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2
  • 쓰기
  • 검색

<크리에이터>를 보고 (호/스포O/분석)

폴아트레이드
2197 11 12

C77F8810-56D9-4177-9490-026B8234D6C9.jpeg.jpg

0.
가렛 에드워즈 감독 신작 <크리에이터>를 보고 왔습니다. 이전 작품들을 본 적이 없었는데, 필모그래피를 보니 이번 작품은 직접 각본까지 참여했습니다. 스튜디오 위주로 메인 스트림 영화가 제작되는 할리우드에서 연출자가 직접 각본을 썼다는 건 어떤 야심이나 그려내고픈 고유한 영화관이 있으리라 짐작됐네요.

 

1.
영화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큰 텍스트 아래 각 막의 핵심에 집중하는 작법입니다. 고유한 세계관을 확립한 SF, 디스토피아의 장르로써 다큐멘터리적인 오프닝으로 사실적 묘사해 세계관에 관객을 몰입시키고자 합니다. 가깝게 <콘트리트 유토피아>의 오프닝처럼요.

 

2.
1부는 ‘나르티마(창조자)’로 언더커버 병장이었던 주인공의 설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프롤로그가 이야기의 구심력이 됩니다. 그건 러브스토리로 이질적인 SF 장르임에도 보편적인 드라마를 형성하는 작법인 겁니다.
러닝타임의 20분 째 되는 지점에서 인물의 동기가 제공되면서 빠르게 발단되고, 30분이 되는 지점에서 이 영화에서 주요한 인물인 ‘알피’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3.
초중반부 사건의 양상을 보면 흡사 베트남전의 알레고리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아바타>가 제국주의의 알레고리였던 것처럼요.
영화의 텍스트인 ‘비인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AI’간의 딜레마는 시의적절하긴 하지만 익숙히 봤던 지라 크게 창의적으로 느껴지지 않긴 합니다. 다만, 가랫 에드워즈 감독이 구현해낸 세계관은 창의적이고 확실하며 구체적입니다. 

 

4.
2막인 ‘아이’부터는 사실상 로드무비의 성격이라 2,3막에 크게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지만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분이시라면 다소 루즈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막과 3막인 ‘친구’까지 내러티브가 스트레오타입이기도 합니다. 추격을 피해 로드무비를 펼치는 두 남자가 정듦을 그려내서 우리가 봐온 많은 영화들이 스쳐지나가실테니까요. <서복>처럼요.

 

5.
3막에는 극을 환기시키고자 반전의 장치가 심어져있기는 한데 그렇다기에는 반전으로 인한 정서적 여파가 크지 않아 효과적으로 쓰였다고 보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막마다 두 남녀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플래시백이 강렬하게 등장해 강렬한 원동력으로 작용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데 밑거름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6.
4막인 ‘어머니’에서 영화 자체가 텍스트에 대해서 확고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흥미를 자아냅니다. 사실은 이 AI와의 전쟁에 대한 시발점이 AI가 아닌 인간의 실수에 있었고 거기서 드러난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전제 자체를 뒤짚는 셈인겁니다. 
‘알피’의 제작 목적도 드러나고 텍스트로 질주하고요.

 

7.
주인공의 내적 성장영화이기도 합니다. 극 초반에는 AI를 무참히 살해하고서 ‘껐다’고 말하거나 ‘저건 진짜가 아니고 프로그래밍된 거다’라고 말하던 주인공이 극 후반에는 AI를 인간성을 느끼고 끄지 않고 ’대기모드‘를 한다거나 자신이 했던 말을 듣는 입장이 되는 모습을 연출하는 역설적인 수미상관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AI가 피난처에 숨을 수 있음에도 인간을 지키고자 죽음을 마지 하는 모습으로 이야기의 핵심에 대한 디테일을 연출합니다.

 

8.
사실 이 영화의 정점은 정서적 울림(드라마)입니다. 그 목적에 충분히 도달해서 보고나시면 굉장히 감성적임을 느낄 수 있는데, 텍스트에 대한 고찰은 이분법적이고 다소 얕아서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환생, 불교 등 동양 철학을 서양인의 고전적인 동양 판타지로 접근하거나 ‘테세우스의 배 역설’에 대한 의구심이 남기도 하고요.
러닝타임의 분배를 보면 1막에 30분, 2막에 25분, 3막에 15분, 4막에 50가량 할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정보다 결론이 길다보니 후반부에서 다소 처지는 감이 있네요.
그럼에도 그려내고 싶은 세계관이 확실하고, 마델레인 유나 보일레시의 마스크와 연기지도가 뛰어나고, 극의 정점인 드라마의 울림이 상당해서 (한 씬에서 감정이 과잉된 부분만 제외하면) 좋은 감성 SF였네요.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1


