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4
  • 쓰기
  • 검색

나는 어떻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봉준호'와 '박찬욱'을 만났는가

영화에도른자
9754 10 14

TOP 3 영화 평가 무비스타그램 (1010) (48).png.jpg

 

오늘은 급식 영알못의 조금 자세한 리뷰입니다. 저번 콘토피아 리뷰글에서도 다룬 이야기인데 제가 엄태화 감독에게서 '박찬욱'을 보았다고 했었죠. 시사회 후 며칠 지난 시점에서 다시 리뷰해 보자면, 엄태화 감독이 그저 연출의 완전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봉준호와 박찬욱의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대중성까지 추구한 느낌입니다. 한국의 거장 하면 바로 떠오르는 두 감독들이 쌓아 올린 능력을 흡수한다는 건 결국 아류작으로 전락하기 마련인데, 이를 본인만의 정석적인 연출법으로 커버하니 오히려 이들보다 대중성 면에서는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겁니다. (적어도 '헤어질 결심'처럼 일반인들이 보기에 어려운 영화보단 어쨌든 심리적 압박감은 들더라도 어렵진 않은 '콘토피아'가 대중의 수용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이죠.)

 

그럼 이제 이 영화의 어떤 부분에서 봉준호와 박찬욱을 보았는지 살짝 이야기해 볼게요. 스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자제할 테니 보신 분들은 아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해 주시고, 안 보신 분들도 아 저런 관점도 있구나 해 주십쇼.

 

전개 방식은 봉준호 감독과 거의 유사합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의 특징 하면 초반에는 약간 유머러스하게 진행되는 블랙 코미디가 많죠. 대놓고 웃긴다기보다는 약간씩 우스꽝스러움을 더해서 극의 분위기를 풀어 주고, 후반으로 갈수록 압박감을 점차 높이면서 결국 약간만 열린 결말로 마무리짓습니다. 아마 이런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콘토피아에서도 똑같은 전개 방식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결말도 봉준호 감독의 어떤 두 영화와 순차적으로 거의 유사합니다. 뭔지 말하면 스포가 되니까 말 안 할 건데, 미리 보신 분들은 '아 그 영화랑 그 영화 생각난다!' 하고 알아보실 거예요.

 

사실 길게 갈 것 없이 블랙 코미디적 사회 풍자라는 성격부터 봉준호 감독을 연상시킵니다. 연출 특징에서도 유사점이 보이는데, 일명 '삑사리의 미학'이라고 하죠. 봉감독 영화에서는 인물이 삑사리를 내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도 한 번 등장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도 중요한 장면에 약간씩 의도적으로 과장시키면서 힘을 주고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유도합니다. 감정의 과잉이 미학적으로 치우쳐 있는 박찬욱보다는 약간의 과장을 곁들이고 일반적으로는 현실적인 측면이 강한 봉준호와 유사한 부분이죠.

 

반대로 미장센 등의 공간 구상 능력과 서사 및 배경의 미학적 측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습을 보입니다. 헤어질 결심에서 상징이 꽤 많이 등장했던 거,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콘토피아에서도 상징이 등장합니다. 다만 헤결처럼 많이 쓰면 그만큼 일반 대중들은 이해가 어려워지니, 깔끔하게 제한해서 썼어요. 굳이 영화 끝나고 돌이켜 생각할 필요 없이, 영화를 보는 그 자리에서 상징과 복선이 회수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볼 때쯤이면 회수된 복선 덕분에 특정 장면들이 처음 볼 때랑 전혀 다르게 보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봐도 좋고 두 번 봐도 좋은 셈이죠. 이것도 박찬욱 감독의 반전을 유도하는 영화들과 닮은 부분이죠? 

 

공간 구상 능력에서는 수직적으로 구도를 잡으면서 화면 전체에 비치는 공간의 미학에 여러모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요. (올드보이에서 자주 봤던 구도죠.) 그 상황에서 배경에 담긴 여러 소품들은 거의 반드시 해석해 볼 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배경 하나하나도 괜히 만든 게 없어요.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전반적인 샷을 보아도 구도의 과장을 자제하고 마치 스틸컷을 찍듯 구도를 잡으면서 공간에 담긴 미학을 최대로 활용합니다. 이것도 헤결에서 봤던 부분인데 여기서 또 보네요. 봉감독 영화도 미장센이 뛰어나지만 방향성은 박찬욱 감독과 유사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잔인할 수 있는 장면을 적절한 구도 사용으로 가려 필요 이상의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유사합니다.

 

스포를 자제해야 하니 이 정도로 말을 줄일 거고, 굳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지 않아도 두 감독의 팬이시라면 영화를 보자마자 이 두 감독의 협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상되는 게 강하면서도 완성도 면에서 두 거장에게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 감독 팬이시라면 이 영화 무슨 일이 있어도 연차를 내든 휴가를 쓰든 해서 보세요. 강추합니다.

 

추천은 도른자에게 큰 하뚜가 됩니다!!!

