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리뷰] 강스포) 헝거게임 (★★★) "공허한 노랫소리가 뱀의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까지 메아리칠 때"
이 영화는 마무리에 역량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 전까지는 영화에 매력이 없어요. 영화가 총 3막의 구조로 나뉘어져 있는데, 3막에 다다르기 전에는 그저 흔한 할리우드 영화 1이라 눈에 띄는 결점은 없어도 눈에 띄는 장점 또한 없습니다. 이는 1막의 구조적 한계에 기인하는 면도 있습니다. 1막은 인물과 세계관을 설명하는 빌드업이여서 이해에는 도움이 된다지만 감각적으로는 무의미한 파트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2막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따로 이야기해 보죠.
우리가 아는 '헝거게임'은 2막에서 펼쳐집니다. 그런데 본편 64년 전의 헝거게임을 다루는 영화라 스케일이 작은 데다 이야기도 참여자인 루시-멘토인 스노우 둘로 나뉘어 있어서 '헝거게임' 자체의 매력적인 요소가 사라졌습니다. 본편은 거의 생태계 하나를 경기장에 배치한 것과는 달리 프리퀄은 콜로세움 같은 경기장 하나가 공간의 끝이거든요. 중간에 폭탄 테러가 일어나 경기장이 무너지면서 억지로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래도 너무 작아요. 게다가 사실상 루시와 스노우 둘의 관계에 주목하던 영화가 2막에서는 카메라를 원경으로 돌리고 발생하는 사건만을 찍기에 급급해서,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헝거게임 영화'로 보기엔 엔터테인먼트가 부족하다는 궁극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소설판을 그대로 축소해서 그런지 여러 요소가 기계적으로 끼워 맞춰진다거나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루시 그레이의 노래에 그런 면이 좀 강하죠. 그 외에도 여러 거시적 및 미시적인 요소들은 거의 다 끼워 맞추기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3막도 예상대로 흘러갔다면 이대로 영화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도 전에 잊혀질 영화였을 거예요.
주목할 부분은 3막인데, 우선 본인이 시리즈의 이전 작들을 접한 적이 없다 보니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 오리지널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스노우라는 캐릭터가 폭력과 선의의 고뇌 속에서 결국 선의를 선택하는 정석적인 주인공상일 줄 알았어요. 바로 이 점 때문에 3막부터 스노우가 서서히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전개는 저에게 굉장히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반전을 꾀하는 것 외에도 3막의 인간성에 대한 탐구는 나름 훌륭한 축에 속합니다. 운으로 발생한 악의와 의도하지 않은 살인이 겹쳐져 원래부터 뱀이였던 이의 이빨을 드러나게 만들었죠.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루시의 선의와 공존의식에서 발생하다 보니 끝까지 그가 타락할 것이라는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1막과 2막의 이야기와도 겹쳐지며, 결과적으로 무매력에 가까웠던 1, 2막이 눈에 띄는 특징이 존재하는 3막을 어느 정도 받쳐 주는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3막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왜 헝거게임이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지만, 이건 원작 소설이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리퀄이고 영화도 그걸 따라가는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죠.
결론적으로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서사적 역량이 대부분 3막에 집중된 인간에 대한 탐구입니다. 안 좋은 점도, 좋은 점도 구구절절 늘어놨지만 결국 15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역량이 후반부에 서사적으로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정석과 안정성만을 추구하다 어떠한 매력도 잡지 못하고 잊혀진 영화들보다 적어도 차별화될 점이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시리즈물은 이전 시리즈를 알고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노뱀발'은 특이하게도 이전 시리즈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게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한 드문 영화가 되었네요.
영화에도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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