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무려 10년만에 다시 돌아온 하야오 감독의 복귀작이자 요시노 겐자부로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참인 시절 소년 마히토는 도쿄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는 입원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 불이 납니다.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기 위함인데 그 아내는 엄마의 여동생 즉 이모 나츠코입니다. 일본은 사촌간의 결혼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봅니다.
아무튼 작은 마을에 도착한 마히토는 엄마와 굉장히 닮은 나츠코와 서먹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사춘기 소년 마히토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스스로 머리에 상처를 내면서 자해를 일삼기도 합니다. 여전히 엄마 꿈을 꾸고 그것을 잊기 위한 좋지 않은 방법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사 온 첫날부터 마히토 곁을 얼쩡거리던 왜가리는 마히토가 혼자 있을 때 불쑥 방으로 오더니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새인데도 불구하고 이빨을 드러내면서요. 그리고 마히토의 가장 큰 약점인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마히토는 왜가리를 따라 집 건너편에 있는 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가 살아있다고 말한 왜가리에게 당했다는 것을 얼마지나지 않아 알게 되죠.
다시 되돌아온 마히토는 나츠코가 산책을 나간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녀 또한 알고 보니 탑으로 들어간 것이란 알게 되죠. 마히토는 하인으로 있는 일곱 할멈 중 한 명과 함께 탑의 비밀통로로 들어서게 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2차 세계대전 당시를 기억하면서 그때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 작품도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는 부모님을 찾아간다는 큰 전제가 있긴 하지만 제목에서 암시하듯 주인공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내용이라면 이 작품은 철학적인 제목처럼 '선택'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 키워드의 심연에는 역시 '진리'와 '사랑'이 있고요. '마히토'라는 이름의 뜻도 영화 속에서 잠시 등장합니다.
이런 주제의 작품으로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게 드니 빌뇌브의 <콘택트>가 있을 것 같네요. 최악의 결과를 뻔히 알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운명이라는 점이 이 작품과는 살짝 다를 수도 있겠지만 피로 이어진 관계에서의 진정한 사랑을 두 작품에서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가 역시 제목처럼 쉬운 내용의 작품은 아닙니다. 전작들은 화려한 음악도 없고요.(물론 엔딩곡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노장 감독으로서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후대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고민하는 것이 분명히 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이젠 연세도 있으시니 은퇴는 그만 하시고 딱 한 작품만 더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마지막으로 들었습니다.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