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간단 후기 - 광기로 가득채운 완벽한 지옥도 (스포)
용산 아이맥스 1회차를 예매했었으나, 영사기 문제로 관람이 어려워 시간대 찾아보니 일반관 상영이 바로 뒤에 있길래 보고왔습니다.
사전 평들이 너무 좋았기에 최근에 본 다른 영화들보다는 조금 기대를 하고 갔었습니다.
먼저 총평부터 말하자면, 그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네요.
영화의 배경이되는 재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군상 안의 각종 상황들에서,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소름돋을 정도였습니다.
연출과 각본의 영향도 있겠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이병헌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태국,일본의 공포영화에서 느끼는 공포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했습니다.
재난영화하면 그려지는 초반장면 - 먼저 주인공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후 서서히 덮쳐오는 재난 상황의 연출과 블랙아웃, 와이드 샷으로 잡아주는 재난 후의 상황 - 과 같은 흐름이 아니더군요.
그저 평화로운 배경음악 아래에 세상이 뒤집어 지는걸 보여줄 뿐입니다.
ㄴ생각지도 못했는데 진짜 좋았습니다.
이후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어떻게 결집하고 세력을 이루는지, 집단의 광기가 어떻게 쌓여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은 일부러 과장되게 연출한듯 보이는 장면들이 오페라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영화속 기괴한 분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네요.
방역작업 이라는 명목하에 외부인들을 몰아내는 부분은 마치 '미스트'를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이후 이병헌을 중심으로 결집된 주민들의 모습, 해원이라는 인물의 등장과 그로인한 반전, 후반부 난투극까지 모든 장면이 좋았습니다.
이병헌이 주민축제에서 아파트 노래를 부르며 슬쩍 미소짓는 모습과 아파트에 비친 주민들의 춤추는 그림자가 이루는 조화는 바로 앞에서 밝혀진 이병헌 캐릭터의 과거사와 맞물리며 나도 모르게 주변을 확인하게 만들 정도로 소름 돋았습니다.
그리고 해원을 협박하기 위해 집에 들어왔던 장면은 여느 스릴러물의 살인마들과 비교해도 더 무서울 정도인 눈빛이었고요.
후반부 집단 난투극 씬에서는 노을지는 배경이 만들어내는 붉은 조명이 사람들을 비추며, 마치 지옥불 속에서 싸우는 소악마들과 같은 인상을 줍니다.
재난으로 무너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인지, 아니면 죽어서 연옥에 갇힌 사람들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어느 후기에서 읽었듯 영화 여러 부분에서 기생충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빌드업이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과, 초반부 실소가 나오는 과장되게 연출된 장면들,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제의식일지 모르지만 당장의 장면속에선 드러나지 않는 말하고자 하는 것들.
하지만 감독님의 색깔만으로 이를 다듬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난 후엔 여운 자체가 남다른데, 짧은 엔딩 크레딧이 끝날때 까지도 계속 앉아있었네요.
엔딩 크레딧에 아파트 편곡 버전이 입혀져 있습니다. 끝까지 한번 들어보면 영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영화 뿐 아니라 지금까지 봤던 모든 영화 통틀어도 탑5안에는 들어갈 것 같습니다.
엄태화 감독님의 앞으로의 작업물이 정말 기대됩니다.
저도 이정도 수준의 재밌는 글이나 각본을 쓰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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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른자님 후기 같은 호평만 잔뜩 읽고 갔는데도 그 이상으로 재밌게 본거같습니다.
오프닝부터 압도적이죠.^^ 정말 차세대 한국 영화 감독으로 주목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