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인의 없는 전쟁 히로시마 사투편 (1973) 실록 야쿠자.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097 2 4

 

 

 

야쿠자에 대한 영화인데, 실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장군의 아들류 조폭 미화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김성수감독의 아수라와 닮았다. 

결함을 가지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수컷들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식이다.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는데, 

마초적이고 잔인 폭력적인 영화로서는 이 이상 가는 영화가 드물 것이다. "수컷냄새가 물씬 풍기며 잔인 폭력적이고 

등장인물들이 벌거벗었다"하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영화다. 그런데, 이것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라,

이것의 공허성과 얄팍함을 까는 영화다. 

 

 

신사적이거나 예의, 양심, 규율같은 것이라고는 없는,

욕망을 바깥으로 환히 드러내고 뻔뻔하게 다니는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고 하면서 결국 파멸로 끝난다.

별 것 아닌 일로 야쿠자의 법도를 어겼다며 죽이고, 

사소하게 다투다가 죽이고, 

자기 이익을 위해 다투다가 (협상으로 해결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죽여 버린다. 

윗사람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 십수년을 허비하는 

젊은이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지만, 야쿠자들은 자기들끼리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 칭송하며 

서로 서로 자화자찬한다. 관객들이 보기에 어리석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의리니 법도니 하는 것은 다

공허하고 자기들 욕망을 미화하는 것이다. 피식 웃으면서 자기들끼리 야쿠자의 법도를 찬양하고

사나이의 용기를 찬양하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 

 

 

 

본 편에서는 야마나카 세이지라는 전설적인 야쿠자 킬러가 주인공이다. 

내로라하는 야쿠자 두목들을 암살하고, 히로시마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야쿠자 항쟁을 일으키던 

무시무시한 또라이 오오토모 카츠토시를 총 하나로 거의 죽여서 은퇴하게 만든다. 

죽은 이후에도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야쿠자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그는 어리석게 야쿠자에게 이용 당하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야쿠자들 자기들끼리는 엄청난 업적을 세우고, 야쿠자의 법도를 한 몸에 구현한 영웅으로 떠받들지만, 

관객들 눈에는 "저 어리석은 놈......"하는 말이 나오게 한다.

 

카지 메이코가 야쿠자 오야붕의 조카딸로 나와서 야마나카 세이지와 사실혼 관계를 맺는다. 

영화가 시작하면, 젊은 천둥벌거숭이 야마나카 세이지는 원래 독종으로 행세하며 원한 있는 사람들은 다 죽일 것처럼 카리스마를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음 약하고 혼자라서 늘 외롭고 사람을 해치는 것도 벌벌 떨면서 못하는 사람이다. 남편이 카미카제로 전사한 영웅적인(?) 사람의 아내인 카지 메이코는 딸 하나랑 외롭게 산다. 

카미카제 전사자의 아내라고, 재혼도 못하게 주변사람들이 눈치를 준다. 카지 메이코와 야마나카 세이지는 

할 수 없이 사실혼 관계만 맺는다. 외로운 야마나카 세이지는 카지 메이코와 그 딸을 극진히 사랑하고 아낀다.

그렇다면 야쿠자생활도 접고 가족만을 위해 살아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천길 낭떠러지 위에서 외줄 타는 듯한

야쿠자 킬러생활도 하면서 동시에 패밀리맨으로서 생활도 한다.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야 하는 외로운 고아가

어떻게 자기 생명을 내놓고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킬러역할을 한단 말인가? 야쿠자의 의리라는 이해 못할 공허한 

가치에 사로잡혀 킬러역할을 하고 다니다가 결국 가족과 헤어지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그의 일생이다. 

그 야쿠자 의리라는 것도, 야쿠자 오야붕이 야마나카 세이지를 이용해먹기 위해 속이고 기만하는

그것에 평생 놀아난 것이다. 

 

 

 

야마나카 세이지가 죽자, 야쿠자들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며 그를 기린다.

젊은 야쿠자들은 말조차 조심스럽게 그를 칭송한다. "그가 야쿠자두목들을 총 한자루로 암살하고 

야쿠자 항쟁을 혼자서 막았다"하는 겉보기에 화려한 업적(?)만 남는다. 

하지만 그의 무덤은 아무도 찾는 이 없어, 비석도 깨지고 땅이 움푹 패였다. 그는 참 어리석고 비극적인 일생을 산 

순박한 고아였다. 그렇게 독하게 굴고 폭력을 휘두르고 한 것도 외롭고 의지할 곳 없어 그랬던 것인데, 

사랑하는 가족이 생긴 다음에도 왜 그렇게 야쿠자의 의리라는 별 것 아닌 족쇄에 자신을 묶었던가?

 

영화가 굉장히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이고 에너제틱하다. 아드레날린이 화면 바깥까지 풀풀 풍긴다. 

시리즈 다섯편을 다 보아야 하나의 사건이 완결된다고 하니, 이 한편만 가지고 뭐라 하기에는 좀 그렇다.

