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 평점, 한줄평, 추천도, 강스포 단평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 4.0
평점 4.0점 (★★★★, 꼭 봐야 할 수작)
(동점작에는 "본 얼티메이텀”, "007 스카이폴”, "옥자", "헤어질 결심" 등이 있습니다)
(유사작 점수는 "설국열차/4.5점", "미스트/3.8점", "인 타임/2.5점+" 등이 있습니다)
한줄평
재난상황은 은유일 뿐, 집단의 이기심과 비인간성을 폭로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디스토피아물
추천
포스트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 피카레스크 코드와 맞는다.
사회풍자, 블랙코미디, 아이러니를 자극하는 부조리극을 좋아한다.
선악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공감과 비공감의 선을 오가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를 좋아한다.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의 팬이다.
비추천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
찝찝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주제, 씁쓸한 결말이나 여운을 힘들어한다.
재난순간의 직접적인 묘사를 통해 액션감, 스릴감, 오락성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_ 스포주의 단평
요약
1. 극단적인 상황 속, 집단의 안위와 이기심, 비인간성을 폭로하는 디스토피아-피카레스크물.
2. 김영탁 주민대표의 입체적인 캐릭터성, 이를 연기한 이병헌의 호연이 일품이다.
3. 외부인을 몰아내면서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하는 인간군상의 묘사가 - 각본, 연출, 미장센, 미술배경 모두 - 뛰어나다.
4. 강약조절, 반전감, 호흡 등.. 사소하긴 한데 정교하지 못한 부분들이 조금 있어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
김영탁 주민대표 (이병헌)
김민성 공무원/행동대장 (박서준)
명화 간호사/김민성의 아내 (박보영)
김금애 부녀회장 (김선영)
문혜원 903호 주민 (박지후)
극단적인 상황에 다양한 유형의 인간군상을 몰아넣은 후, 개연성에 맞게 굴리고 적절하게 고비를 던지면서 흡족스러운 디스토피아물로 완성해냈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순간에서 집단의 안위를 외치기 시작하며, 정의는 뭉개지고, 소수의견은 묵살되며, 계급을 나눠 약자를 배척하고 갈라치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극단적인 상황에서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의 이기심과 비인간성을 폭로하며, 그 결말마저도 ’자업자득‘이나 ’통쾌한 복수‘가 아닌 ’공멸‘이라는 점에서 찝찝한 여운을 던진다.
특히 중반부부터 불쾌감을 본격적으로 자극하기 시작하는데, 각본, 미술, 구도, 미장센 모두 좋다. 빈방울 배정해준다며 아파트 앞에 외부인을 모아두고 벽을 치는 장면, 부녀회장이 아파트 정비 사업을 선전하는 장면, 결집과 대립을 반복하며 정치와 배척을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바퀴벌레처럼 뭉쳐서 싸우는 장면 등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다. 공멸해버린 후 완전히 괴리된 사회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당연한 듯 풀이하는 결말부와, 이 아이러니를 받아들인 명화가 비릿한 웃음과 함께 ’평범함‘을 말하는 말맛과 여운도 상당했다.
김영탁(모세범) 캐릭터와 배우 이병헌의 해석이 미쳤다. 초반부에는 표현이 조금 어리숙하고 감정 조절을 잘 못해도, 희생정신과 행동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그래서 초반에 유머스럽게 어리숙함을 보여줄 때는, 집단의 비합리적인 선택과 불안한 미래를 비웃는 듯한 맛이 살았다. 그 후 점점 집단의 호응과 권력에 물들며, 연설에 설득력과 힘이 붙고 정치를 시작하면, 부여된 이미지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권력에 경도된 선봉장의 아릿함을 꼬집어 풍자하는 방향으로 풀이되었다. 그러다가 전말이 밝혀지며, 제 안위와 이기심을 위해서라면 폭력과 자기합리화를 마다하지 않는, 열등감과 거짓상징으로 똘똘 뭉칭 인물로 한순간에 뒤바뀌어 버린다. 이 양단을 오가는 캐릭터의 오묘한 선을 연기해낸 이병헌의 연기가 정말 천재적이다. 그 외 인물도 대체적으로 매력적이다. 아첨꾼이자 프로파간다인 부녀회장은 기괴한 감칠맛을 더하고, 903호 주민은 ’허황된 유토피아‘에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로써 역할을 다한다.
