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까봐 얼른 보고 온 더 마블스(노스포)
누군가가 "똥인 줄 알았는데 된장이었다" 라는 표현을 썼다는데 진짜 맞는 표현 같습니다. 사실 개봉하기 전부터 말이 많아서 되게 걱정했습니다. 빨리 보게 된 것도 언제 극장에서 내려갈지 몰라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보러갔거든요.
기대치가 워낮 낮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려보다는 나은 작품이었습니다. 조리돌림으로 까임당하던 액션신도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특히 셋이 싸우면서 위치가 바뀌는 스위치 액션을 어떻게 만들까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합을 잘 짰습니다. 하이라이트에서 다르-벤과 더 마블스 셋이 싸우는 액션신 중에 트레일러에 나온 허우적대며 손에서 빔 나가는 액션신이 제일 후진 부분이었습니다. 왜 그 부분을 트레일러로 써서 괜히 욕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했습니다. 특히 미즈 마블 역을 맡은 이만 벨라니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사실 드라마 미즈 마블에서도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뭔가 좀 어버버하고 굼뜨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10대 소녀 특유의 발랄함과 매력을 맘껏 뽐냈습니다. 보면서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영화 내내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브리 라슨도 지금까지 '그냥 열나짱쎈누나'로 평면적이었던 캡틴 마블의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PC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제가 느끼기엔 그렇게 심하게 문제를 일으키거나 너무 과도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냥 일부러 어거지로 여성캐릭터를 쓴 게 아니라 그냥 필요한 주인공/배역인데 여자였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뜬금없이 걸즈캔두애니띵을 외치면서 역으로 남성을 부자연스럽게 바보멍청이무능력한마초악한으로 만들어서 불쾌하게 만드는 부분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여자가 많이 나온다 뿐이지 그게 뭐 보기 불편하거나 어색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스토리 전개는 좀 엉망입니다. 자기 행성을 구하겠다는 다르-벤의 목표는 충분히 이해갑니다만 맨 마지막 행보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뭔가 본인의 현재 심정을 표현해 줄 만한 대사 한줄이라도 넣어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밖에 사건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출연진들간의 갈등이 점점 해소되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넣어주었다면 좋았을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블 영화 중 가장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덕택에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자잘한 부분에서 개연성을 좀 보여주거나 하다못해 말로라도 설명해주었으면 좋았을 꺼라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스토리가 이쪽저쪽으로 팍팍 튑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스무스하게 처리하는게 마블의 강점 중 하나였는데 안타까운 일이네요.
전체적으로 그냥 딱 지금 마블의 한계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스토리가 절묘하게 연결되는 맛으로 보는게 마블 영화들이었는데 요즘엔 뭔가 얼기설기 얽혀있고 구멍이 숭숭 나 있다는게 문제죠. 마블 영화들을 포함해서 최근 헐리웃 액션영화들이도 보면서 전체적으로 느끼는 부분입니다만 각본의 문제인지 연출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어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거기에 맞는 어떤 액션이나 어떤 장면이 일어난다는 느낌보다는 '어떤 액션신을 넣고 싶다', '어떤 장면을 넣고 싶다'는 이유로 스토리를 그쪽으로 끌고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장면간 개연성이 떨어져서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더 마블스도 분명 장면장면 괜찮은 장면들과 흥미로운 플롯이 있는데 이걸 전체적으로 잘 꿰지 못한 느낌입니다. 뭐랄까 옛날 이야기중에 마무리하는 법을 나중에야 깨우친 짚신장수 아들 이야기가 있는데 딱 아들 짚신 같다는 느낌입니다. 분명 짜는 기술을 나쁘지 않은데 마무리를 하는 방법을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해 손님들이 아버지 짚신만 사간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마지막으로 박서준은... 고생했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나쁘진 않았으나 좀 더 비중이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이정도면 정식 캐스팅이 아니라 스페셜땡스투로 올라가도 될 것 같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가를 내리자면 좋은 재료와 레시피를 가지고 있었지만 조리방법이 좋지 못해 아주 못먹을정도나 실패작은 아니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요리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봉 전 걱정만큼 망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작들과 비교를 해 본다면 블랙 팬서 2와 앤트맨 3보다는 위, 토르 4와는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네요.
아, 마지막으로 쿠키영상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끝나자마자 한 번, 스탭롤 스크롤 중 한 번 나옵니다. (끝나자마자 나오는 건 쿠키로 안치고 스탭롤 중간에 나오는 거 하나만 쿠키로 치는게 맞는 건가요?) 그리고 맨 마지막 마블 로고가 나오고 쿠키사운드가 한 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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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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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 마블이 꽤 괜찮네?
박서준 고생했구나....에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