 

영화가 참 이상하다. 슬렁슬렁 실록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박진감 넘치고 나중에 다 보고나면

구성이 단단하다. 허술한 것처럼 보이는데, 다 보고나면 구성이 단단하고 할 말만 딱 명료하게 난 느낌이다.

배우들도 막 난리법석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 보고나면 프로페셔널들이 프로페셔널한 연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볼 때는 야쿠자들이 막 난동을 벌이면서 정신이 없는데, 다 보고나면 주제의식이 명료하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의리 없는 전쟁 시리즈 보는데... 진짜 상남자의 끝장을 보여주기 때문에 일본이 저랬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랍죠. 일본 중장년층이 한국 누아르 영화들 보면서 향수에 젖는 게 이해가 가요.

13:08
23.11.16.
BillEvans 작성자
golgo
1970년대 일본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15:43
23.11.16.
2등

이런 작품들 좋은 번역으로 제대로 보고 싶습니다. 

14:08
23.11.16.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요즘 리매스터링되면서 제대로 나오고 있는 영화들이 많다는 것이 위안이 됩니다.
15:44
23.11.1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충격의 에피소드 제작 과정 1 golgo golgo 3시간 전17:24 947
HOT ‘시너즈’ 해외 70미리 IMAX 상영 극장 풍경 2 NeoSun NeoSun 31분 전20:32 171
HOT 오컬트 장르를 대중 오락물로 리셋한 <거룩한 밤: 데몬 ... 9 마이네임 마이네임 4시간 전16:41 2270
HOT [내부자들] 이경영役→'천의얼굴' 이성민표 재해석... 2 시작 시작 1시간 전19:51 450
HOT <야당> 하퍼스 바자 화보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9:40 205
HOT 마동석 [거룩한 밤] 언론사 첫 반응 2 시작 시작 1시간 전19:36 968
HOT 홍상수 감독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해외 ... 3 golgo golgo 1시간 전19:25 471
HOT 미국서 흥행 국산 애니 '킹 오브 킹스' 여름 개봉 5 golgo golgo 2시간 전18:27 712
HOT 4DX는 세월이 지날수록 퇴보 하는 느낌이네요. 2 DKNY 2시간 전18:09 675
HOT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 초간단 후기 2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18:09 387
HOT 우연히 지나가다가 본 홍보물! 2 Andywelly 3시간 전17:49 491
HOT '라자로' But Why Tho 3화 리뷰 및 평점! 1 하드보일드느와르 4시간 전16:50 371
HOT <파과> 개봉 전에 원작 소설 읽는데 재밌네요. 5 뚠뚠는개미 5시간 전15:48 900
HOT 페드로 파스칼이 올린 케이틀린 디버와 ‘라스트 오브 어스‘ ... 1 NeoSun NeoSun 5시간 전15:17 565
HOT 생각보다 괜찮았고, 알뜰히 즐긴 휴일의 수유롯시 열혈검사... 4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5시간 전15:12 631
HOT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 작품 소개 3 golgo golgo 7시간 전13:24 2995
HOT [썬더볼츠*] 오프닝 무삭제 영상 시작 시작 8시간 전12:51 1084
HOT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고공비행 액션 비하인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2:45 795
HOT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2, 에피2 스틸 9 golgo golgo 8시간 전12:26 1300
HOT 노스포) 지난주에 봤던 영화들 간단 리뷰 모음입니다. 24 갓두조 갓두조 10시간 전10:21 1218
1173416
image
네버랜드 네버랜드 6분 전20:57 24
1173415
normal
golgo golgo 10분 전20:53 40
1173414
image
음악영화 음악영화 10분 전20:53 43
1173413
image
NeoSun NeoSun 17분 전20:46 123
1173412
image
NeoSun NeoSun 20분 전20:43 104
1173411
image
NeoSun NeoSun 25분 전20:38 81
1173410
image
NeoSun NeoSun 29분 전20:34 124
1173409
image
NeoSun NeoSun 31분 전20:32 171
1173408
image
GI 34분 전20:29 74
1173407
image
석호필@ 석호필@ 1시간 전20:02 198
117340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20:02 151
1173405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19:51 450
117340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9:40 205
1173403
normal
시작 시작 1시간 전19:36 968
1173402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9:25 471
117340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59 303
1173400
normal
golgo golgo 2시간 전18:57 415
1173399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8:27 712
1173398
normal
DKNY 2시간 전18:09 675
1173397
image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18:09 387
117339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09 370
1173395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8:01 607
1173394
image
Andywelly 3시간 전17:49 491
1173393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7:24 947
1173392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4시간 전16:50 371
1173391
image
마이네임 마이네임 4시간 전16:41 2270
1173390
image
뚠뚠는개미 5시간 전15:48 900
1173389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5:32 503
1173388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5:17 565
1173387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5시간 전15:12 631
117338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5:01 535
1173385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4:54 374
1173384
normal
석호필@ 석호필@ 6시간 전14:41 344
1173383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4:38 819
1173382
image
처니리 처니리 7시간 전13:40 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