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세지, 구로사와 아키라가 33년 전 말했던 것을 ‘이제야 알겠다’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메시지를 던져왔다. 변화하는 영화산업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차세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말들도 있다. 때로는 그의 발언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 말 하나하나에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동시에 어딘지 모를 쓸쓸함도 느껴진다.
최신작 <플라워 킬링 문>의 개봉에 맞춰 미국 Deadline에 게재된 장문의 인터뷰에서 스콜세지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심경의 변화를 밝히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80세가 된 스콜세지는 앞으로의 영화 제작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해야 한다”며 “세상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줬지만 이미 늦었다. 너무 늦었다”라고 말한 것이다.
“늦었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대변하기 위해 스콜세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과거 미국 영화인들에게 했다는 말을 소개했다. 1990년 개최된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명예상을 수상했을 때 구로사와가 한 연설의 한 구절이다.
“나는 나이를 먹었고, 많은 것을 보았다. 이야기를 전하고 싶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구로사와는 조지(루카스)와 스티븐(스필버그)이 (오스카상을) 건네주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야 영화가 어떻게 될지, 그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그는 83세였다. 그때 나는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스콜세지가 소개한 ‘너무 늦었다’는 말은 오스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아카이브된 구로사와의 연설에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앞으로도 영화라는 멋진 것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는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구로사와는 “나는 영화를 잘 모른다. 영화라는 것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스콜세지 감독은 최근 영화제 토크 세션에서 “나는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구로사와의 연설과 겹치는 내용을 말했다. 여기서도 “나는 이제 늙었다”고 말하면서 젊은이들을 향해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을 다른 형태로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1990년 연설 이후 구로사와는 선언대로 영화를 계속 만들었다. 그리고 스콜세지도 앞으로 여러 신작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으며, 계속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콜세지가 “이미 늦었다”고 거듭 말하는 것은 이미 영화계의 미래를 다음 세대에게 맡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일본 THE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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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