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간단 비교 후기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또 더러는 어떤 이들의 우려 속에.
4편의 한국 텐트폴 영화가 개봉했네요.
죠스, 에서 우리는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배웠고.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을 기점해 이런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는 관례가 세월을 지나며 텐트폴이라는 단어로 바뀌었습니다. 아마도 미국은 이런 텐트폴의 마지막이 오펜하이머가 아닐까 싶네요. 한국 역시 오늘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마지막으로 개봉 성적과 개봉관에 따라 특정 영화는 반사 이익을 볼 테고 또 더러는 작은 중소영화가 치고 나올 가능성도 대두합니다. 아마도 오펜하이머를 기점으로 확연히 극장의 개봉 영화가 갈리지 않을까.
먼저. 밀수는, 제가 개발도상국의 해녀 사용기라는 한줄평을 적었더랬죠.
케이퍼 무비. 즉 범죄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다만 현대에 이르러 그것에 그치지 않고 반전을 통한 영화적 쾌감의 배가가 케이퍼 무비의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교과서적인 영화가 <나우 유 씨미:마술사기단>이겠네요. 밀수 역시 활용하기 위해 플롯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시간의 재배열, 회상이나 인서트, 복선의 회수 등을 통해 단순히 범죄로만 그치지 않고 소위 뒤통수 치는 반전을 위해 노력합니다.
올해 개봉한 4편의 영화 중 아마도 가장 교과서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특히 대담한 음악의 전진 배치를 통해 플롯을 넘은 내러티브의 확장을 꽤했습니다.
그에 반해 소위 MZ 세대는 오히려 알 수 없는 음악과, 두 번은 거슬러 올라가야 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인지라, 아무리 영화적인 기법과 반전을 장치로 사용해 세련되게 연출했다고 한들. 그게 뭐? 하는 심정적 대변으로 극장을 나올 관객들이 적지 않았을 거라 여겨집니다.
결국 세대 통합보다는 분열을, 올드함은 그냥 올드함으로 끝나버리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열광할 관객은 저 같은 최소 4초 이후가 아닐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아래에 나올 영화들에 비하자면.
비공식작전!
이 영화가 내세운 것은 사막에서 개고생하는 하정우와 이를 유쾌함과 상큼함으로 되받아치는 주지훈의 콤비플레이일 겁니다. \
그러나!
올림픽도 열리기 전인 1980년 대에, 특히 미국도 무서워하던 그당시 중동에서. 학연지연혈연을 헐거벗은 외교관이 부패한 공권력에 쫓기다 한국인이 운전하던 차를 탈 확률은. 그게... 가능한 건가. 로또가 걸릴 확률이 높을까 이게 높을까. 사뭇 머릿속으로 따져보게 되더이다.
이후로도 마찬가지. 영화는 운에 기댄 전개로 플롯의 성성한 구멍을 주지훈의 입담과 싹퉁바가지 없는 행동에 철저히 농락당하는 하정우의 고단한 인간애로 버무리는 터라.
실화 좋지요. 안타깝지만 완성도만 따지면 네 편 중 최하가 아니었나.
그래도 싫지 않은 능청미 넘치는 주지훈과 고생고생생개고생을 승진과 맞바꾸려는 하정우의 노력은 그럭저럭 괜찮은 케미를 보여줍니다.
더 문!
280억으로 만들어 낸 한국 영화의 기술적인 진보, 에는 분명히 박수칩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도 고민하며 폐기했을 듯한 시나리오는 "잘못된 만남"이었습니다.
제가 인스타에 쓴 글을 긁어오면!
한국 관객의 질적인 높이는 할리우드를 능가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
결과적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우리 달에 가 보자, 하는 모티프에 시나리오를 끼워 맞추어서는 안 되는 시기 아닐까.
결국 이 영화에서 확인한 것은, 아무리 우주로 나가려고 해도 미국 없으면 개밥에 도토리, 라는...!
그래도 도경수 배우님, 참 아름다운 배우다, 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네요. 부디 흥행 영화에도 출연해 주시길.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의 도입부부터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파트에 열광했는지. 그리고 그 아파트가 모두 붕괴해버렸을 때 인간의 심정은 어떨지.
이 두 상반된 의제를 영화를 통해 가감없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영화였습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욕망의 몰락이었을까요. 아니라면 배경(의식주)의 몰락이 인간의 몰락을 부추길 거라는 철학이었을까요.
호기롭게 시작했던 재난부에 비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장황하고 두서없어지며 영화는 길을 잃은 듯했습니다. 특히 전개가 난삽한 터라 어떤 과정이나 절차 없이 급작스레 치달아 종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만 이병헌으로 대표할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칭찬받을 만했답니다. 즉 연기 보는 맛으로 보는 영화, 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문득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더랍니다. 내가 지난 45년 정도 영화를 보며, 디스토피아 영화를 몇 편이나 봤더라? 그 중에 이 영화를 잘 만든 영화라 꼽을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였어요. 그러나! 앞에도 썼지만 그 압도적인 연기력에 그만 입을 벌리고 말았던 장면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병헌 짱! 그 외 배우들, 모두 연기 멋졌습니다.
4편의 영화를 놓고 보면.
그나마 밀수가 전반적으로 가장 나은 듯합니다. 배우의 연기, 영화적 성취도, 내러티브의 완성도까지.
잔망스런 재미는 분명 비공식작전이 넘치지만 서사적인 면에서 통제가 잘 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비추일 게 뻔해서.
아무리 더 문의 한국적인 기술력이 좋다고 하지만, 1998년에 나왔던 <아마게돈>보다 나은가. 무려 25년 전(물론 압도적인 제작비라고 하지만) 영화에 비해 서사나 신파 등이 더 멋지게 기능했던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말하고자 하는 바, 그것이 정제된 채로 관객에게 다가갔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연기 보는 맛은 대단했던!
이렇게 4편을 마치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올여름 텐트폴은, 반찬은 많은데 살인사건이 없구나! 라고.
이제 오펜하이머를 기다리게 되네요. 아마도 평을 보고 향방을 가늠할 보통의 관객(2달에 1번 정도 영화를 보는)도 결국 오펜하이머에 지갑을 열지 않을까. 뭐 그런 결론에 다다르네요.
추천인 8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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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얼른! 말씀 주세요.
비교 잘 봤습니다. ㅎㅎ
오늘도 좋은 날 되십시오.
감상 기다릴게요.
꼼꼼한 평가 잘 봤습니다. 밀수는 오랜만에 재밌게 봤습니다.
개인적 견로해는, 영화에서 한끝 더 나가지 하는 아쉬움들이 있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비교 후기 잘 봤습니다.
오락 영화로선 밀수가 잘 빠졌죠.
올드하단 얘기 들으니, 좀 세대 차이도 느껴졌고..^^
밀수 외 나머지는 불호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