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후기 - 이제 SF를 볼 땐 반쯤 눈을 감고 보기로 했다. (스포 유)
참으로 오랜만에 극장을 갔습니다.
오펜하이머 이후로 갑자기 극장에 가기가 귀찮아지기도 했고, 개인적으론 끌리는 영화도 잘 없었던 것 같고요.
아이맥스에서 볼만해 보이는 영화가 개봉한다길래 아이맥스 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우선적으로 말해두자면 이 글의 제목은 좀 부정적으로 적어놨지만 호에 가깝습니다.
옛날 유튜브에서 나름 인기를 끌었던 ADAM이라는 단편 sf,닐 블룸캠프 감독의 작품들, 더 시그널 과 같은 영상물들의 비주얼이 sf장르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편이라 크리에이터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때, 비주얼 하나만으로 흥미가 생겨 개봉일을 찾아봤었습니다.
그리고 감독도 로그원 감독님이시라길래 더욱 흥미가 동했죠.
그러면 영화를 보고 들었던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SF라는 옷을 입은
근래의 영화들은 웬만한 완성도, 신선함으로는 수준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기에 장르라는 구분 자체도 점점 희미해질 만큼 그 안에서도 계속 섞이고 세분화되고 있죠. 호러 장르에서도 바바둑 같은 '하이 컨셉 호러'와 같이 사회현상이나 메세지를 호러라는 포장지로 감싸놓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크리에이터'가 보여주려하는 이야기-AI와 인간의 공존-는 너무나도 닳고 닳아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있을까 싶은,자칫 진부해질 가능성이 절반 이상인 소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야기는 진부한 방향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영리하게도, 영화내의 세력의 구분을 명확히하고 AI를 인간과 같은 하나의 종으로 비춤으로써 이야기의 포커스를 조금 달리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지금까지의 영화 속에서 ai들은 세상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종'이 아닌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주제'로서의 역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A.I.'에서 데이비드가 그랬고,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에서의 HAL9000 이 그러했던거 같네요.
그럼으로써 'AI'와의 공존이 아닌, AI와의 '공존'에 관객이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드려 한 것 같아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sf라는 장르와 모든 설정들은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배트맨대슈퍼맨에서 배트맨이 슈퍼맨을 저지하려는 이유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그는 위협이다' 뭐 비슷한 이유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아마 대부분 '배트맨 쟤는 왜 착한 슈퍼맨을 못 죽여서 안달이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번 상대는 AI입니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슈퍼맨이 아닌, 지금 당장 당신 일상에 들어와 있는 AI요.
사실 인간의 입장에서는 AI를 새로운 종의 출현이라 생각한다면, 분명 인간보다 월등해질 것이 분명한 개체들을 초기부터 제거해 놓는 것이 생존을 위해서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AI를 완벽한 악역으로 그리지 않는 이상 AI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는 전제조건입니다.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영화 곳곳에 장치를 심어뒀습니다.
우선 위에서 말했듯 세력의 구분이 굉장히 명확합니다.
서구권 인간-아바타의 기업,엘리시움의 크루거가 생각나는 완벽한 악역. 근데 사실 인간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쁜짓인가 싶은 행동만 합니다.
뉴아시아 인간-AI의 편인 인간입니다. 대부분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는것으로 보입니다.
AI-AI는 억압받고 그에 항쟁은 하지만, 모두가 궁극적으론 인간과의 화합만을 원합니다.
각 세력에 속한 인물들은 거의 모두 세력의 성향만을 따르며, 예외가 없습니다. 왜냐면 AI와 인간은 공존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사실 LA에 떨어진 핵폭탄도 인간의 실수로 떨어진겁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AI는 아직까지도 인간과의 화합을 원합니다.
예, AI와 인간은 공존해야 하니까요.
사실 저는 여기까지 와서도 설득당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설득당한척 하고 보기로 했습니다.
좋은게 좋은거잖아요?
-블레이드러너,디스트릭트9
SF하면 이제 빼먹을 수 없는 블레이트 러너2049 얘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는 크리에이터에 비해서는 좀 더 오리지널 SF장르 문법에 가까운 질문거리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SF장르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성을 잘 활용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디스트릭트9과 같은 영화들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SF의 옷을 입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굳이 SF가 아니어도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었던 주제를 SF로 새로이 선보였기에 신선했던 것이죠.
크리에이터는 디스트릭트9에 가까운 영화였습니다.
비주얼 적으로는 크리에이터가 좀 더 괜찮았네요.
-유머
대놓고 유머라고 넣은 장면이 몇 있습니다.
타율은 10중 3정도? 높진 않네요.
그래도 저는 코드가 맞아서 대부분 속으로 낄낄 거리면서 봤습니다.
그 중 G-13자폭 로봇 장면이 저는 가장 웃기면서 기억에 남았는데 저만 웃겼나 봐요.
-연기
주연 배우는 테넷에서 처음 보고 이번이 두번째로 보는거 같습니다.
연기 좋고 표정 좋고 다 좋은데 가끔 눈알이 지나치게 옆으로 돌아가서 째려보는 것 같습니다.
비밀무기 아이 역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계속해서 학습해 나가는 순수한 AI+아이 역할을 잘 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아이스크림 사주는 AI여자 배우가 있는데, 최근 나온 게임 사이버펑크2077 팬텀리버티의 송소미 캐릭터와 좀 닮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그냥저냥 볼만했습니다.
CG로 꽉찬 SF생각하시면 좀 지루할것이고, 최근 더욱 심해지는 사회갈등에 관해 종단위로 SF적으로 고찰해보는 시간을 좀 가져보고 싶으시면 나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포스터는 개인적으로 imax보단 4DX포스터가 더 이쁜것 같습니다.
너무 주저리가 심했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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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 로봇 장면이 유머였나여? ^^;;;
저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자폭 명령을 내리는데
로봇이 잠시 망설이는 장면,
명령을 이행하기 전에
'그동안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장면.
단순한 도구 취급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로봇.
이 장면에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온전히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웃은 포인트는 자폭만이 목적인 자폭 로봇에 인격이 부여된 듯한 모습이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라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으로 웃었습니다.
망설였던 모습과 대비되는 우직한 달리기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던거 같네요.

인공지능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하고요,
충분히 결말이 예상 가능하고 설렁설렁 흘러가다 보니 긴장감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림은 좋더군요.



진부하게 달려가지만, 나쁘진 않았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