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유][리뷰] 더 마블스 - 호 라서 쓴 리뷰인데 까는 내용이 더 많다...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의 속편 격이고 디플을 통해 공개한 시리즈 [완다비젼]과 [미즈 마블]을 통해 소개된 두 캐릭터
캡틴 램보(포톤)와 카밀라 칸(미즈 마블)을 MCU의 세계로 본격 편입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2시간이에서 많이 모자란 역대 MCU중 가장 짧은 러닝타임 안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우선 이야기를 진행하는 커다란 축들을 보면 ‘더 마블스’팀의 세 캐릭터 별로 요약하면.
► 캡틴 마블 : 과거 자신을 이용한 크리족을 향한 복수 과정에서 그들의 본성인 할라가 황폐화하게 되고 종족을 대표해 그녀를 멸절자라 부르며 복수하려는 메인 빌런 ‘다르 벤’과의 갈등
► 캡틴 램보 : 어릴 적 약속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았던, 그리고 블립을 겪은 후 어머니의 임종 소식과 함께 근황을 알게 된 ‘캐롤 이모’에 대한 감정적 갈등
► 미즈 마블 : 동경하던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의 세계에 갑자기 끼어들게 되며 성장하는 소녀의 서사 + 힘의 원천인 벵글의 실체를 따라가게 되는 모험담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 한꺼번에 전개가 됩니다.
여기서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는데,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그들과 엮인 갈등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적어도 [캡틴 마블] 영화와 두 편의 시리즈 정도는 예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마블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온 대형 프렌차이즈가 덩치를 불리면서 이전 작품들을 섭렵하지 않으면 개별 작품 독립적으로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다는 부분이 매우 도드라진다는 거죠.
이런 문제점을 알기에 영화는 전반부 1/4 정도를 오롯히 할애하여 앞으로 전개에 필요한 사전지식을 알립니다.
캐릭터 관계, 성격, 능력, 배경 등등을 요약하여 보여주는데 매우 공을 들였고 어느 정도 성공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여러 편의 시리즈를 통해 알려준 내용들을 축약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 점은 계속해서 문제가 될 것이고 리부트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겠죠?
다음으로 영화가 공개되기 전 상당한 우려를 표하던 부분인 기획의 성격.
그러니까 여성 히어로 셋이 메인에 여성 감독의 단독 작품이기에 디즈니표 PC나 페미니즘의 무리수가 묻을 거다란 부분.
이런 점에 대해선 상당히 공을 들여서 균형을 잡고 솟아오른 부분을 뭉개놓았습니다.
사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벡델 테스트 통과용 영화로 친페미니즘적 구조의 어색함이 있긴 해요.
‘닉 퓨리’는 고군분투 하긴 하지만 세 명을 서포트하고 조언하는 용도로만 쓰이고, 히어로/빌런 진영 모두 남성들은 종잇장처럼 얄팍하게 묘사되며 예전 헐리웃 상업영화의 성역할을 뒤바꾼 모양이 분명합니다.
(이 부분에서 닉 퓨리가 살짝 엔젤들 도와주는 찰리 같단 느낌도 드는 게 웃기긴 합니다만)
여기서 잠시 곁길로 빠지자면, 이 작품에 한국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가게 만드는 박서준이 있죠.
그는 노래로 대화하는 행성의 왕자로 등장하고 정치적 이유로 댄버스와 결혼했던 인물 얀 왕자인데.
애초에 이 캐릭터의 코믹스 원작 설정이 성역할을 역전한 페미니즘 서사를 통한 풍자극 성격이 짙고
실재 이번 영화에서도 잠시 눈호강 시켜주며 쉬어가는 파트 + 이성 조력자 역할이거든요(007 본드걸 같은 거죠)
덕분에 박서준 출연 분량은 안습.... 심지어 의상은.. 아 이건 나중에 다시 언급하고.
이 외에도 액트2로 넘어가기 전, 반짝 등장해 도움을 주는 특별출연도 토르의 자리를 대신한 ‘발키리’고
악역 역시 여성인 ‘다르 벤’에다 그녀의 심복들로 주요역할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따지고 들면 한 둘이 아닌데 영화를 보면서는 크게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감독/제작진이 불편함 없이 자연스런 전달을 위해 공 들인 느낌이긴 해요.
그리고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은 이번 작품에 들어서야 역할에 제대로 정착한 느낌입니다.
일단 어떤 차이인지 몰라도 작중에 비춰지는 외모가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히어로스럽습니다.
마빡이 소리 들으며 조롱짤 양산했던 전작에서의 아쉬움은 적어도 이번엔 없었어요.
몇 차례 변주되는 복장도 톤다운 되고 ‘파일럿’이란 정체성에 맞춰 점프슈트 스타일을 유지한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살아있는데다 일상복도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윈터 솔져]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스텔스 슈트-고전 슈트로 이어지는 레전드 착장 생각이 나더군요. (피규어도 잘 나올 듯?)
