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8
  • 쓰기
  • 검색

[믿을 수 있는 사람] 닻을 내리지 못하는 배 (스포 O)

창민쓰
2335 5 8

믿을 수 있는 사람.jpg

 

 따뜻하게 시작해서 관객을 응시하는 엔딩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약자, 소수자와 같은 소외된 사람들을 탈북민 여성 '한영'에 빗대어 주제의식을 풀어가는 독립영화이다. 적응하려 노력해도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짓밟히고, 이런 걸 해결하려는 사회 복지조차 궁극적으로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한계에 부딪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말부로 갈수록 한영이 겪는 에피소드에서 탈북민으로서만이 아닌 한 명의 프리랜서, 한 명의 청년이 겪는 현실적 아픔으로도 확장 묘사되는데 이는 모든 이방인들을 묘사하는 효과를 이끌어낸다. 이렇게 글로 쓰니 영화가 심히 극적으로 그려진 듯 하지만 이건 나 개인의 감상이고, 실제 영화는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신파나 극적 연출 없이도 몰입을 가능케 하고 큰 울림을 준다.

배우 이설·오경화의 연기 굉장했다. 영화가 아픔을 표현하는데도 담담하고 차분할 수 있었던 건 이 두 배우의 공이 크다. 앞으로 다양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곽은미 감독님도 자주 뵙고 싶다. 이 영화에서 좋은 연출의 힘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관람 전에는 여성 영화만 만들어 오셨다고 해서 살짝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뚜껑 열어보니 몇 달 전에 봤던 그 영화처럼 온 세상 남성을 모두 괴물로 그리려는 악의적 연출은 아예 없었고 오히려 어느 정도 균형점 지키려는 노력이 보였다.

우리말인데도 잘 안 들리는 지점에는 자막 깔아주는 배려도 인상적이었다.

 

 

1. 닻을 내리지 못하는 배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운명)

 

배가 닻을 내리지 못하면 길을 잃은 채 세상에 휘말리게 된다. 어디에도 머무를 수 없는 이방인이 그렇고, 애플이 조명했던 Crazy Ones가 그렇다. 기존에 깔려있는 사회적 시선, 사회적 편견을 깨부시면 Crazy Ones처럼 게임 체인저가 되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낙오자가 되겠지. 다르거나 독특하면 낙오되기 쉬운 게 만약 세상의 어떤 메커니즘 중 하나라면 많이 슬플 것 같다.

특권 계층의 시선에선 일반 소시민도 이방인이지 않을까? 학연·지연·혈연으로 쳐놓은 네트워크에 끼지 못하면 그 또한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그들만의 리그'가 너무 많은 것 같다. 학연·지연·혈연뿐만 아니라 재력으로 필터링하고, 인종으로 필터링하고, 외모로 필터링하고, 성적으로 필터링하고, 정치관으로 필터링한다. 단절 사회다. 단절 사회. 이런 구조에서는 초상류층을 제외하면 모든 사람이 사실상 이방인인 거 아닌가.

"여기서는 외국인보다 못하지"라는 한영 친구(귀화인)의 대사는  닻을 내리지 못하는 선원의 설움 같았다. 그건 평생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없을 거라는 운명을 체념한 설움이기도 할 것이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조용필 - 꿈)

 

 

2. 촌지옥필유하적 (세상에 완벽한 사회가 어딨겠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좋은 영화라고 느낀 이유 중 하나가 사회를 촌지옥필유하적의 모양새로 그렸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복지를 상징하는 담당 경찰의 모습에서 생색내기 복지(허황된 꿈의 복지)가 보이기도 했지만, 도로무익이라도 진심으로 어떻게든 도와주려 하는 모습도 보인다(완전 도로무익은 아닌 게, 결국 한영은 경찰의 연락처명을 '감시자'에서 '임태구 경찰'로 바꾼다). 합쳐 보면 '그래, 세상에 완벽한 사회가 어딨겠니?'라는 탄식이 나오게 된다. 이렇듯 사회를 마냥 악하거나 모자라게 묘사하지 않아 정말 좋았다.

후반부에서 한영이 경찰의 손을 붙잡는 모습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 너무 슬펐다.

 

 

3. 최선을 다하면 정말 다 될까? (빌 게이츠 "주어진 삶에 적응하라")

 

'문득 떠오르는 현실을 바라보네. 다시 눈을 감아 내겐 과분한 꿈을 꾸었소' (박원 - 이방인)

한영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녀의 최선은 누진취영이 될 뿐이다.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의 문제일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사회에 포커스를 둔다. 주어진 삶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그 주어짐.. 편견 어린 시선과 낙인찍힌 사람은 그 인생을 평생 인정하고 감내하는 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걸까? 아니면 그 주어진 삶을 깨고 나가는 게 본인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걸까?

 

 

4. 표현의 폭력성 (고의가 하니라 할지라도)

 

"이래서 탈북자들 쓰겠어?" (여행사 사장)

 

누가 봐도 끔찍한 표현이다. 해선 안될 말이지.

그러나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내뱉는다면?

마치 '기생충' 박사장의 코 막는 행동처럼 말이다.

극중에서 친구 다음으로 가장 한영에게 진심이던 그 경찰조차 말실수를 하고 만다.

고의가 아니라도 폭력적인 표현은 뱉었다면 스스로 바로잡고 반성해야 한다.