영화에도른자
12 Lv. 14167/15210P

https://www.instagram.com/luka.movie/ (도른자의 인스타도 한 번씩 방문 부탁해요옹)

[ ★★★★★ 영화 목록 ]

 

TOP 13. 애프터썬

TOP 12. 마더

TOP 11. 너와 나

TOP 10.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TOP 9. 안녕, 용문객잔

TOP 8. 서브스턴스

TOP 7. 콘크리트 유토피아

TOP 6. 괴물

​​​TOP 5. 하나 그리고 둘

TOP 4. 기생충

TOP 3. 바빌론

TOP 2. 버닝

TOP 1. 헤어질 결심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0


  • Rainy

  • 조영남
  • 갓두조
    갓두조
  • 넬슨잉글리쉬
    넬슨잉글리쉬
  • Robo_cop
    Robo_cop

  • 즐거운인생

  • 이상건
  • golgo
    golgo

  • Holidayinbrokendream

댓글 1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개봉하면 다시 보고 공들여 찍은 영상 미학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번 영화 꼭 성공해서 엄태화 감독이 더 좋은 작품들 많이 선보였으면 좋겠어요
07:49
23.08.08.
golgo

두 감독의 (실질적) 데뷔작인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이나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와도 맞먹을 수준의 완성도라 생각하는데, 이런 영화가 두 영화와 달리 흥행에 실패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겠죠.

08:34
23.08.08.
넬슨잉글리쉬
저도 내일 용아맥 오전 7시표로 또 보고 용포디 10시표로 또또 볼 생각입니다 ㅎㅎㅎ
16:23
23.08.08.
profile image
노스포 리뷰 덕분에 압구정 아맥에서 영화 잼나게 보고 리뷰도 감사하게 적었습니다 ^^
23:36
23.08.09.
저도 박찬욱 봉준호 생각났음. 마더 한장면도 생각났고...보면서 그냥 감탄했네요. 한국영화 역대급 계보에 들만한 영화라고 봄
18:27
23.08.1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나야, 문희] 예매권 이벤트 16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2:07 1672
공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시사회에 초... 17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20:03 2523
공지 [총을 든 스님]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4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19:54 1865
HOT 디즈니 플러스) 왓 이프 시즌3 1화 - 초간단 후기(약 스포) 3 소설가 소설가 6시간 전23:50 673
HOT 2024년 12월 22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5시간 전00:01 926
HOT 저스틴 발도니 WME 에이전시에서 퇴출 2 카란 카란 8시간 전21:37 948
HOT 김민주, 김혜윤 SBS 연기대상 1 NeoSun NeoSun 8시간 전21:50 1182
HOT 히든페이스 관객수 100만명 돌파 축하 인증샷 공개!! 3 카스미팬S 9시간 전20:07 1380
HOT 뇌를 좋아하는 좀비들의 귀환! 1 기다리는자 9시간 전20:03 926
HOT <최애의 아이: The Final Act> 실사화, 원작 팬과 신... 3 카란 카란 9시간 전20:37 724
HOT 매트릭스 주말 포스터 받았어요! 2 진지미 8시간 전21:37 650
HOT <수퍼 소닉3> 키아누 리브스 & 벤 슈와츠 일본 인... 7 카란 카란 17시간 전12:15 859
HOT <나폴레옹>을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리들리 스... 6 톰행크스 톰행크스 10시간 전19:03 678
HOT 단다단 애니메이션 2기 PV 공개, 2025년 7월 방영 예정 5 션2022 13시간 전16:52 783
HOT 올해의 영화 투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V부문은..... 3 스티븐킴 스티븐킴 12시간 전17:23 760
HOT 곽도원 리스크 이겨낸 [소방관] 250만·손익분기점 돌파‥3억 ... 5 시작 시작 13시간 전16:00 2325
HOT <모아나 2> 300만 관객 돌파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3시간 전15:58 795
HOT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GO> PV 공개 4 션2022 14시간 전15:09 819
HOT 광음시네마 롯데 괜찮네요 2 왈도3호 왈도3호 15시간 전14:44 704
HOT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티저 예고편 8 카란 카란 15시간 전13:55 1673
HOT 더니 빌뇌브, ‘듄‘ 영화화 비하인드 스토리 언급 2 NeoSun NeoSun 17시간 전12:06 1507
HOT 라이언 존슨의 차기작 ‘오리지널 SF’ 5 NeoSun NeoSun 18시간 전11:47 2186
HOT 자레드 레토,<마스터브 오브 더 유니버스> 실사판 출연 4 Tulee Tulee 18시간 전10:59 1411
1161479
normal
기둥주 4시간 전01:00 417
1161478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00:43 353
1161477
normal
뚠뚠는개미 5시간 전00:01 591
1161476
image
golgo golgo 5시간 전00:01 926
1161475
image
이상한놈 5시간 전23:56 762
1161474
image
소설가 소설가 6시간 전23:50 673
1161473
image
hera7067 hera7067 6시간 전23:35 670
1161472
image
6시간 전23:19 352
1161471
image
hera7067 hera7067 7시간 전22:27 648
1161470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1:50 1182
1161469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1:41 424
1161468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1:38 216
1161467
image
진지미 8시간 전21:37 650
1161466
image
카란 카란 8시간 전21:37 948
1161465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1:30 711
1161464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1:25 238
1161463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1:16 379
1161462
normal
Sonatine Sonatine 8시간 전21:09 176
1161461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0:53 544
1161460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0:52 591
1161459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0:50 281
1161458
image
카란 카란 9시간 전20:37 724
1161457
image
카스미팬S 9시간 전20:07 1380
1161456
normal
기다리는자 9시간 전20:03 926
1161455
image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10시간 전19:41 265
1161454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19:26 371
1161453
normal
카스미팬S 10시간 전19:03 402
1161452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0시간 전19:03 678
1161451
normal
Sonatine Sonatine 11시간 전18:30 356
1161450
image
뚠뚠는개미 11시간 전18:19 711
1161449
image
e260 e260 11시간 전18:15 500
1161448
image
e260 e260 11시간 전18:15 607
1161447
image
e260 e260 11시간 전18:13 422
1161446
normal
기운창기사 기운창기사 12시간 전17:45 358
1161445
normal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12시간 전17:41 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