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실망후기(약스포)

쿠키 있음(딱히 의미는 없음)

결국 아쉬운건 당위의 부재다. TVA 직원이 왜 독단적으로 데드풀의 세계를 부수려하는지, 왜 굳이 데드풀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지, 수많은 데드풀이 데드풀을 막는지에 관해 관객을 납득시키지 않은 채 극이 진행된다.

캐릭터와 액션으로 영화는 간신히 유지되는데, 이는 영화의 공이라기보다는 이전 영화와 팬들과의 유대가 만들어낸 공이라 하겠다. 이는 스파이더맨의 그것과 동일하다. 마블이 어스파에서 획득한 노하우를 우려먹은 느낌이다. 모두를 숨은그림찾기로 치부할 순 없으나 너무 얄팍한 의도가 느껴진다. 데드풀 식으로 표현해보자면 마블의 “똥꼬”쇼.(관련 섹드립이 많이 나오는데 유효타는 적다. 초등학생이 떠드는 느낌) 그 의도를 알면서도 반가운 얼굴들과 의외의 캐스팅은 웃음을 머금게 했다.

울버린은 로건의 실패 낙담 희생 구원의 레퍼런스를 그대로 따라간다. 반복적인 성장과 극복의 서사 이는 토르의 고질병과 같다. 우당탕탕하는 다툼이 재미있었지만  차라리 2편의 케이블의 캐릭터가 더 신선했다고 할까…  굳이 데드풀 무비에서 또다시 X맨과 X맨 리뷰트와 로건에서 끊임없이 봤던 울버린의 모습을 반복해서 볼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런데 딱히 적절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MCU 가 개입된 만큼의 분량만큼 재미없다. 흥미로운 부분은 세계선 전체를 지키는 역할인 극 내의 데드풀의 역할과 이번 영화 데드풀이 MCU에 미치는 영향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이 데드풀은 세계를 구했지만 폭스에서 마블로 온 영화 데드풀이 MCU를 구할 것이라는 것은 모호하다는 점이다. 데드풀도 그 사실을 알듯이 파이기에 대한 투덜거림과 ㅈ망한 멀티버스에 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 유머 포인트. 수십의 데드풀과 싸우는 장면은 다른 액션에 비해 날림으로 처리됐는데, 감독의 그런 의향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데드풀은 1편의 대사를 빌리자면 “딱 몇번의 상황에서만” 진지하면 된다. 그러나 시종일관 진지한 데드풀은 그 매력을 잃고, 반대급부로 떠드는 농담은 유머라기보단 소음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큰 법이기에 쓴소리 투성이지만 근래의 마블영화에 비하면 선녀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