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더 마블스에 불호를 박는 개인적인 이유.
사실 영화평을 굳이 남겨야 하는 심정도 있었습니다만, 더 마블스에 대한 혹평은 반PC주의자들의 소행이라는 말에 반하는 의견을 피력해보고자 글을 씁니다.
제작자로서의 마블영화의 태생은 애들이나 보는 걸 왜 영상화하냐는 비웃음이었으며, 관객으로서 제가 마블영화를 좋아하는 과정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영화를 보냐는 유치함어린 시선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냉랭한 시선들을 뒤로하고 마블영화는 퍼스트어벤져로부터 출발하여 엔드게임에 이르는 우직한 대장정을 통해 영화의 거장들과 영화의 존재의미에 대해 입씨름을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서서히 끌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많은 관객들은 그 과정에서 본인의 믿음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보입니다.
그런 보상이 점차 무의미하게 퇴색되어 가고 있고 있고 지금은 그 대상이 더 마블스에 꽂혀있긴 하나, 더 마블스에 불호는 박는 이유는 사실 더 마블스 한편에서 생긴 악감정 때문일 것만은 아닙니다. 엔드게임까지 이르는 과정은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이지 대단했고 그렇기에 그 다음 작품을 만드는 건 사실상 형만한 아우가 거의 없는 미디어 시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겠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소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으니 일단 논외로 넘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작품을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들이 듭니다. 우선 완다비전을 보면 완다비전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균열의 조짐은 로키에서부터 살짝씩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키까지는 그래도 볼만했어요. 로키에서 차세대 최종빌런인 정복자 캉을 만들기 앞세우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을요. 그런데 팔콘 앤 윈터솔저에서부터는 뭔가 이상함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팔콘 앤 윈터솔저는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에서 작품의 노선이 대거 변경되었다고 하니 그 또한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작품의 행보는 사실 썩 만족스러움이 없었습니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서사를 6부작으로 만들어서 급하게 만드려는 게 너무 티가 났습니다. 대충 1화에 많은 제작비를 '꼴아' 박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머지 4화에서는 유사한 서사의 반복을 (없어도 될 갈등을 이중으로 반복하는) 그리고 마지막 1화에 또 제작비를 '꼴아' 박는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유사한 플롯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영화라고 다를까요, 샹치와 블랙위도우는 '다시보나 선녀같다' 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이고, 이터널스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완다비전의 서사와 엮여 음표 전투씬이나 마지막 시점 세번째 눈의 CG처리 문제를 뒤로한다면 꽤 훌륭했습니다. 멀티버스를 이용한 완다의 서사 문제도 좋았고. 호불호는 갈리지만 연출법에 있어서는 적어도 다음 작품들 보다는 괜찮다는 게 중론입니다. 문제는 토르4에서 시작해 블랙팬서2와 앤트맨3에서부터 이어진 거 같습니다. 이 작품에는 마블 특유의 갈등선과 해소되지 않는 감정선은 없어요. 갈등은 단순하게 풀어버리고 감정선은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냥 겉만 다른 복제품입니다. 유사한 플롯 유사한 등장인물간의 역할, 유머를 담당할 역할 한 소끔, 유사한 케릭성을 가지고 겉만 바꿉니다. 마치 소니가 만들고 있는 시니스터 식스 트릴로지(베놈, 모비우스) 마냥 큰 플롯은 같고 대강대강 때려 박고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더 마블스도 이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더 마블스에 불호를 박는 개인적인 이유는 크게 네가지입니다. 하나는 단순한 감정선입니다. 두번쨰는 단순한 감정선의 연장으로 좋은 게 좋은거다라는 태도 세번째는 가벼움, 네번째는 화려한듯 하나 그렇지 않은 액션을 꼬집고 싶네요
