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 100%] 더 문은 왜 망했는가?
아마 제목만 보고 '신파'부터 떠올리면서 글 누르신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이번 주관 100% 도른분석에서는 신파를 원인으로 지목할 생각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작년 비상선언 개봉일 관객이 30만 명이였죠? 더 문도 까 본 다음에 평가가 떨어질지언정 오프닝 성적으로는 최소 이 정도 관객을 동원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첫날 받아들인 성적표는 개봉일 8만 9천 명이라는, 비수기 영화들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운 성적이죠. 어째서 더 문은 외계+인 1부의 15만 명보다도 낮은 개봉일 성적을 기록하게 된 걸까요?
짐작하시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공식작전과 개봉일이 겹쳐서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을 원인으로 잡기에도 조금 이상한 면이 있어요. 비공식작전과 더 문의 개봉일 관객 수를 합치면 23만 명입니다. 이것도 비공식작전 대신 밀수를 선택하는 비중이 0%라는 가정 하에 나온 수치고, 8월 2일 박스오피스는 밀수 19만 명 / 비공식작전 12만 명이였으니 비공식작전이 없다는 가정 하에 더 문에게 떨어질 관객 수는 비율상 5만 명 정도로 환산하는 게 맞습니다. 이래도 외계+인을 못 넘기네요?
이는 2023년 영화 시장에서 질리도록 강조된 '입소문'이라는 요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요. 밀수는 지금 입소문이 꽤 좋게 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입소문 좋은 밀수를 고르는 게 랜덤박스에 손을 집어넣는 것보다 훨씬 속이 편하죠. 심지어 더 문은 여러모로 가족 대상 관람을 노린 영화인데, 지금 영화 시장에 누가 있습니까? 입소문의 끝판왕 엘리멘탈이 아직도 눈에 불과 물을 켜고 여름 대작들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아직도 부족해요. 밀수한테 1위를 빼앗긴 이유는 대충 알겠는데, 그래도 밀수는 미임파랑 엘리멘탈을 뚫고 오프닝 30만을 찍은 거에 비하면 유독 더 문의 화제성이 너무나도 떨어집니다. 더 문이 홍보를 꽤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 규모면 아무리 못 해도 외계+인 목은 땄어야죠. 심지어 같은 날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홍보도 별로 안 했는데 12만으로 더 문보다 많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더 문이 화제성 확보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SF를 꺼린다는 겁니다. (나름 외계인도 약간 SF라 외계인 망한 이유랑 비슷해요.) 그러면 바로 이런 말부터 나오겠죠. '엥? 한국은 인터스텔라 천만 관객을 찍은 국가잖아?'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요. 생각해 봅시다. 지금 한국 영화 시장은 '안전빵'에 극도로 치중된 구조예요. 관객들은 영화를 고를 때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합니다. 그리고 이미 범죄도시3 때 발생한 현상이죠? 관객들은 '좋은 영화'보다 '안전한 영화'를 택합니다. 한국 여름 대작의 익숙한 느낌을 주는 액션 영화 '밀수'나 '비공식작전'을 두고, 굳이 한국에서 처음 보는 SF 영화 '더 문'을 고를 정도로 과감한 관객은 많지 않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지금 같은 감독이 만든 오펜하이머 예매율 보면 오히려 오펜하이머랑 비교하는 게 맞죠? '크리스토퍼 놀란' 얼마나 믿음이 가나요?
그리고 하나 더, 이 영화에서 장르와 이야기는 전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여름 대작들은 기본적으로 중장년층들의 표심을 잡는 게 상당히 중요하죠. 그런데 SF는 중장년층에게 그리 매력적인 소재가 아닙니다. 우주 배경 SF 영화 자체가 기본적인 제작 기술의 문제로 2010년대에 와서야 성행한 신세대격 장르거든요. 그러니까 중장년층 잡자고 이야기 안에 집어넣은 신파 연출을 정작 중장년층들은 볼 일이 없다는 겁니다. 반대로 SF에 매력을 느끼는 청년층들은 신파 연출에 거부감이 강한 편이라 관람 이후 입소문까지 호의적으로 나지 않는 환장의 역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죠.
