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무겁고 염세적이지만 그렇기에 추천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봤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무겁고 염세적인 드라마입니다.
보통 무거운 드라마가 중심에 있으면 중간중간마다 유머를 섞어 무게 조절을 하곤 하는데,
이 영화는 일말의 타협도 없습니다.
감독이 생각한 비전을 거의 끝까지 밀어붙여 시종일관 무거운 공기를 유지합니다.
팝콘 좋아하는 친구랑 같이 봤는데 다 못 먹고 반 정도 남겼더군요. (저는 원래 필기하느라 잘 안 먹는 편...)
그만큼 몰입도가 상당히 좋은데, 염세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을 깊숙히 탐구합니다.
무엇보다 종교적인 이야기로 해석할 여지가 무척 많습니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있는 상징물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는 성경의 이야기를 변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한국의 계급적 문제와 자본주의와 더불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층위가 깊고 탄탄합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얻은 권력'이 아니고 '부여된 권력'인 것 같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탐구하고 해석해서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액션 장면이 몇 장면 있는데 완성도가 나름 괜찮습니다.
또한 서울 전경으로 드러나는 디스토피아 풍경도 시각적 재미가 좋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심리 드라마가 더 재미있네요. 굳이 4dx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도덕적 딜레마의 사회실험실 같은 공간을 통해 인간 군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찝찝한 기분을 계속 유지합니다.
기본적으로 관객이 마음을 둘 만한 공간을 주지 않아서 영화가 끝나도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결국 영화는 삶의 '조건'과 '이유', 그리고 인간의 선의와 최선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내뱉는 말도 있어 살짝 아쉽긴 하네요.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입니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에 이르기까지 각자 배우들이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 이병헌 배우는 영화 내내 실감 나는 표정과 몸짓으로 영화를 압도합니다.
김선영 배우는 영화 <드림팰리스>에 이어서 또 아파트 영화에 출연하셨는데 여전히 잘하시네요. 한국 영화의 호타준족입니다.
이 영화는 주연, 조연, 단역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잠깐 출연하는 배우도) 충실한 연기를 선보여 몰입을 해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 빅3를 포함해서 가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탄탄한 완성도, 염세적인 세계관, 흥미로운 각본이 잘 어우러진 영화네요.
상업적인 재미도 좋아서 무난히 흥행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호불호를 타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SOON_CINE
추천인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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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봤습니다. 좋은 성과 거두었으면 하네요.
추천하는 분들도 흥행 걱정할 정도로 염세적이네요. 꼭 성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