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를 하게 된 과정
버라이어티 기사 옮겨봤습니다. 원문은 아래예요.
https://variety.com/2024/film/news/yorgos-lanthimos-bugonia-remake-save-the-green-planet-korean-wave-1236076659/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어떻게 한국 SF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하게 만들었나?
한국의 CJ ENM은 자신들의 방대한 IP 라이브러리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로 최근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그의 단골 배우 엠마 스톤은 현재 한국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하는 SF 음모론 영화 <부고니아>(Bugonia)를 찍느라 한창이다.
이 영화는 음모론에 빠진 두 젊은 남자가, 대기업의 여성 CEO의 정체가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납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본 각색은 <석세션>, <더 메뉴>의 작가 윌 트레이시가 맡았다.
리메이크의 공동 제작 및 투자를 맡은 한국의 대기업 CJ ENM은 오래 전부터 한국과 해외에서 리메이크 개발을 포함한 IP 전략을 세웠지만, '한류'의 글로벌 확산이 없었다면 새로운 <지구를 지켜라>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미디와 가학적인 고문 요소가 들어간 원작 <지구를 지켜라>는 장준환 감독이 연출해 2003년에 공개됐다. 비평가들 사이에서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당시 버라이어티는 “섬뜩한 슬랩스틱 코미디에서부터 사회 비판, 진정으로 오싹한 그랑기뇰까지 다층적으로 작동한다.”라고 평가하면서 엉뚱한 결말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CJ ENM의 해외 영화 사업부장 고경범은 “<지구를 지켜라>는 시대를 앞서간 영화였고, 너무 빨리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2003년 당시는 김기덕 감독, 박찬욱 감독 작품 등 한국영화들이 세계에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자리 잡기 시작할 때였는데, <지구를 지켜라>는 그런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아트하우스 운동의 핵심에 있었고, 여러 영화제에 초청됐습니다. 박찬욱을 비롯한 다른 감독들은 일반 한국 관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죠. 하지만 <지구를 지켜라>는 조금 독특했고 상업 영화와 아트하우스 사이에 놓여 있었어요. 요즘은 그런 영화가 전 세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성공을 거둔 2010년대 후반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20년 초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은 CJ가 일부 자금을 투자하고 해외에도 배급한 영화다. 넷플릭스의 섬뜩하지만 중독성 있는 <오징어 게임>과 CJ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고경범 사업부장은 그 시리즈 역시 한국 컨텐츠에 대한 해외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저희처럼 <오징어 게임>의 감독도 2010년쯤부터 장편 영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0년 뒤,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할 방법을 찾았죠.”
한류 열풍을 타고 피프스시즌(과거 엔데버사의 스크립티드 컨텐츠 사업부였던)의 대주주가 된 CJ ENM은, 금융 및 글로벌 배급 접근성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된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러한 노력 중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젠버그의 신생 드림웍스SKG의 지분 인수, 크리스 콜럼버스의 1492 프로덕션과의 다년간 계약,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봉준호 감독 영화 <설국열차>의 드라마 리메이크에 4천만 달러를 투자한 사례 등이 있다(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고 있고, CJ가 운영하는 한국의 고급 멀티플렉스 체인 CGV를 모델로 한 미국 내 멀티플렉스 몇 곳을 운영하는 점도 나쁘지 않다.).
2017년 CJ ENM은 아시아에서 먼저 해왔던 방식으로, IP와 공동 개발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J의 할리우드 제작 진출의 청사진은 <수상한 그녀> 시리즈였다. 이 코미디 영화는 아시아(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태국, 베트남 등)에서 여러 차례 리메이크되었으며, 그때마다 각국의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반영했다. 북미에서는 서로 다른 관객층을 겨냥한 두 개의 개별 리메이크가 진행되었다. 타일러 페리 스튜디오는 미국 흑인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한 영어 버전을, 3Pas 스튜디오는 히스패닉 시장과 라틴 아메리카를 겨냥한 스페인어 버전을 제작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댄 린, 브루스 윌리스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는 영화 & TV 베테랑 개발자 엘시 최를 영입, 미국 내 자체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그런 과정에서 때때로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원작 감독인 장준환 감독과 함께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를 만들기로 했고,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의미 있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에서 그 영화를 소개하고 있을 때 아리 애스터(<미드소마>의 각본가 겸 감독)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아리 애스터가 리메이크 제작에 참여했고, 각본가 윌 트레이시의 기용과 중요 캐릭터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경하는 것에 결정적으로 관여했다.
“장준현 감독과 아리 애스터가 그 점에 대해 논의했고,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고려하여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합류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죠. 그리고 그가 합류했을 때 거의 최종에 가까운 각본이 나왔습니다.”
란티모스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4개를 받은 <가여운 것들>을 마무리하고서야 <부고니아>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경범 사업부장은 다시금 운이 좋았다고 하면서, (영화상 수상 이후) 란티모스의 몸값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CJ ENM이 보유한 IP의 다양함과 글로벌화의 다양한 경로를 모색하려는 의지에 운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영어 리메이크 영화를 최소 3편 이상 준비 중이다. <극한 직업>, <바이 바이 바이>(2011년 멜로 영화 <써니>의 리메이크)가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준비 중이고, 마이클 만 감독은 <히트 2> 작업을 마친 뒤, CJ ENM의 2015년 범죄 액션 히트작 <베테랑>의 리메이크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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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란티모스 영화는 개인적으로 딱히 재밌지는 않아서.. 뭐 어떻게 만들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