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과 송강호
지금의 국민배우 송강호를 만들어 낸 이는 그 누구보다도 송강호 자신일테지만 그와 함께 작업한 명감독들의 공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비록 단역과 조연 사이 애매모호한 비중이긴 했지만 진짜 양아치를 양아치 역으로 캐스팅하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줬던 초록 물고기의 감독 이창동은 사실상 그를 데뷔시켜 준 감독이고(홍상수의 돼지가 물에 빠진 날에서는 너무 단역이라..) 박찬욱은 JAS로 그를 당당한 흥행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송강호가 누구의 페르소나 할때 바로 떠오르는 감독은 봉준호죠. 살인의 추억은 그 자체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최고 명작이지만 송강호가 없는 살인의 추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영화를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었는데 생각해보면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이를 살려낸 명연기도 봉준호 감독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봉준호는 송강호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마다 우연찮게도 그를 다시 끌어올려 준 역할을 했었죠.(마약왕의 실패 후 기생충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푸른소금, 하울링의 연이은 실패로 이제 송강호도 내리막길인가 할 때 설국열차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있습니다. 김지운은 송강호에게 봉준호만큼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믹한 깡패역 등의 조연에서 벗어나 대작인 쉬리에서 나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몰개성에 뻣뻣한 연기로 계속 조연에 머무르는 것 아닌가 했는데 쉘위댄스의 레슬링 버전인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에서 일본 국민배우 야큐쇼 고지처럼 평범한 샐러리맨이 비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원톱 주연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냅니다.
바로 이 영화에서 평범한 사람의 희노애락을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송강호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송강호라는 원석을 발굴해 보석으로 깎은 최초의 감독은 김지운이라는거죠.
율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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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또 좋은 감독님과 함께 폭발적인 작품 하나 뽑아내주길 응원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