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놀란 감독은 ‘시간’을 그리는가? ─ “영화와 시간의 관계에 있어서 카메라는 타임머신이다”
현대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반복적으로 ‘시간’을 소재로 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왜 놀란은 이 소재에 집착하는 것일까? 뉴욕시립대 대학원 센터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본인이 직접 이야기했다.
놀란은 초기작 <미행>(1998), <메멘토>(2000)에서도 시간축을 뒤섞어 스토리에 반전을 가져왔다. <인터스텔라>(2014)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세계 간의 사건을 그렸고, <덩케르크>에서는 시계바늘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여러 무대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병렬적으로 그려냈다. <테넷>(2020)에서는 순행과 역행하는 시간축의 상호작용을 복잡하게 설계했다. 또한 최신작 <오펜하이머>에서도 여러 시간대를 넘나들며 시간을 중요한 소재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놀란은 “내가 왜 ‘시간’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에 적당한 대답은 ‘우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약간 농담처럼 대답하면서 “정말 적당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인간 경험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며,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시간에 의해 정의된다. 영화는 그것을 다루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시간이라는 소재에 집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몇 년 전(아마도 2014년) Wired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고 놀란은 회상했다.
“영화 상영 중인 영사실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가끔 영화 필름이 스풀(필름을 되감는 틀)에서 떨어져서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처럼 드라마틱하게 시간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은 없다. 무서울 정도이다.
특히 IMAX 프린트가 돌고 있을 때. 3시간짜리 IMAX 영화 프린트 길이는 무려 11마일(약 17km)에 달한다. 즉, 방대한 ‘시간’이 큰 접시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의 메커니즘이나 전통적인 영화 문법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과 그 표현이 매우 세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어 놀란은 “내가 만드는 영화는 실제로는 더 조잡하다. 시간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메커니즘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간과 영화의 관계에서 카메라는 곧 타임머신이다. 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필름 카메라가 등장하기 전에 사람들은 역재생 영상이나 슬로우 모션, 패스트 모션 영상을 볼 수 없었다”
여기서 놀란이 꺼낸 것은 어느 날 밤 뉴욕 현대 미술관(MoMA) 상영회에서 감상했다는 1982년 다큐멘터리 영화 <코야니스카시>다. “마치 세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 같았다. 카메라를 통해 시간을 조작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인상을 회상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오직 카메라뿐이다. 순수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이 유용한 소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코야니스카시>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도 제작에 참여한 실험적인 영화로, 슬로우 모션과 저속 촬영, 역재생을 통해 미국의 다양한 풍경을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의 역재생 영상도 포함되어 있는데, <테넷> 등의 작품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 흥미롭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지만, 놀란의 영감을 엿보고 싶은 사람은 꼭 한번 확인해 보자.
(출처: 일본 THE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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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정보 올려주셔서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그걸 대단하게 만들수 있는건 놀란의 능력 +_+
코야니스카시... 영화학도들이 많이 배우는 영화로 알고 있는데.. 시대를 앞서간 영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