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더 문 - 드디어 만났습니다.
저는 평소 고급스런 명작들만 편식하는 사람이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합니다. 코로나 전에 혼자 볼 때는 1년에 6번 가량의 통신사 공짜표로 영화를 봤기 때문에 검증된 영화만 보았고 위플래시 같은 영화를 고르고 성공한 자신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기도 했죠. 그리고 OTT로 영화를 볼때는 아니다 싶으면 꺼버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몰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만나버린 것이었습니다. 바로 더 문을 말이죠.
이 영화는 저에게 처음 느껴보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중학교 과학책이나 심지어 마션, 그래비티같은 기본적인 우주 영화도 본적이 없는 것 같은 사람이 만든 비 과학적인 장면들은 저를 강타하여 계속 보다보면 지구 평평론도 믿어버릴 것같은 세계관의 혼란을 초래하였습니다.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명령은 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한국군대에 대한 블랙 코메디 영화인가 잠깐 고민했을 정도로 말을 안듣는 대원들과, 자신의 명령 불복종이 초래한 불행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혹시 여기서 웃으면 싸이코패스로 찍혀서 SNS에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언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안되겠어 여기서 빠져나가야 겠어"라는 생존 본능이 내리는 명령과 "안돼 지금 나가면 한시간을 그냥 날리는거야 필름컷이라도 받아야지"라는 매몰 비용을 생각하는 냉철한 이성이 서로 싸움을 시작하였고 신체가 본능적으로 스크린에서 떨어지기위해 의자에 파고들었습니다. 주연 배우가 조종석 조차 설치되지 않은 저 예산 착륙선에서 고문기구에 묶여 고문을 당하다 헬멧을 벗었을 때는 드디어 주인공이 고통에 못이겨 자살을 하려나 했지만 그냥 잘생긴 얼굴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였습니다. 이 후 이어진 탈출시도에서 실패하였을 때 저는 주인공과 관제센터에 있는 사람들 보다 더한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아직도 더 한다고? 그리고 드디어 우리가 흔히 신파라고 정의하는, 배우들이 일제히 안구에서 액체를 사출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과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장면들을 거쳐 모든 사건이 끝났을 때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이런 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우주적 공포를 느꼈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제가 혹평한 영화들에 사죄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너는 아카데미 8관왕 급인데 내가 배가 불러서 몰라봤구나... 밀수야 너는 올여름 천만 자격이 충분한 영화인데 감히 soso를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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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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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마 제가 싫어하는 요소가 다 들어있어서 그랬나봅니다. 영화는 개취니까요 ^^ 재미있는 관람되세요 :)
스피드 쿠폰에 당첨되는 바람에 그만 ㅠㅠ 기대감이라면 그래비티, 마션을 극장에서 너무 재미있게 봤기때문에 기대감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봐서 필름카드 받았어요ㅠㅠㅠ
저는 다행히 스피드쿠폰으로 일반관에서 봤습니다. 그래도 돈&시간 아까웠습니다. ㅠㅠ 필름컷은 겟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저중력 상태에서 적당한 텐션을 지닌 줄로 신체를 4점(5점?) 고정했으니
에반겔리온의 엔트리플러그의 수조형 콕핏 같은 효과를
일정수준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마 이 부분은 나름 고증을 받고 만든 게 아닌가 싶었어요.
하.지.만...
그랬으면 묶인 상태에서도 필수 시스템은 쉽게 손이 닿도록 했어야지....
(결국 디자인의 실패 ㅋ)
그쵸 장비에 계기판에 손도 안닿고 안전하냐 하면 영화적 연출이겠지만 흔들리면서 여기저기 부딪치더군요. 왜 비행기에 입석이 없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놈의 헬멧좀 쓰고 있으라는... 우주복은 제2의 우주선으로 생명을 지키기위한 최후의 수단이라 비상사태 때는 상시 우주복 착용이 기본인데 틈만 나면 헬멧을 벗어제껴서 통수를 맞더군요.
저도 스피드쿠폰 당첨된 탓에 보고 왔는데 말씀하신 내용에 다 공감합니다.
안전불감증과 명령불복종과 체제 무시 없으면 진행 못 했을 영화라고 느꼈어요.
글 재밌게 잘 쓰셔서 후기글 잘 읽었어요 저는 그래도 한국 영화 응원차 이번주 금요일 용아맥 더 문 관람 예정인데 기대를 많이 낮추면 재밌게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들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