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vampiro (1957) 최고의 뱀파이어 영화들 중 하나. 스포일러 있음.
멕시코는 호러영화 강국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물이 아니라,
전통적인 멕시코 호러영화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멕시코 호러영화는 다른 나라 호러영화와는 아주 다른 특징들이 있다.
토속적이고 주술적이며 뭔가 전근대적인 그로테스크함이 강렬하게 영화에 배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당이 장군신을 숭배하듯이, 악마 숭배같은 것이 타부가 아닌 듯하다.
"마녀의 거울"같은 영화에서는, 서양영화에서 보통 악역으로 등장하는 악마 숭배 마녀가 선역 주인공이다.
아예 영화에서 대놓고 "사탄이시여, 제게 힘을 주소서" 이런다. 그는 사탄의 힘으로
아내를 죽인 살인자에게 벌을 내린다.
그리고 특수효과나 표현력이 아주 탁월하다. revenge of crying woman 같은 영화에 보면,
마녀의 피를 타고 난 젊은 여인이 피가 들끓는 동안 고통에 어쩔 줄 모르다가 밖으로 뛰쳐 나간다.
그러자 밤하늘에 수많은 눈꺼풀들이 눈꺼풀을 열고 빛의 눈동자들이 여인을 바라본다.
상당히 예술적이고 인상적이다. 특수효과들이 암시적, 함축적, 시적인 데가 있다.
그리고 영화가 굉장히 안정적이고 잘 짜여져 있다. 뭔가 빠진 부분 혹은 더 있었으면 하는 부분 혹은 과잉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다. 가다가 툭 튀는 부분도 없다.
복선은 반드시 치밀하게 깔아놓고 진행 스피드를 느렸다가 빠르게 했다가 능수능란하게 한다.
멕시코 호러영화를 토속적 강렬함을 내세운 좀 어리숙한 영화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간 놀라게 된다.
이 영화 뱀파이어는 아주 인상적이고 중요한 작품이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1950년대 만들어진 구니스나 후라이트 나이트같은 쿨한 모험영화다.
전통적인 쟝르에 쿨한 분위기와 신선함을 도입한 영화다. 젊은이들이 어쩌다 모험에 휘말려들어가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아찔하게 허공을 빙빙 돌며 날아가는 듯 모험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영화가 아주 쿨하고 스피디하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전통적인 드라큘라 영화를 더한다. 이것을 아주 완벽하게 결합해서
인상적이고 멋진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 감독은 스필버그 퀄리티가 있는 명감독이다.
마르타라는 처녀는 기차를 타고 자기 고향으로 가는 길이다.
산 넘고 넘어서 어느 폐쇄적인 오지에 있는 마을이 고향이다.
기차는 산을 올라가다가 어느 간이역에서 멈춘다. 고장이 난 것이다. 마르타는 빨리 고향에 가야 하는데,
기차가 내일이나 되어야 움직인다고 하니 울상이 된다. 역장을 붙들고 사정을 하는데,
"소용 없어요"하고 말하며 엔리크가 빙긋 웃는다. 이 태평스런 젊은이는 판자 위에 누워서 모자로 얼굴을 덮고
자고 있던 중이었다.
마르타는 고향으로 가는 마차를 간신히 구한다.
하지만 처녀 혼자서 마차를 타고 그 먼 길을 갈 수 있겠는가?
엔리크는 빙긋 웃으며 마차에 뛰어 오른다.
하룻밤 그 오지마을에서 보내고, 내일 아침 기차가 떠나기 전 돌아오면 된다.
마차는 산 속에 있다는 그 오지마을을 향해 출발한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
그리고 영화 무대는 전형적인 고딕호러영화 장소가 된다.
검은 공간을 흘러가는 하얀 연기. 무덤처럼 조용한 정적. 폐쇄적이고 공포스런 저택들. 뭐 이런 것들 말이다.
마르타는 놀란다. 자기 고향은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마을은 이미 드라큘라의 수중에 들어가 버렸다. 드라큘라는 마르타의 이모의 피를 빨아 노예로 만들고
하나 하나 마을을 집어 삼킨다. 여기 멕시코 전근대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 있다.
드라큘라가 딱히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전근대적인 계급사회의 폭력을 이용해서
그 계급사회의 경직성을 자기 공포와 지배의 도구로 만든다. 이것만 해도 기존 드라큘라 영화에는 없는 주제다.
그리고 이런 계급사회를 들이받으며 드라큘라와 대결하는 것이 바로,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젊은 세대다.
냉철하고 활동적이면서 두뇌 회전이 빠른 엔리크는 마을 바깥으로부터 온 새로운 존재다. 그는 경직된 계급사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드라큘라의 계급적 권위같은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마을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드라큘라와 맞짱을 뜨면서 팽팽한 대결을 벌인다. 나중에는 드라큘라와 펜싱 싸움까지 하면서 팽팽하게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데스매치를 벌인다. 아무리 드라큘라가 언데드라고 하지만, 에너지가 샘솟아 오르는 젊은이 - 그것도 좌절과 공포를 모르는 이 낙천적인 젊은이를 이길 수는 없다.
드라큘라는 마르타를 노리고 피를 빨려 한다. 하지만 엔리크가 이를 두고 볼 리 없다. 마르타는 몇번이나 위기에 빠지게 되고, 엔리크는 마르타를 구해준다.
이 모든 사건이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것이다! 내일 아침까지 기차를 타러 돌아가야 한다는 좀 코믹스런 설정이
긴박감을 더한다. 어쨌거나, 기차가 출발하기 하루 전, 하룻밤 동안 고향을 다녀가려고 마차를 타고 온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사건이 진행되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엔리크는 드라큘라를 없애고, 기차가 출발하기 바로 몇분 전 간이역에 도착한다. 그는 기차에 올라타서 망설이다가
뛰어내려서, 기차 아래에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마르타를 껴안고 열렬하게 키스한다.
하룻밤 동안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몇년 동안은 겪을 위기를 함께 겪고 헤쳐 나왔다. 둘은 이미 열렬하게 사랑하는 사이다.
나이 든 역장은 지나가다가 두 사람을 보고 "요즘 젊은이들은...... 쯧쯧쯧"하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지나간다.
역장은 모른다. 둘이 무엇을 함께 겪었는지.
엔리크는 결국 기차를 놓치게 되었다는 좀 코믹스런 엔딩이다.
좀 복잡하고 섬세하다고 할 수 있는 플롯을 잘 영화화했다. 평범한 젊은이가 고딕호러 환타지의 장소
에 빨려들어가서 거기에서 환상적이고 공포스런 모험을 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진행 스피드는 시종일관 경쾌하게 빠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테일이 설렁설렁 그려지지도 않는다.
마치 조각도로 깊이 선명하게 새겨놓았듯, 전근대적이고 폐쇄적인 마을, 공포스런 드라큘라, 검고 비밀스런 대저택, 비밀통로와 납골당 등이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영화는 아주 잔인하기도 하다. 어린아이가 드라큘라가 보낸 박쥐에게 뜯어먹혀 죽어가는 장면을
암시만 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길게 상세하게 보여준다. 당시로서는 영화에 이런 장면이 등장한 것이 처음이고
아주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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