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칸이 인정한 사카모토의 각본으로 고레에다 감독이 ‘괴물’로 그려낸 것
같은 산을 다른 곳에서 오르고 있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전부터 사카모토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7, 8년 전에 대담을 나눈 후, 내가 쓰지 못하면 사카모토 씨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는 다르지만, 동시대에서 작품을 만들어 온 우리는 고민하는 것이 같았다. 가해자 가족이든, 방임이든, 유사 가족이든. 같은 산을 다른 곳에서 올라가는 느낌이다.”
<괴물>의 기획 개발은 사카모토와 가와무라 겐키 프로듀서 등과 함께 진행되었고, 플롯이 완성된 즈음에 “연출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맡기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플롯을 읽고 흔쾌히 승낙한 고레에다 감독은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코로나 사태로 촬영이 연기되는 등 약 4년에 걸쳐 준비를 진행했다. “면밀한 회의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빈틈없는 각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알 수 없는 존재
초등학생 아들이 “교사에게 체벌을 당했다”고 고백한 어머니가 학교에 항의하러 갔을 때,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성의없는 태도를 취하고, 해당 교사도 진정성 없는 형식적인 사과로 일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어머니의 시점으로 그려진 이 사건을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와 피해를 호소하는 아이의 세 가지 시점으로 그려낸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는 복잡성, 상호 이해의 어려움과 가능성이다. 고레에다, 사카모토 두 작가의 작품에 공통된 주제다.
“엄마는 학교라는 조직을 이해하지 못해 괴물로 여기고, 학교는 엄마를 괴물로 여긴다. 아이도 자기 안에 싹튼 알 수 없는 감정 너머에서 괴물을 본다. 정말 요즘 같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쓸 수 없다”고도 했다. “나는 보통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다. 이번 소재라면 아마 폭풍이 지나간 뒤의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뭔가 일어날 것 같은 폭풍 전의 이야기다. 그것이 관점을 바꿔서 반복된다. 내가 써왔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가노・스와 지역에서 촬영에 전폭적인 협조
연출에 있어서는 “사카모토 씨의 각본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관객을 참여시켜 다양한 괴물을 보면서 진행할 것을 의식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 정체성까지 얽힌 섬세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연출법도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각본을 주지 않고 말로만 상황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각본을 전달하고 리허설도 반복했다. 코디네이터가 합류해 LGBTQ 당사자의 이야기를 스태프 전체가 함께 들었다”고 말했다.
촬영은 나가노현의 스와 호 주변(※<너의 이름은.>의 배경지가 된 곳이기도). 처음에는 도쿄도 내를 배경으로 했지만 촬영지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나가노현에서는 전폭적인 협조를 해주었다. 비를 내리는 장면에서는 지역 소방서에서 소방차를 모두 출동시켜 주셨다. 폐교된 학교에서의 촬영도 전학 온 아이가 부모와 함께 엑스트라로 출연해주었다.”
소년들의 ‘비밀기지’가 된 산 속 전차는 대규모 로케이션 세트다. “터널과 폐선된 철도 선로를 스태프들이 찾아주었다. 그곳으로 자재를 운반해 전차를 처음부터 조립했다.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배제하는 세상을 향해
완성된 작품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더욱 강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낀다. “전 세계 곳곳에 단절과 분열이 있다.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색으로 구분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배제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는 상황이 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은 대본 개발 단계에서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들을 안아주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구해줘서 아이들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보다 어른들이 남겨지는 게 낫다고, 어른들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완성 직전에 관계자들에게 작품을 공개하는 첫 시사회 직전까지 연기를 하고 편집에 손을 댔다. 고민한 것은 ‘마지막 15분. 끝나고 난 후의 감정’이었다고 한다.
감정에 집착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편집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몫이지만, 이런 이야기로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히 있었다. 조금만 손봐도 절망으로 보이기도 하고, 희망으로 보이기도 하고, 꿈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말 미묘한 조절로, 그 부분을 반복해서 고치고 또 고쳤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내 영화에서도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카모토 매직이 전해진 것 같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사카모토 유지 각본)와 같은 각본이라면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생각하면서 찍었을 텐데, 이 각본이라면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고레에다 감독.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도 “내가 열렬한 팬이다. 지금까지는 삶의 단편을 쌓아 올리는 식의 표현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야기의 추진력이 강하다. 인간의 신선함과의 대비가 잘 이뤄졌다”고 반응을 보였다. 칸에서의 각본상 수상에 대해 “좋은 밸런스로 구성할 수 있었다.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콤비의 두 번째 작품, 있을지도 모르겠다.
(출처: 일본 Hito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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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이 진짜 좋아요ㅠㅠ
덕분에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진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해석에 따라선 어른들에겐 절망일 수도 있겠네요. 이해하려 하지 않은 죗값이랄까.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