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데드풀과 울버린 후기 - 명작은 아니다. 그러나...
제가 마블 팬이라서 그렇겠지만, 큰 단점은 잘 느끼지 못한 채 보고 왔습니다. 물론, 단점 자체는 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주제는 보이는데, 개연성 면에서 세부적인 것들이 구멍 뚫려있는 것. 새로운 설정(주요 인물 부재시, 유니버스가 소멸된다)을 기존 유니버스와 비교시, 어색함이 있는 것. 아! 그리고 데드풀 외 기존 데드풀 시리즈 캐릭터들 비중이 없어진 것. 그 외 세부적인 것들은 익무님들께서 진심으로 더 잘 아신다고 생각하고 맡겨드리겠습니다.
좋았던 점은, 제목이 데드풀과 울버린이므로, 어떻게 보면 둘의 케미와 소통이 이번 영화의 셀링포인트였을 텐데, 그것은 확실히 충족시킨 것 같네요. 둘이 같이 있으면서 상호 작용하는 시간도 많았고, 두 차례 피터지도록 싸우다가도 때로는 대화로 소통하면서 갈등을 완화하려고 하고(이 때 로건의 울버린이 로라를 구해줬다고 언급해주면서 후반부에 울버린이 협력 결정하게 해주고), 결국 둘이서 같이 카산드라 노바의 계획을 막고(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요), 슈와마로 갈등 어느 정도 봉합한 듯한 결말도 보여주고요.
이전에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아메리 차베즈, 더 마블스 3총사 등이 후반 클라이맥스가 약했던 것이, 개인적으로 서로 케미를 형성할 분량이 많이 있어야 했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선배(닥스, 캡틴 마블)들이 조언을 꾸준히 해주거나 갈등을 조명하면서 천천히 완화해 나가는 전개여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주연 2명이 둘이서 있는 시간을 제법 많이 가지면서 상호 작용 꾸준히 해준 것이 좋았던 것 같네요.
또 하나는, 닥스 2와는 약간 안티테제 방식으로, 카메오 캐릭터들한테 어느 정도 비중을 준 것이 좋았네요. 닥스 2는 아시다시피 일루미나티 거의 전체(블랙 볼트, 미스터 판타스틱, 캡틴 카터, 캡틴 마블(흑), 프로페서 엑스)가 완다 전투력 측정기로 낭비되었고, 심지어 삭제되었다고는 하지만, 원 유니버스 모르도도 전투력 측정기 예정이었다고 하고요.(1편에서 차기작 빌런 떡밥 뿌려놓고, 바로 죽이려고 하면, 뭘 어떻게 봐야하는지.) 한 마디로, 카메오를 철저히 카메오로만 썼죠.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안 좋은 방식으로요.
반면에 개인적으로, 데드풀과 울버린에서는 주요 카메오들이었던 엘렉트라, 블레이드, 갬빗(채닝 테이텀 그래도 조금이나마 한을 풀었겠죠?ㅋ), 그리고 로라. 보이드 최종전에서 각자의 전투씬들을 보여주면서 어느 정도 활약하고, 전투 도중 사망하면서 리타이어가 아니라, 부하들 다 쓰러드리고 알리오스를 맞이하는 방식으로 등장 종료하고. 그리고 결말에서는 각자 유니버스로 귀환했다고 하는 것 같고요.(로라는 데드풀 유니버스로 오고) 게다가 로라는 울버린의 마음을 궁극적으로 움직여주고, 헬멧도 전달해주는 활약도 해줬죠. 즉, 카메오들을 활용한 것이 저는 보기 좋았네요.
물론, 부하 카메오들과 휴먼 토치는 좀 아쉬울 수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휴먼 토치는 상징 대사인 "플레임 온!" 시전해서 능력도 보여주고...데드풀 영화답게 유쾌하게 욕설도 하면서, 유쾌한 캐릭터도 좀 보여주고요. 파이로도 휴먼 토치의 불을 통제하면서 능력 보여줬고요. 찌질이긴 했는데, 원작 엑스맨 3부작에서도 딱히 간지나지는 않았다보니.
마지막으로, 어쩌면 별 거 아닐 수도 있긴 한데, 1, 2편과는 다르게 폭스 산하가 아닌 디즈니 산하고, 그동안 15금이 최대였던 마블 하에서 제작한 3편이라 수위가 어떨지는 기대 반 불안 반이었어요. 제가 듣기로는 퍼스트 에이전트(킹스맨 시리즈 3편)이 청불이긴 했는데, 일반적인 청불보다는 좀 약하다고 한 것 같은데, 제게는 데드풀과 울버린은 그래도 청불답지 않았나 싶네요. 불쌍한 휴먼 토치. ㅠㅠ 데드풀.하면 청불이어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다 보여줄 수 있는데, 청불답게 가지 않았나 싶어요. 누군가 평한 대로, 최대한 기존 한계 너머를 도전해보지 않았나 싶네요. 그러면서 뭐랄까, 대중적으로 승화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도 건 같아요.(어쩌면 음악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오프닝 크레딧 전투씬, 데드풀 군단 전투씬에서요.)
맨 위에도 썼지만, 몇 가지 단점들 때문에, 명작은 아닙니다. 애초에 숀 레비 감독 그 분도 명작형 감독은 아닌 것 같고요.(어릴 때 즐겨봤던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TV로 봤고 나름 이름 있는 것 같던 Big Fat Liar, 인턴십 등. 평가 점수상으로는 그렇더라고요.) 그러나, 그래도 한 번은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였지 않았나 싶어요. 감독 그 분이 명작형은 아니지만, 무난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만드는 스타일인 것 같고, 저는 이번에 그렇게 느꼈고요.
P.S. 울버린이 마스크 쓰나, 안 쓰나...하다가 데드풀 군단에서 쓴 것을 보고, 미국이었다면 YES!라고 외치고 싶었네요.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원작형 울버린의 등장! ㅠㅠ
P.P.S. 그나저나, 전체적인 컨셉은 폭스 유니버스 완결작(엑스맨 뿐만이 아니라 폭스 산한 마블 영화들 전체적인 비하인드 영상 보여주니 더더욱 폭스 유니버스 완결작처럼 느껴졌네요. 마치, 우리들은 완결됐지만, 우리들은 분명 존재했다.라는 것을 보여주듯이)처럼 보이는데, 뉴라인(워너 브라더스 산하죠?) 출신 블레이드는 여기 웬일일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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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노병들에 비해 갬빗 활약씬이 유난히 눈에 띈 걸 보면 제대로 각잡고 찍어준듯 합니다...
이로써 엑스맨탄생 울버린의 이름뿐인 갬빗 테일러 키치는 영원히 바이바이(...)
카메오들이 진국이었습니다.
결말은 안좋았어도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이전에 마블원작 영화의 중흥기를 열어준 원로라서 대접해준 건지
아니면 앞으로 나올 MCU 블레이드의 전초전인지(...)
제작한다고 실컷 띄워놓고서 엎어진 갬빗 생각하면.. 채닝 테이텀이 불쌍했는데, 이번에 한풀이를 약간이나마 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