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인베이젼>은 엉망이다. 하지만 마블은 이미 길을 잃었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엉망이다. 하지만 마블은 이미 길을 잃었다.
스포일러 경고: 이 이야기는 현재 디즈니+에서 스트리밍 중인 마블 스튜디오의 <시크릿 인베이젼> 마지막 에피소드의 줄거리 전개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여러분에게는 별로 안 중요할 수도 있고,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2007년 처음 참석한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나는 존 파브로가 <아이언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첫 영상을 선보였을 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순식간에 변화하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마블 스튜디오는 검증되지 않은 스타가 연기하는 3류 캐릭터에 모든 미래를 걸었던 독립 회사였는데, 업계와 팬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은 (노골적인 조롱은 아니더라도) 매우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촬영이 막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영상에는 아이언맨 수트가 제트 전투기와 함께 날아다니는 실제 VFX 장면이 단 하나만 나왔고, 나머지는 다우니의 매력과 영화 초반에 스타크가 제작한 커다란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다우니의 인카메라 영상에 의존해야 했다.
이 유쾌하고 산만하고 창의적인 영상은 H홀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그보다 두 달 전에 개봉한 소니의 <스파이더맨 3>나, 1년 전 개봉한 20세기 폭스의 <엑스맨 3>처럼 10년 동안 비대해진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궤적에 대한 반가운 해독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관객이 짜릿한 새로움을 주는 무언가를 일제히 받아들일 때 일어날 수 있는 문화적 변화로 느껴졌다. 다음 해 <아이언맨>은 전 세계적으로 5억8,5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고, 2012년에는 <어벤져스>가 15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서로 연결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려는 마블의 과감한 계획은 이후 10년 동안 업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나는 올해 샌디에이고 코믹콘에 참석하면서 16년 전 H홀에서 있었던 그 순간을 계속 떠올렸다. 마블 스튜디오는 사실상 다른 할리우드와 마찬가지로 미국배우조합 파업으로 인해 노쇼 상태였지만, 7월 21일 주말은 그레타 거윅의 대담한 페미니즘 코미디 <바비>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3시간짜리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에 관객들이 기록적인 숫자로 몰려들면서, 문화는 분명 비슷하게, 어쩌면 똑같이 기념비적인 재편성을 거치고 있었다.
같은 주에 마블은 44번째(그렇다. 44번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타이틀인, 디즈니+의 음모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의 마지막 편을 공개했다. 좋은 리뷰들과 사무엘 L. 잭슨, 에밀리아 클라크, 올리비아 콜먼, 돈 치들, 벤 멘델슨, 킹슬리 벤-아디르 등 엄청나게 재능있는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시크릿 인베이젼>은 최근 마블의 스토리텔링에 만연한 무기력한 조잡함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자, 의심의 여지가 없이 업계 최고였던 마블을 정점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돈 치들이 연기한 제임스 “로디” 로즈가 실제로는 라아바라는 이름의 변신하는 스크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드라마는 라아바가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제외하고(여자 스크럴이 인간 남자를 사칭하는 기분이 어떤지를 포함해), 라아바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이름을 부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시리즈의 감독인 알리 셀림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사건 이후부터 라아바가 로디를 사칭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내러티브의 신빙성을 한계점까지 위협할 뿐만 아니라,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로디가 그의 절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죽음을 지켜봤던 장면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손상시킨다. 그 장면의 설정을 그렇게 뜯어고친다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에밀리아 클라크가 연기하는 스크럴 캐릭터 가이아도 있다. 그녀는 2019년 <캡틴 마블>에서 벤 멘델슨이 연기한 탈로스의 딸이다. 다들 심호흡해라. 마지막편에서 가이아는 닉 퓨리(사무엘 잭슨)로 변신해서 ‘엔드게임’의 전투에서 모은 모든 어벤져스의 DNA를 악당 그래빅(벤-아디르)에게 전달하고, 그래빅은 그것을 이용해 모든 어벤져스의 힘을 자신에게 불어넣지만, 역시 같은 힘을 주입한 가이아와 싸우게 된다. 둘은 어벤져스의 능력을 자신들의 신체 각 부위에 무작위로 발휘시켜서 대결하다가, 결국 가이아가 그래빅의 가슴에 큰 구멍을 뚫어버리면서 승리를 거둔다. 이 싸움은 “특색 없는 회색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버려진 러시아 원자력 발전소를 배경으로, 아마추어 영상물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전개되는데, 우리가 거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두 캐릭터를 가지고, 도무지 말이 안 되고 차별화도 안 되는 팬 서비스를 보여준다. 어보미네이션의 팔과 서리 야수의 얼음 칼날, 고스트의 순간이동 능력 등 지구를 지키는 전투에 나서지도 않았던 캐릭터들을 능력을 사용한다. 그것 참 재밌네!