  • 이상건

  • tologst

  • 옥수동돌담길
  • 갓두조
    갓두조
  • 해리엔젤
    해리엔젤

  • 즐거운인생
  • Robo_cop
    Robo_cop

  • 에이르

  • 돌스
  • 마이네임
    마이네임
  • golgo
    golgo

댓글 1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마이네임
아 기록으로 남겨둘 겸 적을 거리도 많았던지라 유독 길었는데 감사해요
13:16
23.10.07.
profile image 2등
서양인의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깊다는 게 보였습니다. ㅎㅎ
14:53
23.10.07.
profile image
메시지적 부분은 좋았는데, 그거때매 버리는 부분이 좀 많았던게 아쉽지 않나..
물론 장점이 많아서 저는 좋게 봤습니다 ㅎㅎ
16:04
23.10.07.
갓두조
메시지에 이분법적 접근에 후반엔 일직선으로 답을 내리고 내달려서 철학적으로 고찰하던 영화가 단순해져서 아쉽네요.
12:00
23.10.0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파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6 익무노예 익무노예 14시간 전11:36 1047
공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시사회에 초... 20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20:03 3096
HOT 2024년 12월 23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2시간 전00:01 675
HOT 2024년 개봉 코믹북무비 로튼 리스트 1 NeoSun NeoSun 3시간 전22:49 394
HOT 총을 든 스님 간단후기 1 에에올 3시간 전23:19 419
HOT <동경 이야기(1953)> 단평 4 조윤빈 조윤빈 3시간 전22:39 425
HOT 서극 감독 무협영화 <사조영웅전: 협지대자> 첫번째 ... 10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20:47 829
HOT 빌 클린턴이 뽑은 2024년 최고의 영화 4 카란 카란 5시간 전21:09 1701
HOT '오징어게임' 시즌2 보기전 시즌1 에 대해 알아야... 2 NeoSun NeoSun 8시간 전17:53 1975
HOT 고천락, 임가동 주연 <악행지외> 1월 11일 중국에서 ... 4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21:26 510
HOT 제가 재미있게 본 팬 무비 2개 2 기다리는자 5시간 전21:20 582
HOT 일본 주말 박스오피스 TOP 10 (12/20~12/22) 5 카란 카란 5시간 전21:04 483
HOT 1933년 소설 '나이트버스' 실사판 '어느날 ... 3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5시간 전20:56 341
HOT 왓이프 시즌3 에피소드 1,2 리뷰(스포) 2 기다리는자 6시간 전20:18 525
HOT 힐링영화 대가족 ~! 6 노스탤지아 6시간 전20:04 369
HOT 호소다 마모루 감독 신작 <끝없는 스칼렛> 2025년 겨... 4 중복걸리려나 6시간 전19:52 936
HOT <타코피의 원죄> PV 공개 5 션2022 7시간 전18:23 507
HOT (약스포) 바운티호의 반란을 보고 3 스콜세지 스콜세지 8시간 전17:48 378
HOT 실사영화 "최애의 아이" 흥행실패 (일본) 6 호러블맨 호러블맨 10시간 전15:55 2971
HOT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우리들의 공룡일기> 후기 3 뚠뚠는개미 10시간 전15:53 523
HOT KBS2 '스즈메의 문단속' 더빙판 방영 예정 8 호러블맨 호러블맨 10시간 전15:50 1577
HOT 오징어게임2 월드프리미어 기념품들 2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0시간 전15:31 1515
1161614
image
손별이 손별이 9분 전02:11 42
1161613
image
손별이 손별이 1시간 전01:15 81
1161612
image
Opps 1시간 전01:12 79
1161611
normal
집에서만보다가 집에서만보다가 1시간 전01:01 82
116161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0:40 249
116160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0:24 196
116160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0:13 245
116160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0:02 215
1161606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00:01 202
1161605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0:01 331
1161604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00:01 675
116160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23:58 449
1161602
image
손별이 손별이 2시간 전23:58 145
116160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23:57 182
1161600
image
에에올 3시간 전23:19 419
116159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2:49 394
1161598
image
조윤빈 조윤빈 3시간 전22:39 425
1161597
image
Sonatine Sonatine 3시간 전22:25 202
1161596
normal
BeamKnight BeamKnight 4시간 전22:20 447
1161595
normal
와킨조커 4시간 전22:00 323
1161594
normal
와킨조커 4시간 전21:48 709
1161593
normal
Sonatine Sonatine 4시간 전21:47 378
1161592
image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21:32 530
1161591
image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21:26 510
1161590
normal
기다리는자 5시간 전21:20 582
1161589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21:09 1701
1161588
normal
Sonatine Sonatine 5시간 전21:07 181
1161587
normal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5시간 전21:05 337
1161586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21:04 483
1161585
image
Sonatine Sonatine 5시간 전20:58 438
1161584
image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5시간 전20:56 341
1161583
image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20:47 829
1161582
normal
기다리는자 6시간 전20:18 525
1161581
normal
노스탤지아 6시간 전20:04 369
1161580
image
중복걸리려나 6시간 전19:52 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