첫번째 이야기를 해보죠. 캡틴 마블이 차세대 에이포스의 리더라면 그에 상응하게 캡틴아메리카를 비교 대상으로 보겠습니다. 우선 '재회' 라는 키워드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재회'라는 소재는 사실 엔드게임까지의 핵심 열쇠입니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 생각하겠지만, 관객들은 마블영화에서 수많은 재회라는 소재를 맞닥뜨렸습니다. 캡틴아메리카가 냉동인간 상태에서 깨어나 수십년이 지난 뉴옥과의 재회, 윈터 솔져에서는 죽은줄로만 알았던 버키와 재회, 시빌워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본인은 아니지만 아이언맨이 자신의 부모를 죽인 버키를 만나게 됩니다. 이 세가지 재회라는 소재에서 관객들의 감정은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놀라우면서도 폭발적으로 요동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오래 끌어(심지어 오랜 후 작품까지도 끌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고 논란거리를 만듭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놀라움을 표출하거나 누가 잘못했냐 갑론을박하게 만들고 잠잠해질만 하면 커뮤니티에 시빌워 누가 잘못했느냐를 두고 싸움질이 벌어지곤 했었죠
그런데, 이번 더 마블스에서는 이 재회라는 감정은 어떻게 사용되었을나요? 모니카 랭보와 캡틴 마블의 재회에서 느껴져야 할 복잡한 감정은 미즈 마블이 와서 '와이 소 시리어스' 한단어로 해체해 버립니다. 캡틴 마블을 기다리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어머니의 임종을 블립으로 인해 지켜보지도 못한체 5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돌아온 모니카 랭보의 복잡한 심경은 서사로서 꽤나 훌륭합니다. 그런데 영화 초반을 위해 가볍게 희생됩니다. 그저 아직은 대화하기 싫다고 하는 랭보를 뒤로하고서는 카밀라가 '와이 소 시리어스?' 한마디 하며 서로를 끌어 안아 버리고는 서로의 묵은 감정을 일시에 해소합니다. 빌런과의 재회에서도 큰 감정선이 느껴지지가 않아요. 일단 빌런의 설계도 급조한 것 같을 뿐더러 캡틴마블을 보고서는 으르렁 거리며 너 때문에 행성이 박살이 났다 그래서 복수한다입니다. 시빌워에서 혈혈단신으로 어벤져스를 분열시켰던 지모의 복잡한 감정선은 느껴지지가 않아요. 감정선들이 그냥 일직선입니다.
두번째로 넘어가보죠. 서사의 진행은 좋은 게 좋은거란 식으로 마구 흘러갑니다. 누가 크게 희생되거나 갈등이 꼬여 남아있지도 않고 다 풀어버립니다. 디즈니 만화영화에서처럼 다치는 사람도 없고 죽는 사람도 없고 좋은 게 좋은거야. 이렇게 지나갑니다. 하다못해 다음 작품에서 살릴 의도로 누구를 죽는 것 처럼 묘사라도 하면 좋겠으나 그냥 빌런은 죽고 히어로는 살아 남는다는 공식이 계속됩니다. 토르4 블팬2에서부터 앤트맨3 그리고 더 마블스에 이르기까지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으로 직선적으로 풀어버립니다. 달리 말하면 실패가 없고 실패가 있어도 심각한 게 아니고, 결국에는 모든게 잘 풀리는 식으로 끝납니다. 쉽게 말하면 긴장감이 없다는겁니다. 마지막 랭보의 희생도 결국에는 X맨의 편입용으로 이용됐을 뿐, 궁극적인 희생이라는 안타까움이나 아쉬움이랄 게 없습니다. 엔드게임 이전에는 누군가는 영화 도중에 얻어 터져가며 피흘리기도 하고 다치는 모습도 보여주며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어 공감을 일으키고는 하는데 더 마블스에 이르러는 그런 모습도 없습니다. 맞아도 멀쩡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도 없는 굳건한 히어로. 그저 얼른 좋게좋게 서사 쌓고 마지막 보스 잡으러 가자 이런 느낌으로 작품을 찍어내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공감대가 형성이 되질 않아요.
세번째 앞서 설명한 것과 또 이어지는데, 가벼움입니다. 엔드게임 전까지는 어렵게 복잡하게 쌓아올려서 후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면 최근 작품은 그냥 가볍습니다. 세부적으로 우선 아쉬운 점은 닉퓨리의 사용입니다. 닉퓨리는 엔드게임 끝나기 전까지 꼭 필요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 상당히 많은 비밀에 쌓여있는 인물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캡틴 마블에서 눈을 구스에게 잃어버리는 설정을 가져오질 않나. 이번 더 마블스에서는 솔직한 말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개그용 감초 케릭으로만 사용된 느낌이 다분합니다. 박서준 배역은 그냥 안타까우니 언급조차 하고 싶지가 않네요, 영화를 보며 창피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웠습니다. 스크럴은 또 어떻고요, 바로 직전 드라마인 시크릿 인베이전에서 적당하게 판을 깔아 놨는데 여기서는 그저 가벼운 소모재일 뿐.
