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제럴드의 게임> 재리뷰 (결말 포함 줄거리 요약, 감상평)

지난번에 보고 간단한 후기만 작성했던 <제럴드의 게임>을 좀 더 자세히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공개 연도: 2017년
러닝타임: 1시간 42분
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줄거리
부부 관계인 제시와 제임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한 관계 개선을 위해 외진 숲에 위치한 한 별장을 빌립니다.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모든 것을 철저히 세팅해놓은 상태였습니다.
별장에 도착한 뒤 정리를 마치고 수갑으로 제시의 양 팔을 침대에 묶어놓고 관계를 가지려는데, 그녀는 평소답지 않은 제럴드의 행동에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거부하고, 그렇게 둘은 다투게 됩니다. 그 순간, 제럴드가 고통스러워하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립니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해버린 것이었죠. 제시는 양 손이 묶인 상태로 별장에 혼자 고립되고 맙니다. 핸드폰과 열쇠는 잡기에는 너무 멀리 있었고, 이 날을 위해서 제럴드가 별장 청소와 잔디밭 관리까지 다 끝내 놓은 터라 근처에 사람이 올 일도 없었죠.
그때 열린 문을 통해 한 떠돌이 개가 들어옵니다. 처음 별장에 오는 길에 마주쳤고, 제시가 제럴드 몰래 고급 스테이크를 나누어주었던 개였습니다. 개는 잠시 머뭇거리다 제럴드의 시신을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이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제시는 더욱 이성을 잃게 되죠.
그런데 쓰러져 있던 제럴드가 다시 일어납니다. 실제로 살아난 것이 아닌,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진 제시의 환상이었습니다. 제시 자신의 모습도 환상으로 나타나서 제시에게 말을 걸어댑니다. 무의식의 도움으로 제시는 우여곡절 끝에 물을 얻는 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밤이 찾아옵니다. 어두운 집에 혼자 있는 제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러다 방구석에 서 있는 키 큰 형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환상일 것이라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떴지만, 형체는 더욱 뚜렷해질 뿐이었습니다. 무시무시하고 기형적으로 생긴 그 형체는 자신이 가진 상자 속의 뼈와 장신구들을 보여주며 씩 웃습니다. (앞으로는 편의상 환상 속의 제럴드의 말대로 '문라이트 맨'이라 부르겠습니다) 제시는 두려움에 떨다가 잠이 들고, 이때 영화는 제시의 과거를 보여 줍니다.
제시가 십대 소녀였을 때, 제시는 가족들과 별장에 갔었습니다. 이때 제시는 별장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작네요."
그리고 제시의 아빠는 대답합니다.
"네가 커서 그런 거야."
제시의 엄마와 동생들은 보트를 타고 바다에 놀러 나가고, 그동안 제시는 아빠와 벤치에 앉아 개기 일식을 구경하기로 합니다. 이때 아빠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며 무릎 위에 앉길 부탁하고, 사춘기에도 아빠와의 사이는 좋았던 제시는 별 생각 없이 아빠의 무릎에 앉습니다.
그리고 이때, 아빠는 제시를 보며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게 됩니다.
별장에 돌아온 뒤, 아빠는 자신이 한 짓에 대해 미안하다며 이 일을 엄마에게 말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제시는 일식 때 있었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엄마는 제시에게 좋은 하루를 보냈는지 묻습니다. 아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제시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유리컵을 깨뜨려버립니다. 아빠는 제시의 손에 난 상처를 치료해조며 말합니다.
"너 좀... 조심해야겠다."
제시는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그저 아빠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뿐이었고, 자신의 탓이 더 클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살아갑니다. 아빠의 만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 후로 제시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무의식 속에서 깨어난 제시는 손으로 유리컵을 깼던 일을 기억합니다. 마르기 전의 피는 기름처럼 미끄럽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선반 위에 있던 컵을 이용해 수갑에서 손을 빼내기로 합니다. 제시는 선반에 컵을 부딪혀 깨뜨린 후, 유리 조각으로 자신의 손목과 손바닥을 가릅니다(으으!). 그리고 결국 수갑에서 손을 빼내는데 성공합니다.
이때 손가죽이 통째로 벗겨지다시피 하는데, 상당히 잔인한 장면입니다.
제시는 급하게 응급 처치를 하고, 밤에 나타났었던 문라이트 맨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결혼 반지를 문라이트 맨에게 준 제시는 차를 타고 별장을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과다 출혈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오래 가지 못하고 나무에 박아 기절합니다. 그리고 근처 집에 살던 사람들에게 발견됩니다.
시간이 지난 후, 제시는 손 재활 치료를 받으며 무난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럴드의 죽음으로 보험금을 받고 큰 문제 없이 삽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밤마다 문라이트 맨의 환상이 나타나 제시를 괴롭힌다는 것이었죠. 그녀는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됩니다. 재단을 설립하고 아이들과 상담을 하며 도움을 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문라이트 맨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그는 '레이먼드 앤드루 주베르'라는 연쇄 살인마였습니다. 수많은 묘지를 훼손하고 시신의 일부를 수집했죠. 그러나 제시만은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눈, 코, 입과 손발이 커지는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주베르가 재판을 받는 날, 제시는 법정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던 문라이트 맨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 주베르는 별장에서 제시가 자신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합니다.
"넌 진짜가 아니야. 환상일 뿐이야..."
제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베르에게 다가갑니다. 이때 제시의 시선에서 주베르의 얼굴이 아빠와 남편 제럴드의 얼굴로 바뀌는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제시는 주베르를 잠시 바라보다 말합니다.
"당신,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작네요."
이 한 마디를 하고 법정을 나오는 제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감상평
장소가 한정되어 있음에도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연출이 정말 뛰어났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무의식 속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별장에 있던 개는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주베르의 모습을 보고 제시가 착각했던 것일 수도 있죠. 이런 면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더욱 재밌습니다.
어쨌든 좀 더 자세히 보자면, 제시는 자신이 아빠에게 당한 일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했었습니다. 엄마 탓이라고,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었죠. 개기 일식은 그 날 이후로 끝났음에도, 태양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세뇌한 것입니다.
그러나 별장에서의 일을 겪으며 그녀는 성장하게 됩니다. 아빠와 약속한 비밀도, 사랑하는 사이였던 제럴드도, 결국 자신을 속박하는 '수갑'이었던 셈이죠. 제시는 자신을 억누르던 수갑을 벗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태양을 볼 자격이 있다고 말하며, 당당히 태양을 바라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시가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태양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이를 의미하죠. 어떻게 보면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를 어느 정도 의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제시의 마지막 대사가 참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의 기억보다 훨씬 작다고. 이는 사춘기 시절의 제시가 가족과 함께 갔던 별장을 보며 한 말이기도 합니다. 별장, 그리고 주베르가 제시 눈에 작아 보였던 이유는, 처음 봤을 때보다 제시가 컸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크고 무서워 보이는 것들도 성장한 뒤 보면 사실 아무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럴드의 게임>은 공포의 대상과 트라우마를 회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하라, 그리고 그것들이 사실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에 가깝지만, 제게는 감동적인 성장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강력 추천합니다.
나 자신이 성장하고 극복하면, 그 모든 것은 처음보다 작아 보인다
★★★★☆
도삐
추천인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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