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자이언트 (2023) 실망. 스포일러 있음.
내가 원작 만화의 팬이 아니었다면 이 애니가 좋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작 만화의 흥미있고 감동적인 디테일들을 빼고
다이제스트식으로 만든 애니다. 길이를 두 배 정도 늘리고 세심한 디테일을 살리며
대하드라마식으로 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상당히 흥미 있는 에피소드들이 다 잘려나가고 줄거리만 따라간다.
가령 다이가 재즈연주자가 되러 도쿄로 간다고 한다. 떠나기 전날, 가족들은 다이더러 도쿄 가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인지 보자고, 연주를 한번 해보라고 한다. 다이가 의외로 아주 잘 하자, 가족들은 놀라면서 흐뭇하게 본다.
그러자 어린 여동생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가족들이 왜 그러냐고 묻자,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하고 울먹인다.
시골에서 다이를 가르친 스승은 버클리음대에서 수재로 통한 재능덩어리인데, 다 버리고 절망해서
시골에 산다. 그는 다이의 연주를 듣고, "나는 연주를 아주 잘 하는데, 그 연주가 매력이라는 것이 없어.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없어. 너는 연주를 아주 못하는데, 매력이라는 것이 있어." 하고 말한다. 그것이 그가 다이를 가르친 이유다. 생각해 보면 참 억울한 일이다. 오랫동안 평생을 걸고 노력해서 세계유명대학에 유학하고 출중한 피아노실력을 갈고 닦았는데,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를 매력이라는 것이 없는 평범하게 우수한 연주밖에 못한다니. 3달 연습한 학생에게 "나같이 잘 하는 사람은 많아. 하지만 너는 너만의 것이 있어."하는 말밖에 못한다니. 좌절해서 시골에 틀어박혀 피아노연습소나 하는 이유다. 늘 남을 깔보고 사는 듯 무표정한 이 인물이 처음으로 다이에세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 인물이 애니에서는 거의 생략되어 있다.
원작만화는 주인공 다이의 성장이야기 못지 않게 음악계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한때 훌륭했으나 매너리즘에 빠진 대가들부터
다이만한 재능은 없으나 다이 못지 않은 열정으로 재즈의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나가 떨어지는 내용, 버클리음대를 나온 수재이지만
연주만 잘 하고 관객들을 확 끌어들이는 그런 것이 없어서 절망하고 살아가는 사람 등.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간단히 나오지만
재즈가 인기를 잃어감에 따라 점점 더 초라하게 전락해 가는 재즈카페들.
이런것들을 거대하게 그리면서 그 안에서 다이의 성장기를 그렸다면 어땠을까 한다.
원작 만화는 애니메이션보다 내용이 더 풍성하다.
그리고 3G로 그린 장면들이 너무 퀄리티가 떨어진다. 아마츄어가 대충 비슷하게 그리면서 때워넣은 장면처럼
보일 정도다. 정말 저러고서 남보고 보라고 돈 내라고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유키노리와 다이의 에피소드도 너무 간략하고 임팩트 없이 그려져 있다. 유키노리도 다이 못지 않게
재즈에 목숨을 건 청년이다. 오히려 다이보다 더 간절하다.
4살부터 재즈 피아노를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너무 잘 하니까 자기 한계 안에 갇혔다.
자기를 내장까지 뒤집어 내보일 정도로 한계를 돌파하려는 힘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이를 만나고 자기 한계를 깨닫게 된다. 결정적으로 새로운 경지에 올라서서 마악 날개를 펼치려는 순간, 교통사고로 손 하나가 짓뭉개진다.
다이는 유럽이라는 세계로 자기 연주를 들고 나아가는데,
다이보다 더한 재능과 의지 그리고 열정을 가진 유키노리는 장애인이 되어 절망 속에 도쿄에 남는다.
만화에서는 이 장면이 굉장히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애니에서는 유키노리의 인간승리 비슷한 미지근한
결말로 끝맺는다.
그래서 이 애니에는 치열함과 비극같은 것이 없다. 원작만화에서는 그것들이 부글부글 끓는데 말이다.
** 블루 자이언트 수프림이라고 해서, 유럽에 가서 다이가 유럽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재즈뮤지션들을 모아서 팀을 짜서 전유럽을 돌아다니며 서서히 유럽 정상을 향해 올라서는 내용이다. 속편 애니는 더 흥미로울 것이다.
추천인 10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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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딱히 그정도는 아니던데
머 줄인건 결국 러닝타임때문에 어쩔수 없엇지만
결국 다이가 보여줄수 잇는 모든건 일본편 극장판에서 보여줫다고 봅니다 그냥 다이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그만큼 좋은 청년이고..

그리고 연주장면을 만화적 표현이 많은것도 저애겐 아쉬웠습니다
굿즈팔이가 가능한 미소녀 아이돌 애니는 회사에서 목숨걸고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지만 이런 애니는 그야말로 나와준게 어디냐 이니까요.


아르바이트로 일본 애니 관련 자료 번역한 적 있는데.. 일본 애니에서 3D CG 표현도 잘하는 회사만의 노하우가 있더라고요. 손그림 작화와 위화감 없이 붙이려면 엄청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