서사의 구성 자체도 너무 '가족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전작인 앤트맨3과 이번작품의 가장 큰 공통점은 다소 경박한 유머코드가 오래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앤트맨3에서는 모독으로 대변도는 불쾌한 경박함. 더 마블스에서는 구스와 새끼고양이로 대변될 수 있겠네요. 구스가 귀엽다는 건 뒤로 하고 이 둘의 존재로 인해 진중해야 할 시간에 진중함은 없어지고 가벼움만이 남습니다. 모독은 지나치게 기괴한 CG와 별 감흥 없는 유머코드에 스타워즈식 플룻을 끼얹어 너무 가벼운 가족영화처럼 끝납니다. 마찬가지로 구스와 새끼고양이들은 귀여움으로 무장하였지만 승객들은 한명도 죽지 않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존재로 남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를 제거해 버립니다. 에이지오브 울트론에서는 소코비아가 공중으로 떠올라 히어로들이 죽거나 다쳐가며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숭고함과 긴장감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영 맥아리 없는 장면만 연출되다 보니 이 또한 가벼움으로 남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점들이 모여 긴장감이랄 게 없는 그저 비슷한 기승전결을 가진 작품들만이 난립할 뿐입니다. 너무도 가벼운 '가족영화' 같은 느낌으로요.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에서 액션이 뛰어나다는 말에는 동의를 못 하겠습니다. 액션이 뛰어난 게 아니라 CG가 뛰어난 것 처럼 보입니다. 전투씬이든 뭔가를 박살내는 것이든 사실 CG가 만든 게 다수죠, 겉으로만 화려한 광원효과와 박력넘치게 보이는 파괴/박살나는 씬이지만 사실 CG를 걷어내면 뭐가 남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윈터솔저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버키와 캡틴아메리카의 단검 한자루를 두고 곡예를 펼치는 듯한 맨몸 전투씬의 로망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시빌워에서 아이언맨을 두고 받아라 배신자의 펀치, 받아리 니 아빠를 죽인 손맛, 니 아빠가 만든 방패로 니 레이저빔 반사와 같이 액션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처절함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봤던 탑에서 추락하는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발사한 거미줄을 손처럼 보이게 하는 안타까운 CG 연출도 없습니다. 일단 CG로 떡칠해서 당장 보는 눈만 화려하게만 만든 느낌이 다분합니다. 블팬2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여리여리한 몸으로 액션을 하려니 느릿느릿하고 붕뜬 느낌이 너무 많습니다. 그 빈 공간을 CG로만 칠하는 느낌이 다분하고요. CG로 떡칠을 할거라면 엔드게임에서의 캡틴 아메리카 vs 타노스전 처럼 로망 넘치는 무언가 혹은 그런 상징이라도 선보여야 할텐데 그건 또 아닙니다. 분명히 볼 때는 화려한 액션이었지만 결국 본질은 CG떡칠인 액션신덕에 머리에 남는 액션이 없어요.
저는 이러한 이유로 더 마블스에 불호를 박았습니다. 이런 유사한 복제가 계속된다면 마블 영화는 과연 존립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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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워에서 아이언맨을 두고 받아라 배신자의 펀치, 받아리 니 아빠를 죽인 손맛, 니 아빠가 만든 방패로 니 레이저빔 반사 이부분에서 빵 터졌어요ㅠㅠ
아직 더 마블스를 보지는 않았지만 공감되는 글이에요
심각함을 심각하게 없애고 한없이 가벼워만 지는것 같아요 마블이ㅠㅠ
옛날 마블의 폼은 다시 못 돌아오는걸까요...
저도 팔콘앤윈터솔져 부터 어 이게 아닌데 라는 느낌이 확 들었었습니다. 빌런도 빌런 같지도 않고.. 캐릭터들 매력은 다 사라졌고..
그 이후 나온 드라마 영화 들은 정말 돈 낭비가 따로 없었지요.
지난 주 로키가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시즌2 종료.
결국 멀티버스 사가에 남은 희망이라고는 이제 닥스 뿐인데, 닥스마저도 사실 2편의 톤이 너무 개인적으로 불호였었습니다.
그런 고로.. 앞으로 MCU 영화를 극장 가서 볼 일은 거의, 아니 아마도 없을 듯 싶고,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