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 [고급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 2023년 개봉작 첫 만점!!!
GV에서 들은 이야기지만 엄태화 감독은 굉장히 정석적으로 연출하는 몇 안 되는 감독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한 정석은 답습이 아니라, '영화를 이렇게 연출해야 한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장면 구성을 보면 구도를 정석적으로 잡으며 황궁아파트와 무너진 서울을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튀지 않게 적절히 구현하고 있죠. 그런데 서사적 전개도 디스토피아물의 정석에 가까워 자칫하면 영화가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를 사건의 효율적인 배치와 뛰어난 배경 구성으로 막아 내는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징과 복선까지 절묘하게 사용하여 미학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완성도까지 챙기고 있죠. 엄태화 감독의 정석적인 연출력은 오프닝 장면에서도 드러나는데, 저는 오프닝 보고 울 뻔했습니다. 슬퍼서가 아니라,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요.
배우들 얘기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정해진 역할을 정말 완벽 그 이상으로 수행해 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중 원탑은 역시 이병헌이지만, 이병헌 외에도 모든 배우들이 이보다 더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건 심지어 배우 본인이 다시 찍어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정도로 아름다운 연기력입니다. 지나가는 조연이나 엑스트라 한 명까지 실제 황궁아파트에 살던 사람을 데려다 찍은 수준이예요.
앞서 서사적 전개가 디스토피아물의 정석에 가깝다고 언급했는데, 서사적 주제는 여기서 약간 벗어난 모습을 보입니다. 정확히는 단순히 디스토피아를 위해 소모되는 작중의 서울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탄생한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할까요? 작중의 캐릭터들이 보여 주는 움직임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작중 전개가 보여 주는 현실은 전혀 판타지가 아니고요. 단순히 서울이 무너진 것뿐, 작중 서울의 과거와 현재는 우리의 서울과 같습니다.
배우들은 충분히 증명된 인물들이지만 엄태화 감독은 이번이 두 번째 상업영화 연출인데요. 저는 엄태화 감독에게서 박찬욱을 보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과장된 감정과 미학으로 관객들을 휘어잡는 편인데 엄태화 감독도 본작에서 이러한 점을 많이 활용했고, 추가로 자신만의 무기인 정석적인 연출과 구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까지 하죠. 아직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엄태화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완성한 성과는 박찬욱 감독이 쌓아 올린 성과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납니다. 언젠가 박찬욱과 봉준호가 닿은 그 지위를 이을 다음 세대는 엄태화 감독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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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도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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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좀 나고, 시체 나오는 정도입니다. 잔인할 것 같은 장면은 적절한 구도 사용으로 관객들에게 필요 이상의 불쾌감을 주는 것을 회피하고 있어요. (이것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에서 썼던 방법이죠?)
영화 특성상 색조가 약간 어두운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아파트 외부 장면에서 관람이 힘들 정도로 어둡진 않을 겁니다. 불 끄고 밤에 진행되는 장면은 약간 안 보일 수 있긴 한데 많진 않아요.
저도 보기 전까지 여기 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기껏해야 9점 아니면 정말 접신해서 만들어도 10하 라인에 들어갈 것 같았는데.. (10하는 올드보이~패왕별희까지?)
개봉이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8월 9일 꼭 기억하시고 극장으로 달려가시길 바라겠습니다. 특별관 의존도는 낮지만 극장 의존도는 또 높은 신기한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