로 미국 역사를 은근히 풍자하고 있죠. '인간 칠면조 구이'와 같은 극단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은 B급 호러 영화 특유의 정서와 분위기를 자아내며 섬뜩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더불어, 이 영화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라는 현대 소비주의의 상징을 통해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영화의 모든 비극적 사건들이 결국 폭탄 세일과 물건을 사려는 고객들의 광적인 열기와 경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땡스기빙>은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과도한 소비문화에 대한 일라이 로스 감독의 과격한 풍자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인 셈이죠.
덧붙임...
1.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실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현장의 혼란을 참고하여 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블랙 프라이데이 사고 영상을 연구하여 현실감 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 살인마 의상은 실제 17세기 순례자들의 복장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의상 디자이너는 역사적 정확성과 공포스러운 이미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했고, 특히 살인마의 마스크는 여러 번의 수정 끝에 최종 디자인이 결정되었습니다.
3. 상당히 높은 수위의 고어 장면들을 위해 특수 효과 팀은 대량의 가짜 피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살인 장면은 실제 특수 효과를 사용해 촬영되었고, CG는 최소한으로 사용되었다고.
다크맨
추천인 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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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그라인드 하우스 찾아보니 그라인드 하우스에서 이 영화 페이크 예고편을 일라이 로스가 만든 걸 알았습니다.
덕분에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
마세티만 만든 줄 알았는데 끈을 놓지 않은 걸 보니 그라인드 하우스도 참 대단합니다.
다만 마세티가 우주에 가는 것만은 안찍었으면 하는데 로버트 로드리게스 프로듀서란에 아직도 버티고 있네요.
마세티 너무 우려 먹지 않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라인드하우스 예고편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네요.^^
이번에도 불금호러 감사합니다.
인간 칠면조 구이 장면 ㅎㄷㄷ 정말 잔인해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