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0.
<잉투기>에서 엄태화 감독의 개성을,
<가려진 시간>에서 엄태화 감독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오랜 만에 거대한 예산으로 만들어진, 엄태화 감독의 신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올 여름 빅4의 네번째 작품이자 (아마 다수의,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큰 기대작이죠.
1.
아파트가 대한민국의 가장 대중친화적인 거주환경이 된 일례들을
초반에 사실적인 혹은 다큐멘터리적인 영상들로 소개한 오프닝을 통해
앞으로 펼쳐진 사건에 대한 이해를 현실적으로 건설합니다.
이 오프닝의 장치를 통해 아파트를 단순히 배경으로 삼는 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진 일련의 사건에 대한 충분한 동기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소재임에도 다른 문화권에게도
이 작품의 세계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쓰이는 영리함이랄까요.
2.
포스트 아포칼립스, 재난물이라는 거대한 장르가 무색하게
사실 이 작품의 시작점은 이미 재난이 벌어진 후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기대했을 재난에 대한 장면 묘사는 극히 짧고 주로 플래시백으로 다뤄집니다.
단순히 이런 사건들이 있었음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건 묘사와 더불어 인물의 전사를 묘사해서
정보 전달과 캐릭터 구축에 있어 굉장히 효율적인 각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3.
사회시스템과 인간군상에 대한 일종의 블랙코미디로 다가오는 플롯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장르 영화의 문법 아래 착실하게 펼쳐지는 사건 속에서 처음으로 벌어지는 사건도 사회적인데요.
러닝타임의 30분 즈음 펼쳐지는 사건이 바로 주민 대표를 선출하거나 아파트 외부인 관련 문제에 대해
선거를 하는 에피소드입니다.
<기생충>이 학연지연을 플롯으로 녹여내 초반 1막을 구성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풍토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풍자하는 1막에서 눈길을 흥미롭게 끌어 냅니다.
4.
꼭 사회적이거나 블랙코미디 적인 요소들이 아니더라도 영화 내적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요소들이 빼곡합니다.
러닝타임의 60분 가량 되는 시점에서 영화는 한 번 국면을 맞이하는데요.
박지후 배우의 등장과 이병헌 배우가 맡은 김영탁이라는 인물에 대한 전사를 소개함으로써
이야기 자체에도 탄력을 부여하고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스스로 부여해 집중력을 유지시킵니다.
5.
결말까지 다 보고나면 제목을 굉장히 잘 지었다고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영화의 상당 부분 벌어지는, 회의감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속에서
얼핏 <설국열차>와 유사한 결론을 제시하면서도
이상적이고 희망적인, 엄태화 감독의 이상에 대한 해답을 더욱 확고히 제시하는 데 성공합니다.
후반부 박보영 배우의 대사를 통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얼핏 이분법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함정을 피해 보다 철학적으로 사료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생각합니다.
6.
가깝게는 <#살아있다> 등의 유사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들이 많이 떠오르는데요.
상대적인 비교를 떠나서도 절대적으로도 만듦새가 굉장히 좋습니다.
러닝타임의 상당수가 <다크나이트>의 후반부에서의 철학적 딜레마가 떠오를 정도로
판단의 몫에 대한 밸런스가 굉장히 뛰어나거든요.
그렇기 위해서 현실성 있는 캐릭터의 시점으로 대다수 이야기가 펼쳐지고
여러 인간 군상에 대한 설득력도 일일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부여해서 여러 방면으로 생각거리를 안깁니다.
7.
전체적으로 암울한 톤앤무드로 전개되는데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들이 빼곡해 군데군데 유머러스함도 있습니다.
얼핏 웨스 앤더슨 감독스러운 연출도 활용되고 (주로) 이병헌 배우를 활용한 블랙코미디로
루즈해질 수 있는 흐름에 리듬감을 넣는 달까요.
그렇기에 130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큰 지루함 없이 결말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과감하게 펼쳐지기도 하고요.
8.
이병헌 배우의 강렬한 연기를 중심으로 김선영 배우 등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를 훌륭히 묘사해서 현실감도 있고 설득력도 뛰어나 몰입하기 굉장히 좋습니다.
다만 초반부터 줄곧 눈에 띄는 CG의 아쉬움이나 단순히 특정 신체부위 만으로 묘사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한 한계에 대한 아쉬움이 따르긴 하네요.
그런데도 알고보면 좋은 엄태구 배우의 출연은 카메오의 활용과 더불어
영화의 세계관 확장도 절로 되어 이야기의 확장성도 뛰어나서 아쉬움을 전반적인 만족감으로 뒤엎습니다.
한 줄 평 : 마침내 엄태화 감독의 유포피아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철학적 딜레마에 대한 통찰력
추천인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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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 배우의 카메오는 알고 보면 좋을 요소와 더불어 이야기에 확장성을 주는 좋은 카메오의 예시로 다가오네요
전체적으로 진격의 거인 생각 많이 났습니다
저도 상업영화에 철학적 딜레마를 다룬, 다크나이트 후반의 확장이라고 까지 느껴지더군요
엄태구 배우는 우정 출연인가? 했는데... 출연료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분석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