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부기맨 (2023)
<부기맨>은 호러영화에서 익숙한 소재인 벽장 속 괴물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원작은 스티븐 킹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이죠. 영화의 시작은 원작을 따라가지만 금방 각색의 결과물인 새로운 이야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킹의 원작은 이 영화 이전에 단편 영화로 만들어졌었죠. 부기맨이란 영화를 이전에 봤었는데? 기억이 있다면 2005년에 나온 동명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건 스티븐 킹의 소설하고 상관없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었죠.
<부기맨>은 레스터 빌링스라는 이상한 남자가 상담을 위해 하퍼의 집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의 세 아이를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레스터는 어떤 존재가 자신의 집안에 있다며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데, 하퍼는 두려움을 느끼며 몰래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그 사이 레스터는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하는데, 그 일로부터 부기맨은 하퍼의 집에 들러붙게 됩니다.
<부기맨>은 엄마를 잃은 세이디가 겪는 상실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부기맨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세이디 자매에게 들러붙어 정신적으로 무너지기를 원합니다. 세이디는 동생이 부기맨를 봤다고 할 때 믿지 않죠. 겁이 많은 어린아이의 착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존재를 인정하고 당당히 맞서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이디는 비로서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한 발짝 성장하게 됩니다.
<부기맨>은 장단점이 뚜렷한 영화입니다. 여러 문제점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데 가장 아쉬운 점은 부기맨에 대한 묘사입니다. 부기맨은 어떤 모습을 갖춘 것이 아니죠. 어둠속에 숨어 인간이 느끼는 공포가 만들어내는 형태인데, 이 영화는 단순한 괴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어둠 속에서 몸의 일부만 드러났을 때는 괜찮은데, CG의 결과물인 전신을 드러내는 순간 존재감이 뚝 떨어집니다. 팔다리가 길고 재빠르게 움직이지만 개성이 없는 괴물이기 때문이죠. 이 괴물은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 영화에서 원안을 썼던 인물이 각본을 써서일까요?
그리고 영화는 세이디 엄마의 죽음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것처럼 은근슬쩍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이건 왜 이렇게 해야만 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떡밥만 툭 던져놓고는 어느 순간 의혹은 무책임하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죠.
<부기맨>의 점프 스케어는 사운드의 힘을 빌려 때론 효과적으로 쓰이곤 합니다. 벽장 속 부기맨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깜짝쇼가 없으면 이상한 거죠.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멋진 장면이 이 영화를 기억하게 만듭니다. 밝게 빛나는 조명 공을 활용한 연출이죠. 침대 저 편 어둠속에 숨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는 컴컴한 복도 저 편으로 조명 공을 굴리는 장면인데요. 조명 공이 굴러가면서 짙은 어둠의 맨살을 드러나게 하는 장면은 꽤 매력적입니다. 이 두 장면은 연출도 뛰어나지만, 어린 소녀의 연기가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 넣습니다. 제발 침대 밑에… 복도 저 끝에 아무것도 없어야 할 텐데… 라는 아이의 간절한 마음과 두려움의 감정이 잘 전달되고 있죠.
<부기맨>을 보면서 든 의문이 있습니다. 원작과 달리 현대를 배경으로 함에도 당연히 쓰일법한 소품들이 완전히 생략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세이디의 가족은 어둠을 좋아하는 부기맨에게 대항할만한 무기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집안에 있는 많은 조명들, 플래시, 그리고 10대 소녀가 절대 손에서 놓지 않을법한 스마트폰의 강렬한 눈뽕 공격을 왜 부기맨에게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배터리 방전인가요?
사실 <부기맨>의 각본은 좋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스티븐 킹의 원작은 단편 분량이고 영화는 길게 엿가락처럼 늘려야만하죠. 이야기의 확장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테고, 각본이 가진 약점들을 롭 새비지 감독의 연출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몇 씬들은 꽤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으니까요.
다크맨
추천인 9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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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금호러 올려주셨군요
만듦새는 생각보다 좋았던거 같아요
주말 호러로 봐야겠습니다ㅋ
못본 영환데... 주말에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