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를 그냥 죽게 놔둘 때가 됐나?
2023년 11월 1일, Variety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마블 내부자가 캉(조나단 메이저스) 캐릭터로 인해서 마블 스튜디오가 “진짜 좇됐다”라고 언급한 기사를 게재했다.
일부 마블 팬이라면 캉이 멀티버스에서 온 무수히 많은 자신의 복제 버전들과 동맹을 맺은, 차원과 시간을 여행하는 슈퍼 빌런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캉은 초지능적인 인물로, 멀티버스의 모든 타임라인을 지우고 자신만 남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아니면 다른 의도가 무엇이든지. 그의 동기는 전혀 흥미롭지 않다. 디즈니가 2022년에 발표한 바로 <어벤져스: 더 캉 다이너스티>라 불리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을 다음번 거대 팀업 이벤트 영화는 캉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Variety의 기사에 인용된 마블 내부자는 캉이 기대 이하라고 밝혔다. 메이저스에 대한 수많은 악성 기사 및 그의 폭행 재판과 더불어서 말이다.
Variety의 기사는 이번 위기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긴 하락세 끝에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한때 박스오피스 수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영화 매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한없이 무의미하게 만들었던 MCU는 이제 극적인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몇몇 영화는 전작 만큼 호평을 받지 못하거나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마블 스튜디오의 허술한 VFX 처리와 막판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된 변경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슈퍼히어로 피로감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 온 무언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이 미친짓을 끝내야 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놀라운 과잉
MCU를 여전히 사랑하거나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전문가들은 MCU가 왜 위축되는지를 파고들고, 해결할 방법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제시한다. 어떤 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역대 최대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데, 그 클라이맥스가 너무나 효과적이어서 수년간의 휴식기 없이 시리즈를 이어 가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는 의견도 냈다. 코로나로 인한 극장 폐쇄와 제작 지연 때문에 MCU가 항상 신중하게 타이밍을 재서 마케팅을 진행하던 기차가 탈선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MCU가 처리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한다. 2008년의 <아이언맨>부터 2019년의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MCU 영화 시리즈의 첫 1~3 '단계'는 11년에 걸쳐 총 49시간 56분으로 진행되었다. 꽤 긴 시간이다. 하지만 4단계인 <완다비전>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까지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50시간 21분을 기록했다. “과잉 노출”과 “과포화”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실망스럽게도 4단계는 이전 3단계에서와 같은 주요 “이벤트” 크로스오버 영화를 통한 클라이맥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틀 이상의 분량으로 촬영된 엔터테인먼트는 쳇바퀴 돌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일부 영화들과 드라마들은 괜찮았다. 나는 <이터널스>의 대담한 SF 상상력이 좋았고, 제임스 건 감독의 <홀리데이 스페셜>도 분명 팬을 확보했다. 영화 시리즈의 개별 챕터들에 감탄하더라도 그것을 만드는 기계에는 질릴 수 있다.
꽉 쥐고 있던 것을 놔주기
스칼렛 요한슨이 자신의 영화를 극장 대신 스트리밍으로 공개한 디즈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도, MCU의 과잉 노출/위축과 맞물려 있다. 이 소송이 MCU에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고 유명한 배우들이 그 시리즈를 더 이상 눈부시고 범접하기 힘든 경이적인 것으로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였다.
MCU는 지난 15년간 영화계의 모든 분위기를 주도했다. 슈퍼히어로 웹사이트부터 예고편 반응 영상, 코스플레이어, 팬 위키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에는 그 그림자 속에서 번성했던 곰팡이 같은 산업 생태계 전반이 존재한다. 그러한 웹사이트 중 일부는 마침내 영향력이 감소하는 MCU에 대한 논평이 영원히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에 직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MCU는 모든 블록버스터가 받아야 할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기준인 비평을 뛰어넘는 존재로 여겨졌다. 기자들은 MCU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틴 스콜세지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는데, 가끔은 어벤져스가 등장하는 영화만 논의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제는 그 건물이 무너지도록 놔두고 영화계의 다른 측면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테리파이어 2>와 <스키나마링크> 같은 저예산 공포 영화의 성공은 2010년대 울트라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증명한다.
세상이 그 시절을 그리워할까? 어쩌면. MCU의 통치 기간 동안에는 잘 안알려진 캐릭터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개봉하는 영화들마다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들은 현대의 대중문화 지형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반드시 봐야하는 영화들이었다. 환희의 순간, 특수 효과, 선과 악이 분명한 스릴러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것들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중 일부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MCU는 어떤 의미였나?
MCU가 위축되는 가장 중요한 측면은 애초에 이 시리즈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이 시리즈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대사로 지적한 것처럼 범죄 예방자들이 아니라 범죄 복수자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에 주목하자. 그들은 이미 사악한 계획을 실행한 빌런들에게 복수한다. 이는 9/11 테러 이후의 불안감에 대한 명확한 은유다. 어벤져스는 도덕적으로 흔들림 없이 선하고, 정체불명 외부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프리랜서 군대를 상징한다. 많은 관객들이 어벤져스에 감정적으로 빠져든 이유는 초강력 존재들이 무자비한 폭력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청정한 평행 우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10년 동안 관객들은 전쟁에 둘러싸여 우울했고, 뉴욕에서 벌어진 실제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거친 군사 드라마를 시청했다. 2012년이 되자 관객들은 혼란을 수습하는 영웅들을 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3년, 한 세대가 더 지나고 9/11의 상처는 치유될 만큼 치유되었다. 적어도 미국은 더 이상 어벤져스가 제공하는 환상의 영화적 붕대가 필요하지 않다. 한마디로 어벤져스는 문화적 유용성보다 오래 버텼다.
문화 지형에 추가할 만한 뚜렷한 주제가 없고, 콘텐츠의 과잉 공급, 코로나로 인한 개봉 일정 변경, 예산과 VFX를 둘러싼 스캔들, 소송, 그리고 주요 스타가 법정에 서게 되니, 관객들이 드디어, 마침내 흥미를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엔드게임>과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손절해도 늦지 않았다. MCU가 무한정 계속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출처 슬래시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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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모든 건 한철이 있더라고요. 잘 읽었습니다.
자연의 순리였나요. ㅠㅠ
어차피 유니버스가 망해서 회생 불가능해진다고 해도 마블 스튜디오는 계속 히어로 영화들을 만들겁니다. 어쩌면 그게 더 마블 영화들의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계기나 방법이 될 수 있을테고요. 마블뿐 아니라 어디든 쓸데없는 유니버스 집착은 좀 버렸으면 좋겠어요. 좋은 영화 만드는게 우선이어야죠.
가뜩이나 점점 숏폼 컨텐츠가 유행하는 지금 시대에 10년을 이어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미 한번 경험한 것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잡아두려면 정말 좋은 영화를 계속 던져주고 인질이라도 잡던가 했어야지..
<어벤져스> 1편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