마지막으로 가이아는 (이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갑자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되었지만,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하는 MI6의 요원 소냐 팰즈워스 밑에서 일하기로 동의한다. 안될 게 뭐 있나?
이 드라마의 모든 문제들은 마블이 직면한 훨씬 더 큰 문제의 증상일 뿐이다. 그 문제란 2010년대에 마블 스튜디오를 비상할 수 있게 했던 바로 그 요소들이 2020년대 들어와서는 부담스러운 짐이 되었다는 것이다. 첫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그 자체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캡틴 마블>의 사건을 바탕으로 닉 퓨리가 어떻게 그토록 엄청난 인물이 됐는지 상세히 다루는 촘촘한 음모 스릴러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엔드게임>의 사건들과 마지막 에피소드에 최대한 많은 슈퍼히어로 레퍼런스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짓눌렸다. 그와 비슷하게, <앤트맨> 1, 2편은 비교적 독립적인 케이퍼 무비였지만,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조나단 메이저스가 연기한 캉을 멀티버스 사가 최대의 악당으로 공식 데뷔시키느라 거추장스러워졌다. 그 영화는 스콧 랭(폴 러드)이 영화 속에서 벌어진 일이 정말 중대한 일이었을까라고 의문을 품으면서 끝났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가슴 아픈 중심 갈등 사이에, 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가 연기한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팔콘과 윈터솔져)의 장면을 계속 끼워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미즈 마블>은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데미지 컨트롤 부서를 집어넣기 위해, 인도-파키스탄 분할의 세대적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포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토르: 러브 앤 썬더>의 1막이 암에 걸린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의 감정적 고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함께 돌아다니는 데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나?
아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불필요한 흔적들을 제거했더라도, 그 작품들은 여전히 마블의 방식으로 지장을 받았을 것이다. 제작자들은 종종 마블의 접근법을 “고도의 협업”이라고 표현한다. 작년에 버라이어티 나탈리 포트만 커버 스토리를 위해 <러브 앤 썬더>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과 인터뷰했을 때, 그는 마블의 영화가 “후반 작업 중에 계속해서 바뀐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케빈 파이기를 필두로 한 마블의 크리에이티브 경영진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완성된 영화나 시리즈에 얼마나 큰 지장을 줄지에 상관없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되면 창작 과정 전반에 걸쳐 대본과 스토리라인을 뜯어고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마블만의 고유한 방식은 아니지만, 2010년대에 스튜디오가 융통성 없는 그랜드 디자인에 얽매이기보다는,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방향쪽으로 민첩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이는 또한 마블 영화들의 접근법과 스타일이 대체로 동질하다는 것을 의미했고,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2020년대 들어 마블이 디즈니+의 컨텐츠를 채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그 이음새가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찢어져 나갔다. 시각효과 작업은 어려움을 겪었고 시각효과 아티스트들은 그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TV 드라마들의 마지막 에피소드들과 영화의 마무리는 종종 서두르고 엉성하게 느껴졌다.
분명히 말하지만, 슈퍼히어로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완전히 식은 건 아니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와 소니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더 넓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다루기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선에 집중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결정적으로 그 영화들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과 느낌을 주었다. 현재 DC 스튜디오의 공동 대표를 맡은 <가디언즈>의 감독 제임스 건이 DC 영화는 대본을 먼저 완성하고 기틀을 만든 뒤, 제작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두 영화 모두 2010년대 마블 영화들이 일상적으로 보여줬던 “바벤하이머” 같은 이벤트가 되지는 못했다. 관객의 취향이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마블은 여전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마블 디즈니+ 드라마 중 가장 좋았던 <로키>의 시즌 2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기가 2022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미래를 제시한 이후, 마블과 디즈니는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2025년 5월에서 2026년 6월로),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2025년 11월에서 2027년 5월로)를 비롯한 여러 주요 타이틀들을 연기시키고 있다. (조나단 메이저의 가정 폭력 혐의에 대한 재판이 예정되어 있는 것도 시리즈의 궤도, 특히 캉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즈니의 CEO인 밥 아이거는 지난 6월에 디즈니+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제작량으로 인해 스튜디오의 "집중력과 관심이 약해졌다"고 인정하면서, 스트리밍 이전 수준으로 제작량을 줄일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파이기는 의심의 여지없이 다시 H홀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하기 위해 모든 어벤져스의 힘을 모아야 할지도 모른다.
(출처: 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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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 1 나오던 시절부터 마블 몰락은 이미 예상했던터라
뭔가 특별하게 볼 게 전혀 없네요.
라이트한 설정이 극장용 단편 관점에서 몰입과 흥행은 좋겠지만
라이트한 설정이 쌓였을 경우 설령 팬이라도 그것을 공부하지는 않죠.
라이트팬은 이름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떠남..
설정에 깊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설정충이라 불리는 팬이 붙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설정들은 그냥 땜빵용 수준에 유치하고
전 윈터솔저 보면서도 답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지금 현상이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