제작 기술의 발전 하니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 어쨌든 SF 장르에 매력을 느낄 관객층들도 굳이 더 문을 찾아 볼 이유가 많지 않습니다. 이미 할리우드 SF에서 기술력의 정점을 충분히 봤잖아요? SF는 고점을 찍은 후 저물어 가는 해입니다. 아직 중국 영화 시장은 서사적 성장이 한국보다 10년 가량 느린 편이라 충분히 '유랑지구' 같은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한국은 이미 SF로 돌풍을 일으키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정말 주관적인 얘기인데 제목이 주는 느낌도 '달이 뭐 어때서' 느낌이라 관람에 매력을 느끼기 힘들죠. 또 얘기하는 건데 진짜 팬데믹 이전에 개봉했으면 못 해도 300~400만은 들었을 것 같은..
부가적인 이유를 더 찾아보자면 일단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경쟁작에 비해 부족합니다. 50대 유명 여배우 투톱 주연을 내세운 밀수도 그렇고, 비공식작전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하정우와 이병헌이라는 티켓 파워 최종병기격 배우들이 있죠. 그런데 도경수는 그들과 같은 격에 서기에는 아직 확실한 영화 주연 흥행작이 없는 터라 배우로써의 티켓 파워가 너무 부족합니다. EXO 아이돌 팬덤은.. 글쎄요. 1일차와 2일차 성적의 차이를 보면 화력은 저게 끝일지도 모릅니다. 설경구 역시 갈수록 믿고 거르는 배우처럼 인식되고 있고요. 투톱 주연 배우가 둘 다 그다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김재국 역에 송강호라도 데려왔어야지) 감독도 마찬가지예요. 팬데믹을 거치며 신파 장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김용화 감독에 대한 평가도 크게 낮아졌거든요? 반면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는 실수였다는 듯 모가디슈에서 완벽하게 만회에 성공했죠.
결국 더 문은 여러 외부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초반 화제성을 끌어모으기 어려운 조건만 골라서 보유하고 있어요. 문화가 있는 날에 개봉했다면 저 여러 제약들을 줄어든 경쟁작과 낮아진 티켓값으로 커버하고 보러 갈 텐데, 밀수가 딱 그렇게 초반 흥행을 끌어모은 케이스죠.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제 한국 영화들은 7월 4주차를 사수하기 위해 엄청난 혈전을 벌일 것 같고, 방학 시작한 학생들 표심을 잡기 위해 7월 3주차로 당기는 영화도 늘어날 것 같네요. 반대로 8월 2주차는 경쟁작들의 흥행세 감소와 입소문만 탄다면 비교적 적은 이후 경쟁작 등의 요소로 작품성 위주 영화의 흥행이 쏠쏠할 것 같고, (이건 헌트가 어느 정도 입증한 요소고. 콘토피아 흥행을 까 봐야 증명되겠지만요. 하필 콘토피아는 뒤에 오펜하이머가 있어서) 8월 1주차는 정말 몸을 사릴 것 같습니다.
영화에도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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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필수 양념이던 신파가 이젠 독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문은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요소가 많아서, (아이돌 주연 배우 + SF 장르) 7월 3주차에 개봉했으면 꽤 좋았을 것 같은데요. 2주차 미임파 + 역주행 중인 엘리멘탈 + 바비 + 코난 4단 콤보가 엄청나게 위협적인 건 맞지만, 어떻게 머리를 굴려도 같은 빅4랑 개봉일을 아예 겹치게 만드는 것보다는 나은 대진운 아닐까요?
한국 영화끼리는 관객층 겹쳐서 외화랑 경쟁하는게 차라리 나아보여요 오프닝 8만명 보다 많이 나올듯요 하정우 배우 티켓 파워에 밀려서 3위 오프닝 굴욕이예요
결과론 적으로는 7월3주차가 훨 나았겠네요
그래서 어쩡쩡한 시기에 개봉 날짜 잡느라 눈치 보느니 서로 양보 않고 자신감 가지고 같이 가보자 하는 ㅎ
밀수와 경쟁은 못할 망정 충격적인 성적이네요.
예고편이 너무 잘 나왔거든요
3시간짜리 오펜하이머에 대한 전기영화인데요
결론은 무조건 입소문이 중요하다 입니다
이 영화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제 한국에서 SF 영화는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도 인기가 없었는데 야심차게 제작한 더 문의 흥행 성적이 너무나도 처참하기까지 하니 누가 만들고 누가 투자하려 할까요.
