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를 보고 (호/스포O/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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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렛 에드워즈 감독 신작 <크리에이터>를 보고 왔습니다. 이전 작품들을 본 적이 없었는데, 필모그래피를 보니 이번 작품은 직접 각본까지 참여했습니다. 스튜디오 위주로 메인 스트림 영화가 제작되는 할리우드에서 연출자가 직접 각본을 썼다는 건 어떤 야심이나 그려내고픈 고유한 영화관이 있으리라 짐작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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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큰 텍스트 아래 각 막의 핵심에 집중하는 작법입니다. 고유한 세계관을 확립한 SF, 디스토피아의 장르로써 다큐멘터리적인 오프닝으로 사실적 묘사해 세계관에 관객을 몰입시키고자 합니다. 가깝게 <콘트리트 유토피아>의 오프닝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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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나르티마(창조자)’로 언더커버 병장이었던 주인공의 설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프롤로그가 이야기의 구심력이 됩니다. 그건 러브스토리로 이질적인 SF 장르임에도 보편적인 드라마를 형성하는 작법인 겁니다.
러닝타임의 20분 째 되는 지점에서 인물의 동기가 제공되면서 빠르게 발단되고, 30분이 되는 지점에서 이 영화에서 주요한 인물인 ‘알피’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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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반부 사건의 양상을 보면 흡사 베트남전의 알레고리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아바타>가 제국주의의 알레고리였던 것처럼요.
영화의 텍스트인 ‘비인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AI’간의 딜레마는 시의적절하긴 하지만 익숙히 봤던 지라 크게 창의적으로 느껴지지 않긴 합니다. 다만, 가랫 에드워즈 감독이 구현해낸 세계관은 창의적이고 확실하며 구체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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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인 ‘아이’부터는 사실상 로드무비의 성격이라 2,3막에 크게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지만 볼거리를 기대한 관객분이시라면 다소 루즈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막과 3막인 ‘친구’까지 내러티브가 스트레오타입이기도 합니다. 추격을 피해 로드무비를 펼치는 두 남자가 정듦을 그려내서 우리가 봐온 많은 영화들이 스쳐지나가실테니까요. <서복>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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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에는 극을 환기시키고자 반전의 장치가 심어져있기는 한데 그렇다기에는 반전으로 인한 정서적 여파가 크지 않아 효과적으로 쓰였다고 보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막마다 두 남녀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플래시백이 강렬하게 등장해 강렬한 원동력으로 작용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데 밑거름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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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인 ‘어머니’에서 영화 자체가 텍스트에 대해서 확고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흥미를 자아냅니다. 사실은 이 AI와의 전쟁에 대한 시발점이 AI가 아닌 인간의 실수에 있었고 거기서 드러난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전제 자체를 뒤짚는 셈인겁니다.
‘알피’의 제작 목적도 드러나고 텍스트로 질주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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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내적 성장영화이기도 합니다. 극 초반에는 AI를 무참히 살해하고서 ‘껐다’고 말하거나 ‘저건 진짜가 아니고 프로그래밍된 거다’라고 말하던 주인공이 극 후반에는 AI를 인간성을 느끼고 끄지 않고 ’대기모드‘를 한다거나 자신이 했던 말을 듣는 입장이 되는 모습을 연출하는 역설적인 수미상관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AI가 피난처에 숨을 수 있음에도 인간을 지키고자 죽음을 마지 하는 모습으로 이야기의 핵심에 대한 디테일을 연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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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의 정점은 정서적 울림(드라마)입니다. 그 목적에 충분히 도달해서 보고나시면 굉장히 감성적임을 느낄 수 있는데, 텍스트에 대한 고찰은 이분법적이고 다소 얕아서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환생, 불교 등 동양 철학을 서양인의 고전적인 동양 판타지로 접근하거나 ‘테세우스의 배 역설’에 대한 의구심이 남기도 하고요.
러닝타임의 분배를 보면 1막에 30분, 2막에 25분, 3막에 15분, 4막에 50가량 할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정보다 결론이 길다보니 후반부에서 다소 처지는 감이 있네요.
그럼에도 그려내고 싶은 세계관이 확실하고, 마델레인 유나 보일레시의 마스크와 연기지도가 뛰어나고, 극의 정점인 드라마의 울림이 상당해서 (한 씬에서 감정이 과잉된 부분만 제외하면) 좋은 감성 SF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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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점이 많아서 저는 좋게 봤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