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방문한 가스파 노에, <소용돌이> 보고 관객이 울었으면 좋겠다
<소용돌이>의 시사회가 오늘 도쿄 휴먼트러스트 시네마 시부야에서 개최되었으며, 감독 가스파 노에 그리고 그와 친분이 있는 감독 츠카모토 신야가 참석했다.
이 작품은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가 라는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정면으로 냉철하게 바라본 작품이다. 화면을 분할한 스플릿 스크린을 통해 노부부의 일상을 두 가지 시점으로 동시에 보여준다. <서스페리아>의 다리오 아르젠토가 영화감독인 남편을, <엄마와 창녀>의 프랑수아 레브런이 전직 정신과 의사이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내로 분했다.
먼저 노에가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의 영화처럼 섹스, 마약, 폭력을 주제로 하지 않은 감성적인 작품이다. 여러분들이 보고 울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농담 섞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는 “소규모 촬영팀으로 등장인물 2~3명의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노부부가 있는데 아내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 아들은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가족 설정인데, 2주 정도 만에 촬영할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그래서 2021년 2월에 시나리오를 쓰고, 3월에 촬영, 4~5월에 편집, 7월 초에 칸 영화제에서 상영했다. 2021년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외출 금지령이 내려져 파리 거리에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코로나에 감염되고 싶지 않다’고 다들 무서워했고, 촬영 중에도 긴장감이 있어 독특한 분위기로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 작품은 매우 진지한 작품이다. 촬영에서는 장면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그 이후의 대화는 모두 애드리브로 진행했다. 다리오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모두 즉흥적으로 연기해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행사 중간에 등장한 츠카모토는 “1992년 프랑스 아보리아즈 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가스파를 만났다. 서로 자기소개를 했는데 가스파가 ‘내 영화를 보러 와달라’고 해서 본 영화가 <까르네>였다. 정말 멋진 영화였고, 깜짝 놀랐다. 이후 영화제에 갈 때마다 가스파를 만나 친분을 쌓으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소용돌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정말 절로 감탄이 나오는 영화다. 나의 부모님은 10년 전쯤에 돌아가셨는데,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솔직히 말해서 꽤나 힘든 영화다. 다만, 이를 악물고 보는 깊은 애틋함도 느꼈졌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에 대해 노에 감독은 “(츠카모토 감독의) 최신작 <호카게>도, 나의 <소용돌이>도 역대 작품 중 가장 진지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공포 장르는 아니지만, 심리적이고 현실적인 공포 요소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자가 “츠카모토 감독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노에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에서 그가 연기하는 부분을 정말 좋아한다. 스콜세지 영화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배우 중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웃음). 만약 향후 일본에서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꼭 신야에게 출연을 부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아르젠토의 캐스팅 의도를 묻자 “그는 매우 친근한 사람이고, 카메라에도 익숙하다. 나의 아버지를 닮아 몸짓이 큰 것을 좋아한다. 처음 캐스팅을 생각했을 때 그 사람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딸 덕분에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폭력도 없고 섹스신도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아르젠토 작품을 좋아한다는 츠카모토는 “젊은 시절 <섀도우>를 보고 영화는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남’을 만들 때에도 영향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아르젠토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놀랐다”고 말하자, 노에가 “시나리오가 짧고 대본에 대사가 적혀 있지 않아서 출연 제의를 수락하기 쉬웠을 것이다. 다리오에게 ‘배역의 인물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그럼 바람을 피워도 되겠느냐’고 말씀하셔서 불륜 연인이 있는 설정으로 만들었다. 아주 적은 인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의상 담당자가 그의 연인 역할을 맡았다(웃음). 그와 함께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는 영화계의 록스타 같고,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다”라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노에는 “이 시사가 끝난 후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다 울고 계셨으면 좋겠다. 울지 않는 분이 몇 명이라도 있으면 실패작이 될 테니까”라고 농담을 던지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출처: 일본 Nata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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