더불어 IMAX를 7년간 멸종시켰던 '7광구'보다도 (비평적으로는 낫지만) 흥행에서 훨씬 큰 손실을 입은 만큼, 앞으로 Dolby Cinema로 컨버팅되는 한국 영화도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돌비 시네마를 저어엉말 좋아하고, 더 문의 돌비 시네마에서의 장점 활용 면만 보자면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 이상일 정도로 훌륭하다 생각하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저기 나온배우들중 티켓파워 가진 배우들이 없어요
비상선언은 적어도 내노라하는 배우들 다 나와서 그나마 저 정도 찍은거라고 보구여
그렇죠. 본문에서도 떨어지는 티켓 파워를 더 문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아무래도 비상선언의 주연 배우들인 송강호 / 이병헌 / 전도연 3인방은 '캐스팅으로만 천만 영화' 수준이였으니까요.
+ 다시 생각해 보니까 진짜 이 캐스팅으로 망한 비상선언이 제일 대단합니다.
cj가 작년 외계인 생각도 못하고 무슨 자신감으로 진짜.. 그나마 더문 평점도 도경수 팬들이 지금 억지로 짜내고 좋은말만 적어주고 잇어서 저렇지 아마 도경수 아니엿음
에그는 아마 깨졋을거라고 예상합니다
어눌해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요. 국어책 읽는 듯한 발음
그리고 신파가 예상되는 영화고
헐리웃 영화에서 비슷한 걸 많이 봤기 때문에
저두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주연 배우가 가장 큰거 같네요 하정우 주지훈 vs 도경수 이건 뭐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손이 잘 안가는건 어쩔수 없는거니까요
영화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미리 나오는 장면들에서 설경구의 늘 봐왔던 표정과 신파를 보고 진작에 거른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좀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도 불호구요
외계+인에서 AI기계 목소리가 안 어울린다고 쿠팡플레이인가 넷플릭스에 떴을 때 사람들이 10분을 못 버티고 껐다는 이야기가 많던데 AI 더빙 목소리만으로 영화를 불호로 만들 정도인데 설경구의 신파 연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경구 -> 송강호로 바꾸기만 해도 개봉일 5만 명은 더 들었겠죠 아마..
외계인도 그렇고, 바로 전에 쌍천만 했던 감독이라고 이 모든 약점 무시하고 go 한 듯
인터스텔라,가오갤3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네요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새로운 시도만으로도 칭찬하고 싶은데
감독 배우분들도 이번 계기로 더 도약하길 바랍니다
틀린말이든
글잘쓰신다.
저는 설경구를 쓴 점이 흥행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분들에게 설경구배우가 얼마나 크게 비호감인지, 남성분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저만해도, 구독중인 ott에서 제공하는 영화일지라도 (돈 안쓰고 본다고해도) 설경구 나오면 거르거든요. ;;;
송강호님이 나왔으면 기쁘게 극장에 달려갔을 겁니다.
영화 마션을 벤치 마킹한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예고편에서 뿜어내는 분위기는 마션의 완전히 정반대더군요. 마션은 한명의 구조를 위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 판단하면서 국가를 초월한 협조까지 보이는 반면 더 문은 딱 봐도 한 사람, 설경구 배우 혼자 호소하고 소리치고 냉정, 객관적 분석, 판단 이런거 없어보이고 협조 조차도 없는거로 보이더군요.
흥행 실패에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지만 더 문은 SF영화라고 광고하면서 정작 SF영화 팬의 관심을 못 끄는것을 넘어 걷어차는 꼴이더군요. 한국에서 계속해서 SF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이런 영화도 어느 정도는 잘 되야하지 않냐 라는 의견도 있지만 글쎄요...
영화 자주 안보시는 저희 아버지도 "밀수 보러 가자 재밌겠다"
하시고 더 문은 예고편 봐도 보자는 말씀이 없으시더군요.
소소한 웃음과 액션이 있는 영화가 가볍게 보기 좋아서 관객몰이에 수월한데
더 문은 예고편만 봐도 아 계속 가슴 졸이면서 고생하는 거 보다가 말겠구나 생각이 들죠.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인터넷 등에서 시사회나 언론 평을 보고 볼지말지 한번 더 생각해보다보니
밀수 비공식작전 같은 가벼운 액션 영화
미션임파서블 같은 이미 널리 알려진 세계적으로 성공한 시리즈
엘리멘탈 같은 아이들 데리고 보기 좋은 영화
사이에서 장점하나 보이지 않는 더 문을 보러 가기는 쉽지 않죠
그놈의 신파.. 한국영화는 대체 언제쯤 이 미련을 버릴 건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