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유) 나의 피투성이 연인

유지영 감독이 연출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연인이 그 후 갈등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데뷔작으로 주목을 받은 신인 작가인 재이(한해인)는 영어 학원 강사인 건우(이한주)와 함께 살면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 다 2세에 대한 계획도 없는 와중 덜컥 재이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 바로 낙태를 준비하는 재이지만 건우는 재고를 권합니다. 하지만 확고했던 재이는 병원을 알아보고 결국 건우도 찬성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수술을 하지 못하고 출산을 하려고 합니다. 같은 시간에 건우는 다니고 있던 학원에서 분점 원장직을 제안 받고 새로운 학원 리모델링에 여념이 없습니다. 한편 출산과 글쓰기가 같이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재이는 홀로 호텔에 가 글을 쓰는 등 별의 별 노력은 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글은 나오지 않고 출판사도 출산 이후 글쓰기를 권합니다. 재이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죠.
독립영화치고는 2시간 30분에 다다른 긴 러닝타임을 가진 이 작품은 대한민국의 현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까진 아니지만 예술가로서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도 임신과 출산은 너무나 큰 이슈가 됩니다. 그렇다고 건우 캐릭터가 재이를 안 도와주는 것도 아닙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누구보다도 그녀와 함께 이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지만 재이의 문제는 결국 스스로 밖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영화는 이런 딜레마를 시종일관 보여줍니다.
영화 후반부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관객들은 두 인물이 어떤 결정 후 다가올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가사처럼 말이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긴 하지만 또 어찌 보면 당면한 문제는 혼자서 해결해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이 영화를 보면서 들기도 했습니다.
유지영 감독은 <수성못>이라는 장편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이 바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인데요. 임팩트 있는 이 제목은 작가가 좋아하는 시인이 쓴 시의 제목이라고 합니다. 시인 분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 지은 제목이라고 하네요. 독특하게 지방(대구)에서 거점을 두고 투자를 받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그런 형식으로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여러 모로 이야깃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논쟁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돌아올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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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저평가 받은 작품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