‘캡틴 마블’이 프랜차이즈에 들어와 타노스를 두드려 패고, 그의 거대 모함을 몸통 박치기로 작살내던 [엔드게임]에서 내심 불안했던 것은 지나치게 파워 인플레가 된 캐릭터의 정체성이었습니다.
그 정도 힘이라면 이제 어지간한 악당은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전에 마무리 되게 생겼잖아요? 물론 다른 작품들에서야 ‘캡마는 다른 별의 더 중요한 일로 바빠’라는 핑계가 가능하지만. 본인 작품에선 어쩌려나 싶었습니다.
오직 사이다만 추구하는 한국 웹소설 먼치킨물 전개는 마블과는 그리고 헐리웃 극영화와는 맞지 않잖습니까?
이 부분에서 적어도 이번 작품에선 뱅글의 힘으로 세 명이 뒤얽히면서 ‘동시에 힘을 쓰면 서로의 위치가 바뀐다’는 설정을 통해 제대로 힘을 발현하지 못하게 만드는 핑계를 만들었습니다. 이 설정은 이야기의 중심 위기의 힌트이자 ‘스위칭 액션’이라는 볼거리까지 제공한다는 부분에서 여러모로 적극활용되기도 하고요.
자웨 애슈턴이 연기한 메인 빌런 ‘다르 벤’은 개인적으론 상당히 설득력있고 흥미로운 악역이었습니다.
그녀 입장에서 본다면 서사가 합당하면서 동시에 모순적이라 ‘복수에 미쳐 폭주하는 악당’으로 잘 그려졌어요.
다만 그런 사정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이번에도 프랜차이즈의 전작들을 제대로 복습해야 한다는 점이....
적어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악당서사와 [캡틴 마블] 영화/코믹스를 일정 정도 알고 있어야만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캐릭터가 왜 저런 지경으로 미쳐 날뛰는지 온전히 이해가 가능하니까요.
‘다르 벤’은 신념에 따라 복수를 행하고 그것을 위해 추구한 ‘힘’과 ‘신념’ 그 자체에 먹혀버리는 인물입니다.
크리 종족을 속이고 지배했던 존재를 댄버스가 처치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그들의 별은 황폐화하고 모든 책임을 댄버스에게 추궁하며 다르 벤은 복수를 실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 우주적 위기가 촉발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죠. 크리 종족의 번영을 되돌리겠다면서 시작한 일이 이젠 모두가 폭망하게 됐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댄버스를 향한 복수를 멈추지 않습니다. 목적과 수단이 역전되어 목적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수단에만 매달리는 인물은 복수의 서사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익숙한 만큼 설득력도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댄버스가 할라의 태양을 리부트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 극적 화해가 이뤄지는 분위기에서 ‘훼이크였다 이 놈들아!’라며 뱅글을 채가는 부분은 이런 설정이 한 장면에 담김과 동시에 자칫 유치하게 마무리 짓지 않고 제대로 끝장을 보는 결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이런 캐릭터는 자신의 욕망으로 자멸하는 게 제 맛)
반면, 모니카 램보 캐릭터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데요.
일단 블립 때문에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하지 못했던 기억과 더불어 캐럴 댄버스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지닌 상황을 여러 장치들로 극에 녹여내며 캐릭터의 서사를 풍부하게 만든 점은 괜찮았습니다. 짧은 영화 속에서 과거 좌절되었던 ‘우주인’의 꿈을 이루고 앤트 캐럴과 화해하며 히어로로서 능력 각성까지 하니까요.
하지만 이와 동시에 워낙 황망하고 복잡한 ‘뒤얽힘 현상’ 등을 설명하기 위해 지점마다 설명봇으로 활용되는 부분에선 아쉬움이 남죠. ‘이러저러한 블라블라 현상이네, 간단히 말해서....’식의 긴 설명 장면이 몇 번이나 반복됩니다. 아마도 여러 차례 있었을 각본 수정과 재촬영의 결과 생긴 공백을 이 캐릭터의 입으로 메꾼 게 아닌지.
더불어 마지막 시공간의 균열을 봉하기 위해 그녀가 벵글과 캡마의 힘을 모두 흡수하여 각성하는 부분은 너무 대충 넘어간 느낌이었습니다. 우주적 에너지를 봉합할 정도의 힘인데 그렇게 간단히? 적어도 힘을 받아들이느라 괴로워하는 연출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타이 마사지 받고 개운해하는 느낌이더라고요.
미즈마블, 카밀라 칸은 가장 좋았습니다.
