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을 보고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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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감독의 데뷔작이자 송중기 배우의 노개런티 출연작으로 이목을 끄는 느와르 <화란>을 보고 왔습니다.
1.
주인공이 자신의 이복동생을 괴롭히는 학생을 돌덩이로 가격하는 첫 장면부터 시작해 그의 모든 선택이 최악의 수를 택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처한 불운한 처지, 거리감 있는 이복동생을 위한 휴머니즘, 택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수 등 첫장면에서부터 영화의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첫장면으로 인해 끊을 수 없는 암울한 굴레에 얽히게 됩니다.
2.
이복남매와 같은 방을 쓰면서 커튼으로 각자 공간을 구별한 방 구조나 가정폭력 등 주인공 개인이 처한 두려움을 포착하는 등 마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사소함을 놓지 않는 디테일한 독착성으로 영화를 창조하는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재난과도 같은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는 주인공에 대한 아릿한 처연함 등이 꼭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가 아니라 상황 자체가 잔인하고 굉장히 아프게 다가옵니다.
3.
영화의 주된 정서는 ‘누구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절박한 고도감’입니다. 꼭 자신을 구해주지 않더라도, 낯선 존재여도, 그 상대가 어떤 상대여도 상관없는 절박한 고독감입니다. 주인공과 연관되는 인물들에서도 그러한 감정이 주요한 동력이 되는데 송중기 배우가 맡은 ‘치건’과 김형서 배우가 맡은 ‘하얀’ 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그 절박한 고독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서로를 구원해 줄 수 없음에도 연민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렇기에 중반부 너머 별도로 ‘치건’이라는 인물에 서사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치건’은 주인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유사 형제 관계(주인공을 대신해서 손톱을 뽑기도 하는 등)를 형성하기도 하고요. ‘하얀’은 끝내 주인공과 연대하며 서로 기대기도 하죠.
4.
주인공 조형이 잘 됐다싶은 것이 아이의 생일을 챙겨주거나 강아지를 챙기는 등 휴머니즘을 부여해서 범죄 조직과는 멀지만 생계형 조직원이 되가는 연출을 통해 영화의 주된 정서와 주인공에 대한 안쓰러움이 증폭된다는 겁니다. 주인공의 꾸준한 딜레마 역시 심리적으로 굉장히 가혹할 정도로 아프게 만듭니다.
5.
그런데 영화가 기승전결에 도달해야하다보니 엮인 범죄 느와르의 클리셰에 가려져 캐릭터를 학대에 몰아가면서 본래의 의미가 옅어지게 됩니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정치’와 관련된 익숙한 사건이 영화에 강하게 개입하면서 영화를 납작하게 만들고 극을 처지게 하면서 훤히 내다보이는 익숙한 관습에 개별적이었던 주인공의 아픔을 무디게 만들달까요.
6.
사적이면서 특별하게 아팠던 <거인>과 유사한 궤를 하면서도 끝내 고유한 개성이 옅어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말도 <화이>, <차이나타운> 등 익숙하게 봐왔던지라 그 의도에 비해 인상깊지 않기도 하고요. 주인공의 피난처, 이상향인 '화란'은 그 의미에 대한 전달이 약해서 상징적으로 잘 쓰였다고 보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캐릭터의 음울을 고스란히 연기해낸 홍사빈 배우의 마스크가 굉장히 신선하고 연기 역시 무척 인상 깊습니다. 이 외에도 송중기 배우나 김형서 배우의 연기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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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분들 연기는 진짜 다 좋았어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위해 개연성을 버린게 저는 아쉬웠어요.
배우들 연기는 좋았으나 치건의 매력은 떨어져서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