 

 

[여담]

 - 2023 주목해야 할 디아스포라 영화

 - 일자리와 싸우는 청년들의 이야기까지 번져 간다..

 - 생존 위한 역사왜곡.. 하.. 누구를 탓해야 하나..

 - 친구(오경화)는 재입북한 게 아니었을까?

 - 그래도 한영은 특전으로 받은 집이 있잖아. 집도 크고 좋더라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이 쉽지 않다요..)

   만약 자가 아닌 전월세 세입자였다면 이 소재로도 한 에피소드를 그렸겠지. 

 - 주의를 주지. 왜 원스트라이크제로 아웃시켜버리냐. 선배(이노아)!

 - 가족이라는 굴레.. (한영의 기생충이 된 가족들)

 - 믿을 수 있는 사람? 믿을 수 없는 사회..

창민쓰
15 Lv. 22685/23040P

[my Everything 💕]

https://link.inpock.co.kr/lcmpark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해리엔젤
    해리엔젤
  • 카란
    카란
  • 갓두조
    갓두조

  • 옥수동돌담길
  • golgo
    golgo

댓글 8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이런 작품들 접할 때마다 차별적 언어 사용, 스테레오타입화,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자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13
23.10.31.
창민쓰 작성자
golgo

저도 완전 같은 생각이며 늘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golgo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14:16
23.10.31.
창민쓰 작성자
갓두조
헉!!!!!!! 봐주십시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7:38
23.10.3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데오][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0:38 3861
공지 (오늘 진행) [케이 넘버]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0:27 2874
HOT 오늘의 쿠폰 소식입니다 월요일 홧팅! 2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24분 전09:06 144
HOT NEW, 스튜디오 지브리 명작 시리즈 배급 3 시작 시작 41분 전08:49 365
HOT <야당> 개봉 4주차 주말 전체 박스오피스 1위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7분 전08:33 217
HOT <미션 임파서블>의 ‘벤지’는 일본 음악 애호가? 2 카란 카란 9시간 전00:02 1328
HOT 세바스찬 스탠-레오 우덜,범죄 스릴러 <버닝 레인보우 팜... 1 Tulee Tulee 1시간 전08:27 196
HOT <전지적 독자 시점> 캐릭터 포스터, 티저 예고편 공개 4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24 441
HOT 양자경,액션 영화 <더 서전> 출연 2 Tulee Tulee 1시간 전08:27 259
HOT 런던 BFI 극장 위에 서있는 탐 크루즈 1 NeoSun NeoSun 2시간 전07:15 407
HOT 대런 아르노프스키 ‘코트 스틸링’ 뉴 스틸 1 NeoSun NeoSun 2시간 전07:06 404
HOT 아... 어제 신시아님과 셀카사진 초점이 완전 아작났어서 잠... 6 갓두조 갓두조 7시간 전01:50 1535
HOT 셀린 송 ‘머티리얼리스트’ 뉴 포스터 2 NeoSun NeoSun 9시간 전00:04 1046
HOT 2025년 5월 11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9시간 전00:01 1282
HOT 롯데시네마-메가박스 손 잡자…"비싸서 안 가는 거예요&... 4 시작 시작 9시간 전23:46 1659
HOT (약스포) 썬더볼츠 단평 - 시동 걸리다 꺼진 기분 5 NeoSun NeoSun 9시간 전23:50 778
HOT (약스포) 자기 만의 방을 보고 3 스콜세지 스콜세지 9시간 전23:36 514
HOT 원래 존 윅은 두명만 죽일 예정이었음 4 시작 시작 9시간 전23:34 2400
HOT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2가 리뷰 테러 당하... 3 golgo golgo 10시간 전23:07 1589
HOT 로제가 공개한 미국 일정 비하인드 컷들 2 NeoSun NeoSun 10시간 전22:49 930
HOT [야당] 확장판 정보 3 시작 시작 11시간 전22:06 2290
HOT 이병헌이 올린 ‘달콤한 인생‘ 20주년기념 상영회 샷 with 김... 6 NeoSun NeoSun 11시간 전22:06 1627
1175472
image
golgo golgo 8분 전09:22 94
1175471
image
golgo golgo 12분 전09:18 111
1175470
normal
NeoSun NeoSun 12분 전09:18 59
1175469
image
NeoSun NeoSun 16분 전09:14 119
1175468
image
시작 시작 19분 전09:11 106
1175467
normal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24분 전09:06 144
1175466
image
NeoSun NeoSun 26분 전09:04 112
1175465
image
시작 시작 41분 전08:49 365
1175464
image
Tulee Tulee 45분 전08:45 109
1175463
image
Tulee Tulee 46분 전08:44 111
1175462
image
Tulee Tulee 46분 전08:44 126
1175461
image
시작 시작 49분 전08:41 159
117546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6분 전08:34 187
117545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7분 전08:33 217
1175458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27 203
1175457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27 196
1175456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27 259
1175455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26 140
1175454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25 134
117545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24 441
1175452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29 226
1175451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27 235
1175450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27 331
1175449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26 267
1175448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25 284
117544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7:15 407
117544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7:06 404
1175445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시간 전07:01 331
1175444
image
판자 4시간 전04:42 251
1175443
image
내일슈퍼 7시간 전01:55 899
1175442
image
갓두조 갓두조 7시간 전01:50 1535
1175441
normal
해킹하지마라 8시간 전01:01 416
1175440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01:01 482
1175439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00:35 472
1175438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00:21 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