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를 보고 (스포O)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를 보고 왔습니다.
이제훈 배우가 청룡영화상 등 공식석상에서 구교환 배우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는데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춰 캐스팅 단계부터 이목을 끌기도 했었죠.
영화는 청춘찬가에 대한 알레고리와도 같아 꼭 액션 장르의 외피를 둘러 싼 청춘 드라마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영화 곳곳에서 인물들의 대사로 활용되어서 단순한 추적극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초반부터 스릴 넘치고 유기적인 장면 전환의 호흡도 빠릅니다. 클로즈업을 반복 사용하여 극의 리듬감을 형성하기도 하고 러닝타임 내내 서스펜스를 작동시켰다 이완시키는 능력도 우수하고요. 이때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달파란의 스코어도 참 좋습니다.
94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 맞게 곁가지를 쳐내 여지를 주는 부분을 주고 그와중에도 인물의 선택에 납득이 되는 설득력을 주는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 많은 위기를 돌파해내는 상황이 많은데 그런 상황을 돌파해내는 디테일이 좋은 편입니다. 일례로 지도 대신 라디오 안테나를 활용하는 등 소품의 활용이 참신합니다. 중간에 조력자가 등장하는데 이때 이솜 배우 등 카메오의 출연은 이종필 감독의 전작인 <삼진그룹 영어토입반>이 연상되면서 극의 ‘연대’를 강화해서 좋은 카메오의 예시가 되겠네요. 두 영화 모두 무거운 주제에 대한 캐릭터 무비의 모범적인 해답이 되기도 하고요.
아닌 게 아니라 캐릭터 설계도 크게 경쟁하는 두 인물이 단순히 이분법적이지 않고 은근한 교집합이 있거나 그 인물을 부연하지 않아도 행동이 이해가 되게 짜여서 좋습니다. 가령 구교환 배우가 맡은 ‘현상’역은 엄연히 안타고니스트에게도 피아노와 관련된 서사를 느슨하게 부여해 마지막 선택에 납득이 가게 하는 식입니다. 송강배우의 특별출연도 이목을 끌면서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이제훈 배우가 맡은 ‘규남’ 역은 실패라도 도전하고 싶은 확신의 낙관을 이종필 감독을 대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캐릭터 작법도 좋았지만 출연진의 연기 또한 인상 깊습니다. 구교환 배우의 캐릭터 해석은 고정화된 북한 연기나 악역 연기를 벗어나 그만의 고유성을 보여줘 스트레오 타입을 돌파하는 참신한 개성과 접근법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제훈 배우의 열연과 <화란>에 이어 그 인물 그 자체같은 홍사빈 배우의 연기 등도 좋았고요.
하지만 특정 대중가요의 강력한 사용은 그 의미에 비해 인위성이 강해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과 의뭉스러움이 듭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정작 지뢰를 안밟고 가는 등 디테일이 떨어져 아쉬움이 남고요. 이에 대한 우려로 캐릭터 하나가 지뢰로 사망하는 걸 또 직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구실을 꾸미는 걸로 보이긴 하네요. 주제에 대한 확신이 후반부에 들면서 강박으로 변모해 다소 넘실거리기도 했지만 끝끝내 이종필 감독의 청춘찬가의 낙관에 주인공에게 행운을 빌어주게 되긴 합니다.
- 별점 : ★★★☆
추천인 2
댓글 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아 그랬나요?
단순 반공 영화에 머물지 않고 꿈을 위한 청춘의 질주를 보여준 것 같아서 영화가 맘에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