영화 내에서 윤활유이자 활력을 심어주는 역할로 무리 없이 제 역할을 하면서도 어른들 일에 휘말린 아이임에도 결정적 순간 도움을 주고 민폐도 거의 끼치지 않는데다 심지어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블랙팬더2]나 [퀀텀매니아]에서 보았던 민폐갑 어린애들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선녀로 보일 지경이죠.
더불어 액션에서도 특유의 능력 덕분에 인상적인 장면들을 다수 가져가기도 하는데... 그런데 너 직전까지도 히로인 덕후인 평범하다 못해 평균에 살짝 못 미치는 운동능력의 학생 아니었니? 전투능력과 뱅글의 힘은 딱히 연관이 있어보이지 않은데 말이죠.
여기서 하나 더, 액션장면들 좋았고 메인빌런 괜찮았지만 초반부 전투 장면에서 내내 맘에 걸렸던 부분이....
크리족 병사들의 전투력이었습니다. 이런 소모성 캐릭터가 전투력 측정기로 사용되는 건 이해해요.
캡틴 마블 한 방에 날아간다거나 본질은 어린애인 미즈마블 하나 못 잡아서 쩔쩔 매는 거, 그럴 수 있다고요.
그런데 뒤얽힘 과정에서 구스의 위장을 타고 지구에 떨어진 크리 병사 둘은 정체가 뭡니까...
캡틴마블/램보(포톤)/미즈마블과 얼추 비슷하게 싸우던 녀석들이 평범한 지구의 중년부부에게 쩔쩔매다니요.
카밀라 칸 가족이 사실은 영웅의 혈통으로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게 아니면.... 진정한 약약강강?
이외에 영화를 보면서 조금씩 덜컥덜컥 걸렸던 부분들
하나, 모니카 램보는 우주에서 활동이 가능했던 건가? 분명 영화 초반에는 선외활동을 위해 우주복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엔 캡틴마블과 함께 우주를 날아다니죠. 뱅글/캡마파워 충전 이후에 레벨업을 해서 그런가?
둘, 결과적으로 전우주적 위기가 벌어지고 목숨을 걸고 뛰어든 끝에 램보는 쿠키 영상에서 멀티버스 이동을 하게 됩니다.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그렇게나 어렵고 위험한 일이란 거겠죠. 그런데 잠깐? 우린 [닥스2]에서 냥냥펀치 한 번에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애를 봤는데? 이쪽의 파워 인플레는 또 어떻게 수습을 할런지.
셋, 구스와 애기들은 확실히 귀엽고 웃겼습니다.(캐츠의 스코어 삽입된 장면에서는 빵 터졌네요) 사실 마지막 위기 해결을 위해 뜬금없이 끼어 든 우연적 사건이긴 하지만 ‘이야기’에서 이 정도 편의적 전개는 그러려니 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하나의 목적만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특히나 구스... 난 닉 퓨리 안대의 진실이 밝혀진 이후로 이 외계냥이가 여러 의미에서 미워요.
+
마리아 램보 캐릭터가 극에 삽입되어 활용되는 부분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좋았습니다.
모니카에게도 댄버스에게도 그만큼 중요한 존재이니까 말이죠. 더불어 쿠키 장면에서 담요를 덮어쓴 상태로 앞서 보았던 [닥스2]의 설정을 예상하게 만들다가 한 차례 더 꼬아버린 부분도 재밌었고요. 그런데 그 세계의 램보는 정확히 어떤 캐릭터인지를 모르겠더군요. 캡틴마블의 변종 중 하나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캐릭터인지.
++
이번 영화는 물론이고 최근 MCU 프랜차이즈에서 불만인 점 하나... 의상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코믹스 디자인에 가깝게 가려는 것인지 실사로 보면 괴랄해 보이는 경우가 왕왕 보여요.
특히나 쿠키에 반짝 등장하느라 디자인에 크게 공들이지 않았을 것 같은 케이스들은 더더욱...
[이터널스] 쿠키의 스타폭스(해리 스타일스)나 [닥스2]의 클레아(샤를리즈 테론)이라든지,
이번 쿠키의 마리아 램보 복장과 앞서 얘기한 얀 왕자 박서준도 말이죠.
지나치게 전대물 의상 같아 보이지 않나요? 전 이게 자꾸 걸리더라고요.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갈 건지....
추천인 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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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가 2시간을 넘기더라도 조금 더 설명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너무 후루룩 넘겨버리는 설정이 많더라고요.
아맥 포스터때문에 오늘 또 아맥으로 관람할예정인데....얀 왕자 장면의 오글거림을 어떻게 견뎌야할지..마블팬이라 그런지 이번작 혹평은 많아도 꽤 재미나게 봤습니다
타이 마사지 부분 빵 터졌는데 오타가..^^
지적하신 부분들 대부분 수긍이 갑니다.
박서준을 본드걸로 비유한 것도 탁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