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보러 가기 전에 영화에 나올 곡들을 들으며 쓰는 글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음악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정확히 5년 전인 씨네큐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서이다. 당시 음악가님은 암으로 고생하고 있던 시기였고, 그런 상태에서 그가 써내려간 <Async>라는 앨범은 나에게 정말 큰 울림을 주었다. 한 예술가가 몸이 성치 않은 상황에서 자신만의 음악으로,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워서 작업한 그 앨범에 나는 많은 감정을 느꼈다. '자연의 소리로 음악을 만든다' 이 글귀와 그의 음악은 정확히 일치하는 듯 보였고, 거기서 느낀 감정들은 곧 그의 영원한 팬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그 뒤에 알게 된 수많은 명곡들. <Merry Christmas Mr.Lawrence>, <Rain>, <The Last Emperor>, <Aqua>, <Happy End>, <ぽっぽや> 등은 차곡차곡 내 플레이리스트에 쌓여 갔다. 어느순간 그의 음악은 내가 듣는 음악에 있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심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음악을 담당하셨을 때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기를 바랐는데,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 영화와 음악가님의 철학이 맞닿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많이 아쉬웠었다.
그렇게 암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오래 사시며 음악을 만들 거라 생각했지만 또 찾아온 또 한 번의 암은 나의 가슴까지 매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암에 굴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시며 음악 작업을 하고 계시길래 괜찮아 질 거라 희망을 품었지만 시한부라는 기사를 보고 숨이 턱 막혀 왔다. '이젠 진짜 끝이구나'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끝까지 음악을 만들었다. 자서전에서도 잘 나와 있지만 자기가 할 것들을 다 하고 가야겠다는 심정으로 계속 작업을 했다고 한다. 절망적인 순간에서도 그의 예술혼은 절대 꺾이지 않았다.
음악가님이 존경하던 이우환 선생님의 손길이 더해진 마지막 앨범 <12>가 완성됐을 때 그야말로 감동의 순간이었다. 아마, 이 앨범이 나오기 전에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가님을 얼굴과 음악을 세계에 알린 초석과 같은 작품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용은 그저 그랬었고, 연기하는 사카모로 류이치 음악가님, 신인 기타노 다케시, 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함께 나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특이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너무도 좋았다. 이미 알고 있던 모든 곡들이 영화에 나오는데, 음악이 흘러나올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리뷰 글을 쓰려고 할 때, 음악가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글을 쓰는데, 눈물이 났었던 같다. 마음이 아팠고, 벌써 그 시간이 다가왔다는 거에 많이 슬펐다.
세상이 떠난 후에 일본에 갔었을 때 구입했던 음악가님의 CD들, <12>에서 들었던 곡들, <어파이어>에서 들었던 <Andata> 그리고 <괴물>에서 들었던 곡들은 계속해서 그를 떠오르게 할 수 있었고, 그 방점을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가 찍는 느낌이다.
빨리 영화를 보러 가고 싶고, 빨리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가님의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참고: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감독인 소라 네오는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가님의 아드님이시다.
톰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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