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유][리뷰] 더 문 - SF로는 아슬, 재난영화로는 낙제 그래도 흥행은 될지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한국 텐트폴 영화 기획 두 개가 비슷한 시기에 알려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 하나인 JK의 기획은.... 인터넷 예언가의 선방으로 안전하게 봉인되었고
김용화 감독의 [더 문]만이 진행되어 개봉을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JK 작품의 예언서에서 배경만 달로 바뀐 수준입니다.
돌이켜보면 JK는 예언가보다는 [더 문]의 진행상황을 보고 계획을 접은 게 아닐지......
영화는 앞서 성공했거나 적어도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 우주배경 헐리웃 작품들을 짜집기 합니다.
이야기도 설정도 화면구성이나 액션, 특수효과의 방식에서도요.
예컨데 레퍼런스를 두고 나름대로 재구성하는 학기과제 같은 겁니다.
이 몰개성한 작업에 넣는 우리만의 한 방울이 여전히 신파라는 건 서글프지만
그래도 JK보다는 세련되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게 김용화인 건 분명해 보이네요.
화면만큼은 볼만하다는 시사회평에 대해서는 일정수준 동감합니다.
'아... 어색해서 못 봐주겠네'싶은 CG장면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고 대부분 훌륭하게 해냅니다.
여전히 헐리웃의 복제품이지만 자본규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다만 앞서 공개된 중국의 SF영화들과도 비교해 한 발 뒤쳐진다는 인상은 남는데
뭐... 여기도 돈은 엄청나게 쓰고 엄청나게 버는 동네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전 불만이 없었습니다.
진정 아쉬웠던 지점은 능숙지 못한 전개와 티나는 위기상황입니다.
영화는 설정을 깔아주는 전반 10분 정도가 지나면 계속해서 위기상황을 만들고
쉬지않고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그럼에도 중반까지 밀려드는 지루함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관객에게 설정의 어디까지를 어떤 호흡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노하우가 적은 것 같아요.
이 부분이야말로 헐리웃의 각본을 분석하면 되는 일일텐데 왜 이다지도 발전이 없는지......
그보다 나쁜 것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진짜 동력인 '위기상황'들입니다.
주인공 도경수가 어쩌다 혼자 남게되고 미아가 되며 귀환하려는 시도들이 좌절되는가에 관한 설정이요.
정통으로 얻어맞은 태양풍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설계오류
그리고 그놈의 유성우.....
아! NASA의 권력놀음도 있군요.
여기다 이전에 기체폭발로 실패한 첫 유인우주선 시도의 진상까지
이 작품에서 진짜 악당은 프로젝트의 결정권자들의 무신경함 또는 진상짓입니다.
위기를 자아내는 자연현상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것들이고
설계상의 오류 역시 진즉에 예측하고 시험하고 수정했어야 하는 겁니다
그나마 항우연 측에서 어쩔 수 없었던 요소는 오글거리기 짝이 없던 NASA지휘부죠
(막말로 김희애가 주요보직 아니었으면 영화는 중간에 끝났겠네요?)
이런 식의 예측가능한 자연재해에 휘말리는 재난은 지구에서나 가능한 설정입니다.
위기를 알면서도 '괜찮을 거야'라고 출발하는 배나 비행기나 육상교통편들 말입니다.
'유인'우주로켓에서 이런 짓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시작부터 몰입을 깨버리는 행위란 거죠.
물론 헐리웃에서도 이런 요소를 위기장치로 사용합니다.
그때도 전 비슷한 심정을 갖지만 적어도 헐리웃 시나리오는 두 가지 면에서 조금 더 낫습니다.
일단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핑계를 어떻게든 깔아두려는 노력을 보입니다
두번째로 적어도 개중 하나만 써먹어요.... 무리수는 전개를 위해 한 번만...이란 거죠
하지만 [더문]에선 아주 집요하게 이 설정들을 활용합니다.
막판에 가면 우주적 존재가 도경수를 잡기 위해 유성무기를 사용하는 게 아닌가 의심마저 드니까요.
개연성을 위해 핍진성을 날려먹는 방식은 신파로 이어지는 인간관계의 갈등에도 사용됩니다.
일단 설경구가 도경수의 정체를 그때까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지는 미뤄두고......
우주인 선정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을 텐데 도경수가 어떻게 선발이 되었던 걸까요.
결과적으로 그는 훌륭한 우주인이었다는 게 증명(?)되지만 선발과정에선 알 방법이 없죠
그의 아버지란 존재는 선발과정에서 마이너스입니다.
대중적으로 그가 비춰질 때마다 대중은 실패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지요.
후보 본인의 심리적 측면에서도 자신이야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라고 하더라도
선정하는 쪽에선 자칫 그릇된 신념으로 결정을 내릴 위험을 내포한 인물로 보여질 수 있어요.
임무에 사적감정이 실리게 된다는 거죠. 이런 인원은 아무리 뛰어나도 일단 배체하는 게 철칙입니다.
이외에도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갸우뚱하게 하는 디테일들도 가득합니다.
달 뒤쪽과 지구의 통신은 대체 어떻게 그리 깔끔한 것인지
다른 부분은 종이짝처럼 만들고 드론만은 우주최고 수준으로 만든 이유가 뭔지
달 궤도에 굳이 스테이션을 만든 이유는 뭔지
스테이션이 있음에도 월면엔 써먹을 게 그리도 없었는지 등등......
여타 이유로 시나리오가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히 볼거리가 많고
설정의 무리수나 빈 구멍도 대부분 관객은 크게 걸리지 않고 넘어갈 부분입니다.
흥행적 측면에서 마이너스보다 플러스 쪽이 크다는 거겠죠.
+
설경구의 동료는 함께 둘이서 로켓을 개발했고 그 아들은 우주인이 되었는데
그를 위기에서 구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설경구의 전처이자
미쿡인과 재혼하여 (아마도)그린카드를 획득 NASA주요직에 앉은 김희애.
이거 보통은 아침드라마에서 써먹는 관계도죠?
++
김래원과 이이경이 동료로 등장하기에 도경수만 혼자 따로 떨어지는 건가 했더니
깔끔하게 초반에 날려버리네요..... 아마 예상을 빗나가게 하려는 캐스팅이겠죠.
이 둘은 공군조종사 출신이라는 설정인데
초반에 텍스트로만 소개되는 부분에서 김래원이 운용한 기체가 F-35라고 나오더군요
아... 이미 그런 시대가 되었네요. (그런데 K가 붙어있던 거 같은데.)
한국공군에서 이 기체가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아요
제가 전역할 무렵엔 이제 막 F-15가 실전배치하던 때였으니.
시간이 더 흐르면 KF-21이 탑승기인 파일럿 설정도 흔해지겠네요.
+++
롯시 아트카드.... 렌티큘러라기에 기대했는데 효과가 타이틀 텍스트 유무네요. 아숩...
++++
개인적으로 조석의 [문유]를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 [문맨]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난-코믹으로 쟝르가 살짝 다르고 중국 대중문화 특유의 정서가 좀 걸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훨씬 더 재밌게 봤어요. (이건 조석이 대단한 건가?)
추천인 4
댓글 7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가족들은 보고 싶어합니다. 어떡할지 고민됩니다.
가족분들이 평가에 엄격하시지만 않다면.
일단 설정상 더 문은 가까운 미래인 것 같아요.
저도 계속 위기상황 만들려고 진작에 접거나 연기했어야 정상인 탐사 미션을 밀어붙이는 게 별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