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 얄마리 헬렌더 감독 일본 매체 인터뷰
--<시수>의 각본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가요? 팬데믹에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도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팬데믹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팬데믹이 무서웠고, 여러 가지 끔찍한 일들을 상상하며 세상의 종말 시나리오를 마음대로 상상했던 시기였어요. 사실, 팬데믹으로 인해 제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작품을 만들지 못하게 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점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게 없었다면 <시수> 시나리오를 쓰는 데 필요한 분노와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테니까요.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이 생겨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어요. 이번 작품은 확실히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극한의 추운 라플란드에서, 그것도 팬데믹 상황에서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저는 가혹한 환경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광활한 풍경 속에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풍경 자체가 매력적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되요. 다만 이번 촬영은 나무가 없는 평야가 많았고, 강풍에 늘 시달렸어요. 고글을 쓴 스태프도 많았고, 오토바이 헬멧을 쓴 사람도 있었죠. 바람 소리가 시끄러워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소리를 차단해야 했고, 모래가 날려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바람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죠.
--그야말로 시수(SISU)의 정신이 담겨있네요. 주인공이 지뢰밭에서 싸우는 장면은 액션의 백미 중 하나인데, 그 장면에서 어떤 점을 신경 썼나요?
가장 중요했던 건 절대 서두르지 마라, 그 장면은 시간을 들여서 찍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었어요. 관객들에게도 그 공포감을 느끼게 해줘야 하니까. 모두가 겁을 먹고 있다는 것, 그 장소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전달해야 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했을 때, 퍼스트 컷의 완성도가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어요. 촬영할 때의 좋은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었어요.
--영화 제작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개봉하는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작품의 의미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본 작품은 물론 오락영화이지만,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이고, 질문하는 것도 이해하지만...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이런 판타지 영화를 비교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유럽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런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잘 모르겠네요.......하지만 현실과 영화는 전혀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비교하면 안 되겠죠.
--격렬한 폭력과 과거 영화에 대한 오마주는 쿠엔틴 타란티노 이후의 액션을 연상시키는데,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았나요?
타란티노와 제 작품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타란티노의 흉내를 낸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즉, 과거에 봤던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거죠. 타란티노가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가 그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과거 작품에서 받은 영향을 한 가지 예로 들자면, 노란 폰트는 시나리오를 쓸 때 봤던 <콰이강의 다리>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고전같은 타이틀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년 가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했을 때였던 것 같은데...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이었어요. 주인공 아타미가 나치 병사의 머리를 칼로 찌르는 순간, 즉 첫 번째 폭력 장면에서 관객들이 큰 소리로 박수를 쳤고, 그게 계속 이어졌어요. 그 장면에 압도당했죠. 이 작품이 잘 될 거라고 확신한 순간이었어요.
--액션 영화를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어떤 영화가 있을까요?
꼽기가 어렵네요. 대충 꼽자면 <터미네이터 2>, <람보>, <프레데터>, <트루 라이즈>가 아닐까 싶네요. 처음 봤을 때 엄청 설렜어요. 지금은 어떤 촬영도 다 할 수 있지만, <람보>를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프레데터>를 봤을 때도 굉장히 참신했어요. 특수효과도 실용적이었기 때문에 80~90년대 영화를 특히 좋아해요.
--핀란드 영화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최근 북유럽 다른 나라들과의 합작을 포함해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핀란드에서 멋진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듀서, 감독, 시나리오 작가들이 좀 더 용기를 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남들과는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핀란드에서 영화 산업은 아직 큰 비즈니스가 아니에요.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내가 20년 전 이 업계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핀란드에서 액션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비웃음을 사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가능해졌어요. 그래서 꾸준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출처: 일본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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