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랑해준 덕후를 위해...<기동전사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후기>
여러모로 재밌는 일입니다
1979년에 시작한 시리즈가 2020년대에 와서도 그 시리즈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는 것도 모자라 스토리마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니요
마치 작품속 주인공의 세대가 교체되면서 팬의 세대도 교체되는 걸 보는 기분입니다
본작은 제가 건담을 입문하도록 부추긴 작품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섬광의 하사웨이 이 작품을 먼저 봐서 건담에 입문한게 아니라
이걸 보기 위해 퍼스트 건담을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입문하게 되었고
지금은 뭐... 훌륭한 건덕이 되었네요
여러분도 건덕을 보신적이 있다고요?
작중 등장하는 기술인 사이코프레임의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 못하는 건덕에겐 돌을 던지세요
"샤아의 반란"으로부터 12년이 지난 우주세기, 본인을 '마프티 나비유 에린'이라고 칭하는 테러단체는 지구연방의 차별적인 정책과 억압에 불만을 품고 정부의 고위층을 상대로 테러를 벌입니다
어느날 마프티를 사칭하는 범죄자들이 한 비행기를 하이재킹한 것을 막아낸 한 청년이 우연히 그곳에 동승하고 있던 군인 케네스 슬렉의 눈에 띄입니다
케네스는 청년에게 이름을 묻고 청년은 자신을 하사웨이 노아라고 소개합니다
바로 일년전쟁, 그리프스 전역, 네오지온 항쟁, 샤아의 반란 등 우주세기를 아우르는 여러 전쟁에서 활약했던 영웅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이자
테테리스트 '마프티 나비유 에린' 본인이었습니다
<본작의 히로인 기기 안달루시아. 섬세한 동화가 인상적>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가 다들 그러하듯 본작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이는 과장스러운 연기도 없고 분위기 또한 느와르적 분위기를 줄기차게 밀고 나갑니다
가령 여주인공이 목욕을 마치고 바깥에 나왔다가 주인공을 마주친 상황이라면 일본 애니에선 "꺄앗! 00군 엣찌!"하면서 들고 있던 바가지라도 던지는게 클리셰인데
본작에선 그 클리셰도 대놓고 비틀어서 일말의 코미디 없이 무미건조하게 넘어갑니다
즉 이 작품은 현실적인 묘사에 집요하리만큼 출중합니다
이 현실적인 묘사는 모빌슈트 전투 장면에서 극에 달합니다
거대한 모빌슈트들의 전투를 길거리 일반인의 시점에 맞춰서 로우앵글로 보여주는데 일반인에게 있어 어떻게 보여지는지 그 거대한 전투 한가운데에 놓인 듯한 현장감이 일품입니다
비단 일반인의 시점뿐만 아니라 파일럿의 시점으로도 전투 중간간히 나오는 1인칭 시점 연출도 굉장히 잘 뽑혔습니다
파일럿의 시점에선 '액션물'이 되지만 일반인의 시점에선 그 액션이 '폭력'이 되는 차이점도 재밌습니다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빌슈트 전투>
<파일럿 1인칭 시점 전투>
칭찬을 한바가지 쏟아내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지만 한가지 단점이 너무나도 큽니다
바로 원작 자체의 한계이기도 한 '진입장벽'입니다
라이트 팬들이나 일반인이 아닌 건담을 좀 깊게 판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본작엔 '퀘스'라는 여자아이가 굉장히 중요한 인물로 언급되며 주인공 하사웨이의 행동의 근간이 됩니다
근데 퀘스가 누구인가는 나오지 않습니다
1. 퀘스에 대해 알기 위해선 <역습의 샤아>를 봐야합니다
2. 그런데 <역습의 샤아>에선 다짜고짜 전쟁이 일어나서 싸우고 있는데 이게 뭔일인지 이해하려면 <기동전사 Z건담>를 봐야합니다
3. 그런데 <Z건담>을 보려면 아무로와 샤아의 관계가 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동전사 건담(퍼스트건담)>을 봐야합니다
요약하자면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선 우선 3개의 작품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그 2개의 작품은 회차가 많은 애니메이션이에요
생판 모르는 사람은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이렇게나 기나긴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감이 안 오니까 시간으로 계산해보죠
먼저 퍼스트 건담을 총집편 극장판 3부작으로 본다고 칩시자
한편당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이니 퍼스트 건담 정복엔 7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제타건담은 총 50화, 각 회차마다 24분, 앞뒤로 오프닝과 엔딩을 빼서 본편만 21분으로 계산하면 제타건담 정복엔 17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마지막으로 <역습의 샤아>는 극장판이라 러닝타임이 2시간입니다
총 합쳐서 26시간 30분의 사전준비시간이 필요합니다
글 쓰는 동안 저도 감이 안 왔는데 막상 계산해보니 할말이 없어지는 시간이네요
<퀘스가 누구냐고요? 호로자슥입니다>
<이 광경이 단순한 '불꽃놀이'기를 바랬을지도>
단순히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정말 많이도 돌아왔습니다
우주세기 일년전쟁의 장엄함, 그리프스 전쟁의 비극, 샤아의 반란의 간절함을 모두 보고나서야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까웠느냐 묻는다면
절대 아닙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고 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말할 수 있겠죠
우주세기 건담은 과거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정면으로 반박해버리는 작품이며
건담에 조금이라도 닿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른 메카물들에게 더 높은 울타리를 치게 만드는 얄미운 작품입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지구연방이든 마프티든 제발 딴데가서 싸워 이새끼들아..."
스누P
추천인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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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등장하는 기술인 사이코프레임의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 못하는 건덕에겐 돌을 던지세요"
아니 제조 당사자인 애너하임도 자기네가 도대체 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공언한 우주세기 최고의 무안단물의 원리를 설명하라니... 이건 너무 가혹한 처사입니다!!!
(돌맞기 싫어요 ㅜ_ㅜ)
제타 건담도 3부작 극장판이 있으니까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구 작화와 신 작화가 섞여 있어서 오락가락 하는 작화 퀄리티 때문에 이질감이 크고,
몇몇 중심 사건이 빠지고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반감된 게 아쉽지만요.
그 강렬한 최종화를 놓치는건 너무 아까운 일이에요
수십년 후에 이걸 갑자기 애니화한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