남은 두 주연도 괜찮다. 권력에 빠르게 순응하는 집단 속 무기력한 소시민 김민성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무덤덤한 모습을 보여 다소 평이하게 다가왔지만, 상황이 절박해져감에 따라 감정을 더하며 캐릭터성을 강화해서 보여주었다. 인간성과 정의를 상징하는 명화는, 재난물에서 꼭 등장하는 유형의 캐릭터라 전형적인데다 요즘 트렌드상 답답하게 다가오지만, 디스토피아의 가치관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기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인데다, 상징에 집착한다고 서사나 각본에 발목을 잡진 않고 현실적으로 묘사되기에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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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정교한 강약조절에는 실패했다는 것.
초반부 보여지는 재난상황은 ’절망‘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끝장‘ 그 자체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인데, 이를 생존자들이 생각보다 가볍게 받아들여서 작위적이었다. 생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눈앞에 닥쳐왔고, 정신적인 고립이나 무너짐을 느낄만한 상황에서, 우스꽝스러운 OST를 깔고 재난물의 전형적인 설정을 가볍게 풀어내려고 하니까 영 맛이 안 산다. (바퀴벌레라던가, 돈 말고 생필품으로 거래합니다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참혹함에 절망하던가, 상황이 조금이라도 희망적이었던가, 둘 중 하나만 했었어야 한다.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으려면, 미장센이나 OST로 기괴함과 불쾌감 충분히 자극할 수 있었다.
또, 일부 엑스트라 개개인의 동기가 좀 아쉬웠다. 대표적으로 외부인 퇴출 회의에서 계급을 나눌 명분으로 꺼낸 모 입주민의 대사가 영 안 와닿는다. ”빌라촌과 아파트 단지를 가르는 육교 하나를 넘기 위해 20년 넘게 고생했다“. 재난을 목도하고 생존을 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사회문제 하나 끼워보겠다고 상황에 안 맞는 태평한 소리를 한다. 부녀회장처럼 ’부정적인 감정‘인 ’배척‘이라는 감정 하나로 결집하는 방향이 더 자연스러웠을 거라 생각한다. 초반부를 정리해보면, 기생충을 따라하려다 설정과 장르상 안 맞아서 가랑이만 찢어진 꼴이라고 생각한다.
중반부 반전감을 보여주는 방식도 아쉽다. 김영탁이 황궁아파트 입주민이 아닐 거라는 복선은 작품 내내 깔려있었다. 그런데 김영탁이 아파트 노래를 부르며 전말을 보여주는 타이밍이 좀 뜬금없다. 갑자기 과거회상을 하며 전말을 밝힐 때는 반전감보다는 잔인한 살해장면에 집중하게 되고, 소름 끼치는 반전감은 903호 집에 들어가서 소름 끼치는 이유를 입으로 직접 말해줘야 확 온다. 명화가 할머니를 추궁할 때도 마찬가지다. 치매와 유아퇴행으로 배고프다고 하니 맥이 빠지는데, 그러고 나서 아무런 암시 없이 갑자기 김치냉장고를 바라보고 시체를 짐작하는 등, 반전감을 부여하는 호흡이 좀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 외에, 제대로 다뤄지지 않거나,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다룬 후 치워지는 부분도 많았다. 김민성은 재난 당시에 어디에서 뭘 한건지. (처음에는 일어나 보니 재난상황이 이미 벌어져 있는 건 줄 알았다. 진동도 느껴지고. 그렇지만 막상 보니 재난상황을 직접 겪었고, 트럭에 깔린 생존자를 구출하지 못한 죄책감과 황궁아파트가 살아남은 안도감의 복잡미묘한 감정의 여파를 이미 겪은 듯한데, 그러면 아파트로 복귀한 이후 무덤덤하게 대응을 준비할 수 있나? 옷장의 봉을 잡으며 결심하는 만큼 죄책감을 버리고 안위를 챙기기 위한 장치로 삼은 것 같은데, 그러기엔 과거회상이 너무 뜬금없이 이루어지고 상징을 제대로 갈무리하지도 않았다.) 김민성-명화 집에 들였던 외부인 애기는 초중반부 내내 인간성을 자극하는 도구로 눈앞에 자꾸 나타나더니만, 발각된 후 최후는 어떻게 된 건지? 김치냉장고를 들고 나오는 반-대표파는 언제쯤 결집한 건지? 후반부 전투 이후 김영탁은 집으로, 김민성은 평화로운 집 일러스트로, 명화는 교회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끄는 것도, 상징성은 알겠는데 정교한 암시나 복선이 없어 다소 뜬금없게 다가왔다.
세스크라
추천인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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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김영탁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미쳤더군요. 입체적이고, 현대인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상이고, 묘사도 일품이고.. 이 캐릭터의 캐릭터성과 이를 연기해낸 이병헌의 연기력만큼은 5점 만점에 5점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모호한 선악, 공감과 비공감의 질문을 던지는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